노조키메 스토리콜렉터 26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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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날이 있다.

잘자다 문득 깨어나보니 주위가 고요한데 이상하게 화장실쪽에서 뭔가 있는 기척을 느낄때나 혹은 평소엔 의식도 못했던 시계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날...그런날은 왠지 이 새벽에 깨어있는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닌듯한 느낌이 들고 괜히 등골이 오싹하며 찬기를 느껴 옆에 자고 있는 신랑을 깨우고 싶어도 그런 기척조차 두려워 옴싹달싹하기 어려운 그런날이 아주 가끔 있다.

나같은 경우엔 특별히 귀신이란 존재를 믿거나 두렵다고 생각해본적이 별로 없는 사람잉에도 그런날은 나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자는 척 눈감아 내 심장의 두근거림을 의식하게 된다

내가 아는 사람 대부분은 지극히 이성적이라 귀신의 존재를 믿거나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그런 인간 이외의 존재가 있을수도 있다는걸 부정하지않는 사람이 많은데 아마도 내 주변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러할것이다.

이형의 존재를 믿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없다고 무시하지도 못하는...

이 책 `노조키메`의 저자 미쓰다 신조는 이런 사람들의 이형의 존재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 밑바닥에 있는 공포를 끄집어 내어 형태화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아주 영리한 작가라고 생각한다.

그의 대표작인 `도조겐야`시리즈도 그렇고 `작가`시리즈도 이런 그의 영리함이 돋보이는 작품시리즈가 아닐까 생각한다.

 

 

 

전국 각지의 괴이담에 흥미를 가지고 있고 그런 괴담을 수집해서 작품을 발표하는 나는 어딘가 수상쩍은 라이터를 소개받고 그는 곧 나에게 재야의 민속학 연구자로 이름을 떨치는 아이자와 선생의 노트 한권을 팔려고하지만 그가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않은 채 그 노트를 손에 넣은것을 알고 거절을 하게되고 아쉽지만 곧장 그 노트를 주인인 아이자와에게 보낸다.

그리고 오랜세월이 흐른후 아이자와선생의 유품으로 그 노트가 내 손에 들어왔는데..그 노트엔 노조키메라는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존재에 대한 기록이 있을뿐 아니라 이상하게도 다른 경로를 거쳐 알게 된 또다른 괴담에 등장하는 노조키네 즉 엿보는 나무의 아이가 등장하는 장소와 시대가 다를뿐 같은 장소라는걸 알게 된다.

두 사건이 벌어지는 곳은 모두 종말저택이라 불리우던 ..지금은 폐허가 되버린 작은 마을인 스쿠자 지방의 세개의 촌락으로 이뤄진곳이자 아이자와의 친우의 본가이며 수십년후 내가 알던 사람이 아르바이트를 한 리조트가 있던 곳인데 그곳에서 같이 아르바이트를 했던 다른 학생들 두명이 불의의 사고로 자연스럽지못한 사고사를 당한곳이기도 하다.

두 괴담 모두 누군가 그들을 지켜보는 아이가 있고 그 아이를 본 사람은 반드시 죽임을 당한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집에 홀로 있을때면 문틈이나 창문쪽 혹은 닫혀진 문 뒤에 누군가 있는듯 느껴질때가 있고 그럴때면 아무리 대담한 사람이라도 오싹함을 느낀다.

분명 아무것도 없음을 알지만 그럼에도 누군가 있는듯한 기척

사람들은 이렇게 눈에 보이지않지만 뭔가가 있다고 느낄때가 있는데 그런 사람들의 마음속 공포에 대해 미쓰다 신조는 노조키메라는 전통 신앙속에 등장하는 존재를 구체화해서 공포를 그려내고 있다.

순례자를 죽이고 그들을 생매장했다는 끔찍한 이야기가 전해져오는 부락의 저주받은 집인 사야오토시가는 그 존재만으로도 사람들에게 꺼림찍함을 느끼게 하는데 그 일이 있은후 흉사가 잦아 대대로 마을 전체의 집단 감시와 경멸어린 시선과 함께 집단 따돌림을 받고 있고 그것은 또다른 형태의 폭력과도 같다.

이런 마을 전체의 폭력적인 시선에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사야오토시가 사람들은 오랫동안 폭력아닌 폭력에 노출되어있고 이런 특성탓에 더욱 그 집을 둘러싼사소한  모든것이 사람들의 공포를 일으키는 메개체 역활을 해서 그 마을 전체가 살아있으되 생기를 잃어버린 악순환의 결과를 가져온다.

오늘날에도 집성촌이나 대대로 외지인이 적은 부락과 같은곳에는 외지인에 대해 배타적이고 마을의 흉사가 생기면 새로온 외지인들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하며 특히 비이성적인 사고로 누군가 선동을 하면 쉽게 그 선동에 휩쓸려 폭력적인 사태가 발생하곤 하는데...이 책에서 숨어서 종말저택 사람들을 감시하는 부락사람들의 광기어린 시선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수 있다.

종말저택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분명 과학적으로 증명을 할수 있고 또한 그 근거가 상당히 수긍할수 있는 내용임에도 역시 그 이면에는 사람의 힘이 아닌 그 무엇의 의지나 원한이 반영된것이 아닐까 의심해보게 되는걸 보면...나역시도 상당히 비이성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임을 깨닫게 한다.

사람들 마음속 깊은곳에 숨겨진 비이성적인 공포와 그 공포를 먹고사는 존재의 이야기...

책을 읽다보면 역시 사람보다 무서운 존재란 없음을 다시한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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