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를 읽자 - 1,222명에서 찾은 인간관계의 비밀
한기정 지음 / 엑스북스(xbooks)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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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성을 12개의 주제로 구분하여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좀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책이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 글로벌 IT기업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작가가 오직 셰익스피어 덕후로서 애정을 가지고 쓴 책인데, 영문학 전공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다 보면 작가의 셰익스피어에 대한 열정과 그 깊이에 놀라게 된다. 직접 옥스포드 판 원문을 번역, 거의 모든 작품 속 대사를 인용하여 대사가 품고 있는 '맛'과 뉘앙스를 느끼는데 도움을 준다.

 

목차는 다음과 같은데, 나의 경우엔 이 목차만으로도 안 읽을 수가 없었다.

 

1장 역설과 아이러니의 맛

2장 간신과 충신의 차이

3장 불안의 극복

4장 권력과 정치의 어려움

5장 사랑이란

6장 복수와 정의

7장 표절과 창의성 사이

8장 품위와 명예

9장 우정과 배신

10장 허풍 혹은 허세

11장 질투와 의심의 화학작용

12장 어리석음과 현명함 사이

 

'하느님 다음으로 많은 인물을 창조한 사람이 셰익스피어다'라고 제임스 조이스가 말했다. 셰익스피어가 만들어낸 수많은 인물들과 그 관계를 통해 세상과 사람들을 폭넓게 바라보고 더 나아가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 몇 백년이 흘러도 여전히 존재하는 인간의 욕망과 본능이 시대를 초월하여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에서 살아있기에 작가의 말대로 '삶의 지침서'로 삼아도 좋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품위에 대한 인상적인 구절을 적어본다. 겸손하면서도 가식이 없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비극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오만에 빠진 인물이다. 이는 셰익스피어 작품뿐 아니라 실제 세상에서도 만찬가지다. 거짓이 없어야 하는 것 또한 중요한 조건이다. 셰익스피어가 설파했듯이 ˝거짓은 얼마나 근사한 외관을 갖는가?˝ 정치인은 거짓말을 자주 해야 하기 때문에 품위 있기가 힘들다. 그럼에도 늘 품위나 품격을 거론하는 사람도 이분들이다. 특별 대우를 받는 것이 습관이 되어 일반인과 같은 대우를 받으면 품격이 상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는 겸손하고 정직한 정치인, 그래서 저절로 품위가 따르는 정치인이 성공하는 나라를 원한다.-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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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 왕 열린책들 세계문학 201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박우수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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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보지 못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은 얼마나 무서우며, 그런 인간이 모든 것을 다 잃고 나서야 정말 중요한 것을 깨닫게 됨을 리어 왕과 글로스터 백작을 통해 강렬하게 보여주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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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 런던에서 아테네까지, 셰익스피어의 450년 자취를 찾아 클래식 클라우드 1
황광수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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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의 야심찬 첫 출발, 셰익스피어! 

평론가 황광수가 셰익스피어 작품의 배경인 런던에서부터 중서부 유럽을 거쳐 이탈리아, 그리스에 이르는 지중해 지역까지 여행하면서 쓴 문학 에세이이다.

 

이 시리즈의 3권인 <클림트>를 너무 재미있게 읽었기에 구입했는데, 기대만큼 잘 읽히지 않았고 가끔 철학적인 내용과 함께 분석해 놓은 부분은 이해하기가 힘들어 답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은 작가의 잘못만은 아니다. 문제는 내가 부끄럽게도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3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책 한 권에 셰익스피어의 거의 모든 희곡을 다뤘는데, 단순히 내용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 무대가 되는 여행지를 찾아가 작품과 연관지어 작가의 생각을 담은 문학기행이기에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수박 겉핥기 식으로만 (그것도 몇 편 안됨) 알고 있는 나에겐 조금은 기운빠지는 독서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중간 쯤에 책읽기를 중단하고 도서관에 가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리어 왕>,<맥베스>,<오셀로>를 빌려와서 <리어 왕>을 다 읽었는데, 의외로(!) 너무 재밌었고 내용을 알고 다시 이 책을 보니 작가의 글이 훨씬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너무나도 유명한 셰익스피어이지만 그의 희곡을 읽은 사람들은 의외로 적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같은 경우엔 현대 언어와는 다르게 화려한 비유와 수사가 많이 나오는 대사가 어색하고 이해하기 힘들어 선뜻 읽게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을 계기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정도는 꼭 읽어봐야 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서 다시 이 책을 찾아 해당 부분을 읽어 본다면 더 좋을 듯 싶다.

조금은 지루하고 나 스스로 부족한 느낌이지만 셰익스피어의 여러 작품을 맛보고 전체적인 흐름을 알게 되어 좋았다.

 

"한 시대가 아니라 모든 시대를 위해 존재한 작가"

                                                     -벤 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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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9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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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으로 접어들고 애인과의 일상은 권태로운 한 여자와 그 여자를 사이에 두고 경쟁하는 두 남자의 심리를 매우 섬세하고 감각적으로 그린 프랑수아즈 사강의 길지 않은 중편소설이다.

