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 소년. 연애에 뛰어들다.



서른. 많으면 많고, 적으면 적다고 할 수 있는 나이였다. 연애를 하기엔, 너무나도 나이가 많아 결혼을 바라봐야지 않겠느냐 라는 부모님의 말씀에 못이겨 한두번 맞선을 나갔다가 번번히 딱지를 맞아 오기 일쑤였다. 못생기지는 않았는데, 잘나지 못해서다. 라는 소리를 맞선을 본 여자에게 들으니 그것만큼 충격이 없더라.

그래서 연애라는 것을 해 보고 싶었다. 이미 결혼하고 한두살바기 애까지 딸린 친구들이 이제와서 무슨 연애냐. 그러다 욕먹는다. 했지만, 나이 서른이 되도록 그토록 원하던 애인한번 만들어보지 못하고 이렇게 인생을 마감할 수 없었다. 즐기고 싶던 시간은 어영부영 이미 다 날라가 버렸고, 즐기려고 하니, 나이가 발목을 잡았다.

그러던 어느날, 길을걷다 정말로 아름다운 여자를 만났다.
무슨 바람이 불었을까.
내가 왜 그랬을까.

"저기요..."
"네?"

이십대 초반쯤 되어보이는 여자였다. 갓 대학생의 산뜻발랄한 모습을 하면서 은은하게 복숭아향이 풍겨오는 머리카락을 찰랑이면서 뒤돌아보며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시원스럽게 달콤했다. 전공서적을 들고있는 조막만한 하얀손은 어찌나 섬세해 보이는지. 그야말로 천사같이 아름다웠다.

나는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말했다.

"혹시, 시간있으세요?"

일순간, 그녀의 표정이 싸악 굳어지더니, 홱하고 돌아가 버렸다.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무시당해 버렸을까. 내가 나이가 서른쯤 되어보이는 행색을 하고 있어서 였을까. 아니다, 그래도 깔끔하게 정장을 입고는 흰색의 와이셔츠의 깃은 칼같이 다리고, 바지의 주름도 칼같이 다려 최대한 깔끔하게 하고 다녔다. 거기다 독하지 않게, 향수도 은은하게 뿌리고 다녔고, 손톱도, 입냄새도 항상 청결하려고 애썼다. 

서른으로 보이지 않으려고.

울적한 마음에 친구를 불러놓고 술을 한잔하면서 이 이야기를 꺼냈다. 친구왈.

"너 바보 아니냐? 넌, 딱 봐도 30대 남자야. 그냥, 연륜같은게 딱 하고 느껴지지. 생김새 자체가 말이다. 그런데 그 모습으로 여자에게 작업을 걸려고 했다고? 멍청하긴, 그냥 맞선이나 봐. 요즘 20대가 얼마나 무서운줄 알긴아냐? 네가 작업걸려고 접근한게 그쪽에서는 '원나잇상대'로 인식한다고. 네가 말하는 사랑이라는게 요즘 20대에 통할것 같냐. 좀 철좀 들어라. 철좀."

친구는 그렇게 킬킬거리며 소주잔에 소주를 부었다.

"그럼, 띠동갑은 뭐야...."
"바보녀석아. 그건 헌팅으로 하는게 아니라, 다른 시나리오가 있는거야. 너를 위해 내 한가지 방법을 알려주지. 일단, 친목동아리를 들어가, 그리고 그곳에서 열심히 활동하는거야. 단지 '취미를 이용해 사람을 만나 즐겁게 놀고싶었다는 의지'를 보이면 돼. 그렇게 오랫동안 그런모습을 보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너에게 접근하는 여자가 생길꺼야. 안생길 수가 없어. 최소 1년은 동아리에서 여자는 여자가 아니다 라고 생각하고 취미에 몰두해봐."

친구는 소주를 한번 들이켰다.

"여자는 열정적인 남자를 좋아한다고. 가슴을 펴고, 자신감있게 행동해. 만약, 네게 접근하는 여자가 생기면, 슬슬 데이트 기회를 만들어 내는거지. 당연히, 동아리 모임에서 만났으니까, 그 모임의 파티에서 전화번호 정도는 따놨을거라고 가정하고, 슬슬 따로 만나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내는거지. 서로의 이야기도 많이 하고. '친밀해'지는거야. 그게 바로 작업이다. 우리같이 나이먹은 아저씨들한테는."

