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소네 케이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나란 사람은 원래 모든 장르에서 단편을 그다지 좋아하지않는다.

그중에서도 특히 추리소설이나 미스터리에서의 단편은 잘하면 겨우 본전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단편에 대한 평가가 짠 편에 속한다.왜냐하면 장르의 특성상 반전이나 놀랄만한 트릭이 반드시 필요한데 짧은 글속에 그러한 요소를 담기가 왠만해서 쉽지도 않고 그 요소를 잘 살리는것 또한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 `열대야`가 일본 추리작가협회상에 빛나고 데뷔후 온갖 상을 석권한 소네 케이스케의 작품이란 소리에 굉장히 흥미를 가졌다가 단편집이라는 소릴듣고 그 흥미가 약간 반감되엇던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의 이런 생각과 달리 이 책 `열대야는 엄청난 몰입감을 가지게 했다.

쥐자마자 단숨에 읽어내려갈수밖에 없게 한 작품이기에 이제껏 호러라는 장르에 별관심이 없어 그저 이 작가의 이름만 들었을뿐 그의 작품을 적극적으로 읽어보고자 하는 마음이 적었던 나에게 그의 다른 작품에 대한 관심도가 단박에 올라가게 했다.

짧은 분량의 단 3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열대야...두말이 필요없다.그저 읽어보라고 칭할수밖에...

 

 

찌는듯이 더운 한여름 밤

한적한 산장에서 다섯명의 남녀가 모여있다.

네명의 남자와 한명의 아름다운 미모의 여인...하지만 그들 사이의 분위기는 온화하지않을뿐 아니라 긴장감이 흐른다.

빡빡 깍은 머리의 엄청난 덩치의 남자와 왼손 새끼손가락이 없는 40대의 남자는 돈을 빌린후 갚지못하고 있는 부부를 위협하고 있고 그런 부부와 친구인 남자는 우연찮게 이 소동에 합류한 상태..돈을 구하러 간 남편과 그를 기다리는 여자와 친구 그리고 사채업자간에는 말할수 없는 긴장감이 흐르고...과연 이 날밤 사람을 못견디게 한 열대야는 무사히 지나갔을까?

일본이 가난한 나라로 전락한 미래 어느시점..그 가난의 원인으로 지목된 노인층

그런 노인층을 몰아내기 위한 정부의 노력으로 사회전반에 노인층을 향한 증오가 커지는 가운데 일자리조차 없는 젊은이들은 하루하루 살아가기조차 힘들고 그런 그들의 불만과 원한은 결국 힘없는 노인들에게로 향하게 된다.

과연 악순환은 끊을 수있을까?

언제 시작되었는지 알수 없지만 죽었다 살아난 일명 소생자가 하나둘씩 생겨난다.

처음엔 살아있는 사람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였던 소생자들...점차 식인에의 유혹이 강해지고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차가울 즈음에 마침내 폭동이 벌어지고 살아있는 시체들의 환락같은 파티가 벌어지고 난 후 보든것이 달라진다.

 

세편의 단편은 각자 특징적이고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열대야에서는 짧은 하룻밤사이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이 서로 맞물려 겉잡을수 없는 방향으로 눈덩이처럼 커져가는 상황을 블랙유머처럼 그려냈다면...결국에 에서는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초고령화사회의 문제점..즉 젊은 몇사람이 노인 한사람을 부양해야하는 구조적 문제점을 그려내고 있다.

이제는 장수가 더 이상 축복이 아닌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앞으로 닦쳐올 미래사회가 더 두렵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 단편에서는 그런 사람들의 불안을 끄집어 내고 극대화해놓았다..

노인층의 증가로 복지비및 의료비의 증가는 곧 젊은 층의 세수부담이 되고 결국엔 서로에게 증오의 칼날을 들이밀수도 있는 상황을 참으로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어 생각할수록 오싹하다.

마지막변명은 그의 장기를 잘 드러낸 작품이다.

한두명씩 살아돌아온 자들이 점점 늘어가는 상황과 그들을 통제하지못하는 정부의 모습..그리고 그런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하는지 몰라 당황하는 모습들을 묘사했는데...흔히 알고 있던 좀비의 모습이 아닌 우리가 친숙하게 생각하고 잘 안다고 생각했던 우리 이웃의 모습 그대로를 그려내서 인지 무섭다기보다는 흥미로웠다.그리고 뜻밖의 상황까지...

짧은 분량의 글이지만 한번 손에 쥐면 놓을수 없는 묘한 매력을 지닌 책이었고 이런 단편이라면 얼마든지 사랑할수 밖에 없을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내 개인적인 취향에는 열대야가 가장 맞지만 그렇다고 다른 단편이 부족하냐하면 그렇지도 않다.

상황상황이 묘하게 맞물려있는데다 반전이 있을수 없을것 같은 상황에서 느닷없이 나타나는 반전...그 반전 또한 억지스럽지않고 반전을 위한 반전이 아니라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결국 그가 쓴 장편은 어떨지..한호흡으로 긴이야기를 끌고 갈땐 어떤지 나로 하여금 그의 장편에 대해 몹시 궁금하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