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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
유정아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4월
평점 :
내가 시시할 정도로 흔한 사람이라는 걸 내 입으로 이야기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더 이상 애써 무엇이 되려고 안간힘을 쓸 필요가 없고, 굳이 어떤 가능성을 보여 주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제야, 내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p.112)
가난에 딸려 오는 것들이 아이의 인생에 어떻게 각인되는지를 잘 알기 때문에 우리는 섣불리 아이를 낳겠다고 결심할 수가 없다. 세상이 별다르게 나아지지 않은 것처럼, 지금의 우리도 그때의 부모와 크게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기에. (p.126)
좋아도 좋은 티를 잘 내지 못하게 됐다. 새옹지마가 어쩌고 촉이 어떻고 하는 말로 포장하려 애썼지만 사실 그건 무너질 내 자신을 지탱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벨트였다. 동시에, 내게 수시로 찾아오는 실망들을 견뎌낼 주문이기도 했다.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 (p.176)
이 시대를 사는 젊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있는 에세이, 왜 SNS에서 흔히 볼 수있는 공감가는 가벼운 그렇지만 현실적인 글귀같은 거.
책을 읽기 전 나는 딱 그 정도의 무게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읽었다. 질척거리지않은 담백한 문장으로 쓰여진 마흔 다섯편의 글은 작가의 담담한 어조와는 다르게 무게감이 있다. 30대가 된 작가가 그동안 지내왔던 치열했던 삶, 무언가를 크게 이루어냈던 경험담보다는 실패와 좌절이 담겨있었다. 거창한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나도 그랬지만 지금은 그래도 괜찮다.' 이 정도의 현실적인 위로.
나는 읽으면서 위로받았고 또 불편했다. 그건 아마 작가가 과거에 느꼈던 비슷한 감정들을 나는 지금도 시시때때로 느끼고 있어서 일 것이다. '안되면 되게하라'보다 이제는 어느정도 포기하면 편하다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다. 어렸을 때, 내가 배우고 읽었던 청춘과는 너무 다르게도. 예전에 어떤 책에서 대학생인 주인공이 열정이라는 것도 어쩌면 선천적으로 제마다 다르게 (양과 질이) 정해져 태어나는게 아닐까 했던 게 요 근래 자주 떠올랐다. 치열하지 못한 삶은 늘 죄책감이 되었고 나태함과 자괴감을 동시에 느꼈다. 때마침 읽은 책에서 작가는 그런 마음을 조금 덜어내라고, 조언하고 있는 것 같았다.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을 덜어내면 내가 할 수있는 것이 보이고 여유로워짐을 느낄 수있다고. 자신이 완벽하다고 느끼지않는, 그냥 평범한 청춘이라면 공감할 수있고 위로받을 수있는 책이라고 추천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