친구의 말에 나는 방긋 웃었다.

"오, 괜찮은데? 한번 해 볼까?"

나와 친구는 킬킬거리며 소주잔을 부딪쳤다. 소주를 들이키곤 친구가 깜박 잊은말이 있다는 식으로 말을 했다.

"아, 맞다. 당연한거겠지만, 너무 '친밀해져서' 좋은 오빠라는 존재로 남으면 안되는거야. 그러면 넌, 게임에서 지는거지. 연인이 될 수 있는 뉘앙스와 행동을 해. 천천히. 슬로오울리 하게. 클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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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남자




갑작스런 그의 태도는 이해 할 수가 없었다.

"헤어지자."

반문할 틈도 주지 않은 그의 무성의한 말. 차갑게 자리를 일어나는 그를 막을 기력조차 나질 않았다. 어째서 그는 나에게 그렇게 심한 말을 하는 것일까. 그는 나에게 질려 버린 것일까? 다른 여자가 생겨 버린 것일까? 도데체 이유를 알 수 없는 그의 행동. 그렇다고 해서 물어 볼 수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만난 몇일전만해도 그에게서 아무런 낌새도 느끼질 못했고, 그런 낌새조차 내 비치질 않은 그였으니까.

"다른 여자야?"

눈물을 흘릴시간조차 주지 않는 그를 향해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를 억지로 끌어내었다. 뒤돌아 서는 그. 그리고 한마디. "아냐. 잘 살아. 안녕." 하고는 다시 눈길도 주지 않고 홱 하니 가버리는 그였다. 빌어먹게도 지금 흘러나오는 노래는 알렉스의 '그대라면'. 가슴을 후벼파는듯한 노랫말과 아직 채 가시지 않은 맞은편의 뜨거운 블랙커피는 그가 잠깐 화장실을 간 것이 아닌가 할정도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울 수 조차 없었다. 아니, 울어야 하는지 웃어야 하는지 어떤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어떤 생각을 해야하는지조차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는 불과 몇초전 '헤어지자'라고 말했고, 내가 그 말을 받아들일 새도 없이 떠나 버렸기 때문이었으니까. 사시나무 떨리듯 떨리는 손으로 앞에 놓여있는 잔을 들고 커피를 한모금 삼키자, 씁쓸한 커피의 향이 코끝을 찌르고 뜨거운 커피가 가슴을 녹였다

그 한모금의 커피가 다시 이성을 찾아준듯 나는 핸드백에서 핸드폰을 꺼내 그의 전화번호 단축키를 눌렀다. 그가 사준 전화기. 그리고 단축번호 1번. 지금까지 만난 남자들 중에서 가장 사랑했고, 가장 사랑하고 있던 남자의 전화번호. 무성의한 통화음이 지나가고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왜?]

'왜?' 그 말은 내 쪽에서 해야 하는 말이 아닌가? 왜 그쪽에서 하는 말이지? 내가 듣고 싶은 것은 이유인데. 헤어지자는 이유도 모른채 헤어지면 상처받는것은 누가 되는건데. '나쁜남자. 못된남자. 너 이자식 그렇게 해 놓고도 잘 살수 있나 보자.' 하지만, 그 말들은 가슴 속에서만 중얼거릴 수 밖에는 없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이유....라도 알려줘.."
[무슨 이유? 아, 헤어지자는 이유?]
"그래..."
[알고 싶어?]
"그래..."
[한번 맞춰봐.]

그리곤 끊겨 버리는 그의 전화. 뭐 이런 새끼가 다 있어!!!!!

개똥 밟았다고 생각할까? 그렇게 된다면 지금까지 그와 사귀어 왔던 3년이라는 시간은 어떻게 되는거지? 3년동안 사귀면서 친구들과는 연락이 끊기고, 지인들과도 연락을 끊을 수 밖에 없었는데, 그 보상은 누구한테 받아야 하는거지? 겨우 이딴 핸드폰 선물과 핸드백 하나. 그리고 반지. 몇몇의 꽃들. 그와 함께 찍었던 셀 수 없는 사진들. 그것들이 지난 3년간의 시간에 보상이 되는 걸까? 아니, 보상도 아니다. 지금에 와서 그것들은 모두 날카로운 비수로 변해 내 가슴을 후벼 파겠지.

