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
유정아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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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살기가 너무 팍팍하고 어렵다는 소릴 많이 듣는다.
아니 피부로 직접 와닿는달까... 젊은 층은 몇 년째 취업전쟁 중이고 기성세대는 자고 나면 오르는 집값 걱정에 길어진 수명으로 인한 노후 걱정,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사회 기본망 부실에 대한 불안 등등 지금 우리는 불안한 날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작은 일에도 흥분하기 쉽고 쉽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폭언을 하는 등 화가 가득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걸 느낀다.
사람들 마음속에 남보다 뒤처지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이나 나보다 잘 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느끼는 자격지심 같은 게 결국은 이런 식으로 표출되는 것인데 여기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지 않을까
하지만 꼭 성공을 해야만 하나? 남보다 더 잘 나가야만 하나? 남보다 더 부자여야만 행복할까 하고 뒤집어 생각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걸 아는데 늘 우리는 주변을 둘러보고 비교해가며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속상해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이 책에선 꼭 성공해야만 하나 하는 의문을 던진다.
그냥 작은 것에 만족하고 자기가 하는 일에 행복해하며 그냥 살아가면 안 되나 하는 의문을 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라는 제목으로 우리에게 화두를 던진다.
이런 사람들이 늘어간다는 걸 느끼게 하는 게 요즘 유행하는 소확행 이란 말이 아닐지...
이 책을 쓴 저자 역시 이런 길을 걸어왔던 자신의 경험을 적은 거라서 어설픈 위로나 다 괜찮아질 거라는 섣부른 낙관론을 이야기하지 않아서 더 와닿는 글이 많다고 느껴졌다.
수없이 치른 취업시험과 면접에서 떨어진 경험으로 인해 한없이 작아지고 위축되던 때의 심경도 그렇고 가까스로 들어간 회사에서 너무나 쉽게 퇴직 권고를 받았을 때 느꼈던 자괴감 같은 건 사람을 한없이 작아지게 만들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나 가족들에게 자신의 상처를 화풀이하듯 풀었던 그때를 되돌아보면서 쓴 글은 진짜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알 수 없는 감정들이었다.
여기에 자신이 느꼈던 심정을 담담하게 써놓고 노력하면 이겨낼 수 있다고 힘내라는... 이런 책에서 흔히 하는 어설픈 위로의 말이 없어 더 마음에 들었다.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에 대한 글을 쓰다 남들은 미처 몰랐던 걸 먼저 알았다는 이유로 자신이 마치 그들을 남들보다 더 안다는 착각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며 쓴 글 중에서 우리는 모두 다른 곳을 보고 있기에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나 역시 어렸을 때는 몰랐던 것인데 나와 다른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많이 듣고 많이 이야기해서 서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도 서로 듣기보다 자신의 이야기만 하려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요즘 사람들이 귀담아들으면 좋을 내용이었다.
직장생활 몇 년 만에 학자금 대출을 다 갚고서 저자가 느낀 점 역시 와닿았다.
대출을 다 상환했기에 이제는 언제든 직장을 퇴사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었고 그래서 오히려 일에 능률이 오르고 자신감이 생겼으며 직장생활이 활기차졌다는 글을 보면서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살아가는지 새삼 깨달았다.
당장 내일 갚아야 할 대출금 때문에라도 불합리한 임무라도 일을 해야만 한다는 건 스스로 얼마나 위축되고 주눅 들게 하는지를 나 역시 잘 알기에 저자가 느꼈던 해방감을 이해했다. 슬프게도...
빚을 내서라도 꼭 남들이 다 사는 아파트에서 살아야 하는지... 꼭 남들같이 배기량이 큰 차를 타야만 하는지...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볼 만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만 발상을 전환해 생각하면 이렇게 스스로를 묶고 규정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좀 더 홀가분하고 스스로가 하는 일에 좀 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닫는다.
이런 게 소확행이 아닐지...
읽으면서 공감이 되는 글도 있었고 아... 나만 뒤떨어진 건 아니구나 하는 위안도 얻었고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한 책이었다.
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소박한 행복을 느끼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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