 

"시몽, 이제 난 늙었어. 늙은 것 같아..." 14살 연하남 시몽에게 이별을 고하는 폴이 슬픔에 뛰쳐나가는 시몽을 향해 마지막으로 한 말에 나 또한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지니 슬펐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인생 60부터!' 라고 말하지만 40만 넘어도 내 몸이 느끼는 노화의 징후들은 현재의 나를 제대로 바라보게 만든다.

 

사강은 노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욕망을 실현한다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때, 더 이상의 만남이 불가능해지는 때, 머릿속에서 분방한 생각들이 오가는 가운데 아침 추위로 이가 딱딱 부딪치는 때...지금 유일하게 안타까운 것은 읽고 싶은 책들을 다 읽을 시간이 없다는 것뿐."

아직 노년이라고 하기엔 젊은 나이지만 이 말에 격하게 공감이 가는 건 설마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일까?

적어도 14살 연하의 잘생긴 시몽을 받아들일 수 없는 폴의 심정이 난 너무나 이해가 갔고 나 역시도 그 뜨거운 사랑에 몇 번 취할 수는 있겠지만 내 삶의 일부로 삼기엔 사랑이라고 하는 것의 덧없음과 늙어가는 것에 저항할 수 없음을 알기에 분명 괴로운 갈등을 했을 것 같다.

 

사랑을 믿느냐는 질문에 사강은 "농담하세요? 제가 믿는 건 열정이에요. 그 이외엔 아무것도 믿지 않아요. 사랑은 이 년 이상 안 갑니다. 좋아요. 삼 년이라고 해 두죠." 라고 말했다고 한다.

로제와 폴이 처음에 만났을 때는 열정적인 사랑에 서로를 끊임없이 원했지만 그 열정이 식어버리자 로제는 자유분방한 자신의 본성을 감추지 못하게 되고 폴은 그런 상황에 점점 외로움과 권태를 느끼게 된다. 그런 폴에게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지만 14살이라는 나이 차이와 사랑의 유한함은 언제가 시몽도 자신을 떠날 것이라는 불안감을 안겨준다.

 

젊은 시절에는 자신의 욕망과 감정에 충실하며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이가 듦에 따라 몸과 마음이 약해지면서 모든것에서 안정을 추구하고 현실에 안주하며 변화를 두려워 하게 된다. 폴도 마찬가지다.

 

p.141

"하지만 스무 살 때에는 지금과는 생각이 달랐어. 뚜렷하게 기억나. 나는 행복해지기로 결심했지."

그랬다. 그녀는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는 욕망에 쫓겨 거리를, 해변을 쏘다녔다. 그녀는 하나의 얼굴, 하나의 생각을 찾아 헤맸다. 요컨대 하나의 대상을 찾아서. 3대에 걸쳐 여자들의 머리 위에 감돌았던, 행복해져야 한다는 의지가 그녀의 머리 위를 감돌고 있었다. 당시에도 장애물은 없었고, 앞으로도 그리 많지 않으리라. 이제 그녀는 새로 개척하는 대신 갖고 있는 것을 지키려 애쓰고 있었다. 직업을, 그리고 남자를......

 

한없이 사랑이 넘치는 시몽을 두고 무심하고 거기다 바람까지 피는 로제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던 폴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젊은 시절 추구했던 행복보다는 그동안 자신이 이 사랑을 지키기 위해 쏟아부은 노력과 그 삶이 더 소중하고 그런 삶과 사랑을 끝까지 지키고 싶던 것이 아닐까...

어차피 사랑의 속성이란 유한하다는 것을 잘 알기에...

 

p.139

어쩌면 자신이 그들의 사랑을 위해 육 년 전부터 기울여 온 노력, 그 고통스러운 끊임없는 노력이 행복보다 더 소중해졌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그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었고, 바로 그 자존심이 그녀 안에서 시련을 양식으로 삼아,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로제를 자신의 주인으로 선택하고 인정하기에 이르렀는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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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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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퓰리처상 수상작. 시적인 문체와 분위기에 압도당하는 책.

아버지와 아들의 짧고 생략된 대화가 그 어떤 긴 대화보다 강렬했고 슬프며 아름다웠다. 죽음 외에는 답이 없는 세상에서 아름다움이라니, 이 작품의 뛰어남이 아닌가 싶다. 

지옥같은 세상에서 아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죽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자신의 역할을 하다간 아버지에게서 표현할 수 없는 위대함과 숭고함을 느꼈다.

죽음이라는 쉬운 길을 가지 않고 절박한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길을 걸어가는 두 사람. 아버지와 아들이 보여주는 따뜻한 사랑과 인간애에 몇 번이나 눈물이 흘렀는지...

내 앞에 길이 있는 한 -비록 그 길이 지옥일지라도- 계속 걸어가야 하는 인간의 어떤 근원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남자가 소년의 손을 잡으며 씨근 거렸다. 넌 계속 가야 돼. 나는 같이 못 가. 하지만 넌 계속 가야 돼. 길을 따라가다보면 뭐가 나올지 몰라. 그렇지만 우리는 늘 운이 좋았어. 너도 운이 좋을 거야. 가보면 알아. 그냥 가. 괜찮을 거야.- P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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