내가 이렇게 비참해 져야 하는건가? 그를 만나기 전만해도 미인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많은 남자들이 유혹해 왔지만, 모두 뿌리치고 그를 선택한 것인데, 그는 겨우 3년만에 나를 버리고 다른 여자에게로 간다는 소리였던가? 그에게 나와 함께 했었던 3년이라는 시간은 그저 한낱 영수증 쪼가리에 불과 했던걸까? 사랑한다고 포근하게 안아주었던 그 손길은. 달콤했던 그 키스는. 뜨거웠던 그와의 섹스는 모두 헛 것에 불과 했던 걸까? 나는 그에게 있어서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걸까?

다시 통화버튼을 눌렀다. 또다시 무성의한 통화음이 울리고는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왜?]
"모르겠어."
[그럼, 계속 몰라 해.]
"알려줘."
[싫어.]
"다른 여자야?"
[그랬으면 좋겠어?]
"나쁜 놈..."
[이제 알았나보네?]
"나쁜 놈........날 사랑하기는 했어?"
[글쎄, 맞춰봐.]
"왜 그러는거야...도데체 왜 그러는 거야? 나한테 질린거야? 이유라도 알려줘, 알려달라구. 알려줘야 어떻게 하든지 할거 아니야. 이런식으로 끝내는 거야? 우리가 사귀었던 삼년이라는 시간은 뭐야? 그저 쓸데 없는 시간 밖에는 안되었던 거야? 그런거야? 나는 너한테 그것 밖에 안된거야?"
[....응. 할말 끝났으면 끊는다. 이제 전화하지 마.]

그리고 그의 목소리는 끊겼다.
차갑게 식은 커피는 더이상 향기를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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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사랑하세요.




내가 이 병을 앓게 된 것은 벌써 3년이 넘어 버린 것 같았다. 치료할 수 없는 병. 평생을 안고 살아가야 할 병. 의사는 치료가 가능할 거라며 믿어달라고 하지만, 그렇게 말하고 3년이나 지나가 버린 시간은 점점더 내 자신을 야위어 가게 했을 뿐이었다. 이 방법 저 방법 거의 모든 방법을 다 써 가며 병원을 내 집처럼 들락날락했지만, 이 병이 나을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이 병을 가지고서도 일상생활을 영위 할 수 있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다. 죽을 것 같이 아플때는 심장이 멈춘것 같이 아프고 눈물이 계속 쏟아졌지만, 보통은 잠을 자기전에 침대위에 누웠을때만 그렇다는 것. 아니, 때때로 갑작스럽게 병증이 도질때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이 병이라는 놈이 그리도 나를 아프게 만들때는 역시 잠을 자기 직전인 것 같았다.

병을 피하기 위해 잠을 자지 않을려고 했던 적도 있었다. 첫 증세가 나타났을 무렵에 잠을 자려고 하면 이 병이 자꾸 도져 베게가 물기 꽉 찬 스펀지 마냥 축축하게 젖어들었다가도 아침이 되면 퉁퉁 부운 눈으로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하고 일을 나가면 아무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일상생활이 가능했다.

벌써 3년이나 지났다. 앞으로도 이 병은 낫지 않는 다는 생각만 하면 항상 두려움에 벌벌 떨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건 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평생을 안고 살아야 하는 병이기에. 그런 그때에 한 여성이 나에게 다가왔다.

"어디 아파요?"
"예?"
"어디 아프시냐구요."
"아뇨....."

"그런데, 왜 이렇게 길가에 서서 울고 계신건가요?" 하며 손수건을 건네는 그녀. 흰색의 깨끗한 네모반듯하게 접혀있는 그 손수건에는 꽃무늬 자수가 놓여져 있었다. 빙그시 미소를 지으며 "눈물 좀 닦으세요. 다 큰 남자가 왜 울어요?" 라고 말하는 그녀. 그녀는 어째서 나를 발견 한 것일까. 내가 병을 앓고 있다는 것은 외국인가에서 온 닥터 빈 이라는 의사 단 한사람 밖에 모르는 일인데.

"죄송해요. 이 손수건, 더럽혀져 버렸네요."
"아뇨. 괜찮아요. 이제 눈물은 안나시나요?"
"그런 것 같네요. 고맙습니다."
"괜찮다니까요."

