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어야 하는 밤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단돈 1유로만 주면 원하는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이렇게 자극적인 문구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사이트 8N8가 처음 등장했을 땐 당연하게도 큰 반응이 없었지만 누군가 특정 인물을 지정해서 24시간 안에 그 사람을 죽인 사람에게 천만 유로를 상금으로 내걸면서 사람들은 열광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한다.
보통의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런 내용을 그냥 장난으로 생각하고 말겠지만 불행히도 사람들 중에는 상식적인 판단이 부족한 사람도 있기 마련이고 일부 그런 사람들에 의해 장난이 아닌 진짜 목숨을 건 게임이 시작된다.
그들 중 일부는 진짜 그들을 죽이고 상금을 손에 쥐겠다는 욕심에 또 다른 누군가는 그들이 쫓겨 다니고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는 장면을 찍겠다는 욕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뒤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게다가 마치 그들이 진짜 사냥감이라도 된 듯 그들의 사는 곳이며 전화번호 심지어 현재 위치까지 사이트에서 제공하고 사람들은 한바탕 신나는 축제를 즐기는 것처럼 즐거워하며 몰려다니다 그들의 모습이 보이면 위협하는 것도 당연시한다.
다수에 속하면서 죄책감이나 이성 따윈 날려버린 집단의 광기의 무서움을 확실하게 드러내는 장면 장면을 보면서 왜 전쟁이나 폭동이 일어났을 때 멀쩡하던 사람이 순식간에 폭도로 변해 약탈과 폭력을 일삼는지 그 메커니즘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한다.
혼자서 가 아닌 다수에 의한 행위에는 죄책감 역시 나눠지기 마련이고 그런 사람들의 심리를 잘 이용해서 사이트의 존재감을 강렬하게 인식시킨 8N8의 운영자는 탁월한 마케팅의 능력을 펼친 셈이다.
하지만 그런 냉혹한 결정 아래 토끼몰이처럼 쫓겨 다녀야 하는 두 사람은 힘을 합쳐도 모자란 판에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아레추는 벤이 이 게임을 만든 당사자라 생각하고 그가 정체를 숨긴 이유에 대해 궁금해하며 그의 곁에 머물고 있지만 그녀 역시 벤에게 말하지 않은 비밀을 숨기고 있는 상태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정해진 사냥 시간 동안 노출되지 않은 곳에 몰래 숨어 지내면 될 것 같은데 여기에는 한가지 맹점이 있다.
벤에게는 자신의 실수로 다리를 잃고 얼마 전 자살 시도를 하다 실패해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목숨보다 귀한 딸 율레가 있었고 당연하게도 인터넷상에선 그런 정보가 노출되면서 벤을 잡기 위해 의식이 없는 딸까지 인질로 잡고 원하는 걸 갖기 위해 벤에게 서슴없이 협박을 하는 또 다른 범죄자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활기를 띠어간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SNS나 페이스북같이 불특정 다수가 공유하는 네트워크 통신망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정보나 소식들이 마치 진실인 것처럼 퍼지는 경우를 자주 보는데 이 책에서도 얼마나 순식간에 거짓이 진실로 둔갑하는지 그 파급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 살인은 정부에서도 비공식적이지만 공인해준다는 그런 글을 가지고서도 진위 여부조차 의심하지 않는 사람들의 단순함과 사람들의 의식을 한쪽 방향으로 너무나 쉽게 몰아갈 수 있는 미디어의 파급력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책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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