'그럼, 이 손수건은 어떻게...' 라고 말하자, 그녀는 연락처를 적어주며 "빨아서 연락주세요." 하며 미소지으며 사라졌다. 그 순간 만큼은 병이 사라진듯, 심장이 멈춘것 같은 통증도, 눈물도 나오질 않았다.
며칠이 지나고 손으로 묻은 눈물을 깨끗하게 빨고, 다림질까지 해서 그녀에게 연락을 했다. 그녀는 "꽤 빨리 연락하셨네요?" 하면서 약간 상기된 목소리로 나를 반겼다. 그녀의 웃는 목소리를 들을때마다 왜인지 가슴의 통증은 찾아오질 않았고, 나는 혹시나 어쩌면 그녀라면, 내 병을 고쳐주지 않을까 하는 바램에 한시라도 빨리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그날 바로 약속시간을 정했다.

그녀가 정하여 만나기로 한 커피숍은 여기가 정신병원인지 커피숍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흰색 밖에 없는 공간. 테이블도 의자도 커피 만드는 기구와 커피. 그리고 주인인지 종업원인지 모를 소녀만 빼 놓고는 전부 하얀 도화지 같은 곳이었다. 거기다 특이한 것은 그 종업원은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검은색 일색의 메이드복. 사장 취향이 좀 이상한가?

"제가 좋아하는 커피숍이에요."
"그런가요? 상당히 특이한 곳이네요."
"네. 가끔씩 연필로 글을 쓰는 사람도 오고..."
"네?"
"아뇨. 후훗. 손수건은 잘 빨아 오셨나요?"
"네. 감사합니다. 제가 커피라도 한잔 대접해야겠네요."

하는 말과 동시에 검은색의 메이드는 흰색의 머그컵에 담긴 검은색의 커피를 가져왔다. 옆에 놓인 각설탕 마저 흰색. 그리고는 유유히 자기의 할 일을 하러가는 메이드. 하지만, 그런 메이드 보다는 내 앞에 앉아서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는 이 여성이 더욱 궁굼했다. 확실히,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아픔이 사라지는 체험을 했었지만, 역시 그녀의 얼굴을 보니, 병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아무런 느낌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프셔서 울었던 건가요?

그녀가 말했다.

"병이....있어서요."
"그런가요? 어떤 병인데요. 갑자기 운다고 하는 병은 들어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상당히 희귀한 병인가 봐요. 외국에서 왔다는 능력 좋은 의사도 3년째 제 병을 못고치셨으니까요."
"어쩜....그래서 낫지는 않는가요?"
"의사 말로는 나을 수 있다고 하는데.. 모르겠어요. 어쩌면, 평생 안고 살아갈 병인가 보죠. 그래도, 가끔씩 울거나 가슴이 아플때만 빼면 일상생활도 가능하고........"

그렇게 내 병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2년전부터 시작된 병. 그리고 밤마다 잠을 잘때면, 찾아오는 고통. 그녀는 걱정하는 눈빛으로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었고, 이해해 주는 것 같았다. 내가 이 병에 대해선 의사 외에는 처음으로 말한 사람이 되었다. 그녀는.

".....의사 말로는 나을 수 있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어요."
"다행이네요. 그래도 안 낫는다는 것보다는 좋잖아요."
"저기...."

나는 말을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망설였다. 그녀를 보고 있자면, 아픔은 느껴지지도, 눈물은 느껴지지도 않는다는 사실에 대해서. 그렇게 말하면, 그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서 겁이 났다. 입술은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고, 아플때 마다 멈추었던 심장과는 달리 이번에는 터질것 같이 쿵쾅 거리는 심장이 온몸을 울렸다.

"아!"

그녀는 박수를 '짝!' 하고 치며 무언가가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그 병이 뭔지 알 것 같아요."

하면서 베시시 웃는 그녀.

"어떤 병인가요?"
"음.. 글쎄요. 말 할 수는 없을 것 같고, 치료법은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치료법요? 어떤 병인지도 모르는데, 치료법을 안다고요?"
"음..그리고, 저만이 치료할 수 있을 것 같은 병인데요?"
"네?"
"기억.... 안나시나요?"
"어떤 기억요?"

그녀는 빙그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제 병을 고쳐 주었잖아요. 당신과 똑같은 병을."
"처음 듣는 소리인 것 같은데..."
"당신은 기억 못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단박에 알았는 걸요. 저의 병을 치료해 준 사람. 왜 제가 당신에게 다가 갔을까요. 당신을 예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거에요. 그리고 당신은 절 그 병을 낫게 해 주신 은인이구요... 당신은 모르겠지만.."
"............고맙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이번에는 제가 고쳐드릴 차례인가요?"

그녀는 살며시 고개를 내밀어 키스를 하고는

"사랑해요."

그러자 3년동안이나 나를 아프게 했던 병이 언제 그랬냐는 듯 나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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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라는 말에 관하여

 

사랑한다는 말이 이리도 아픈것인지 몰랐습니다. 
그가 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해 줄 때마다 눈물이 흐릅니다.


"사랑해.."
"나도 사랑해."

무언가 여운을 남기는 듯한 그의 사랑한다는 말. 그 짧은 여운 속에는 너무나 많은 감정들이 뒤석여 있습니다. 좋아한다. 보고싶다. 안고싶다. 키스하고 싶다. 데이트 하고 싶다. 섹스하고 싶다. 외에도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들이 저 모두 저에게 흘러들어와 제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그가 사랑한다고 말할때마다 눈물을 흘립니다. 너무나 많은 감정들이 제게 짐이 되어 힘들게 하니까요. 그런 감정들을 느끼면서도 더 듣고 싶은 말입니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그가 약간 낮고 은은하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사랑한다는 말을 해 줄때마다 저는 어쩔줄 몰라하며 발을 동동구르기만 합니다.

어쩌면 제가 그를 힘들게 만드는 것이겠죠? 그가 다른 모든 감정을 씌워 사랑해 라는 한마디만을 할 수 밖에 없게끔 안달하게 만드는 제가 나쁜여자겠지요? 그래도 좋습니다. 저는 차라리 나쁜여자가 되겠습니다. 그가 저에게만 '사랑해'라고 할 수 밖에 없게끔 만들겠습니다. 그런것이라면 저는 나쁜여자가 되어도 좋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눈물을 흘립니다. 이것은 슬픔의 눈물이 아니라, 기쁨의 눈물입니다. 그의 '사랑해'라는 한마디 말이 다른 모든 말보다. 저를 기쁘게 하는 한 마디입니다. 겨우 세글자의 단어 일 뿐인데 저는 그 말에 감동하고, 저는 그 말에 눈물을 흘립니다. '사랑해요. 저도 사랑해요.' 라고 외치고 싶고 그에게 달려가 그가 원하는 듯, 그를 꼬옥 껴안아 주고 싶습니다. 눈물을 흘려도 좋습니다. 울다가 웃어도 좋습니다. 사랑해 라는 말이 저를 항상 울게 합니다.

가슴이 너무나 아픕니다. '사랑해'라는 말이 저를 가슴아프게 만들고 눈물을 흘리게 만듭니다. 차라리 거짓말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차라리 거짓말이라면, 이렇게 아플이유도, 눈물을 흘릴 이유도 없을텐데 말이죠. 진심을 담은 그 말이 얼마나 저를 아프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거짓말을 해 상처를 받는 것이 덜 아플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약은 쓰디쓰다고 하던가요. 저에게 쌓여온 상처들이 그의 '사랑해'라는 말 한마디에 치유가 되면서 아픔을 만들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가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그의 말이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그가 항상 제 곁에 있었으면, 그가 앞으로도 제 곁에 있었으면, 그가 영원토록 제 곁에 있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저도 '사랑해'라고 말합니다. 그를 가두고 싶습니다. 그를 작은 상자에 가두어 제 가방에 넣고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절대 보여 주지 않을 것입니다. 필요할때마다 상자를 조금 열어 '사랑해'라는 말을 들으며 웃을 것입니다. 

"사랑해."

백만광년의 거리도 단숨에 좁혀 줄 수 있는 말. 그리고 너무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들을 수 있는 전화기가 있어서 좋습니다. 그의 '사랑해' 라는 말이 귓가를 간지럽힙니다. 그가 '사랑해'라고 말할때마다 가슴이 떨려옵니다. 마치 첫키스를 앞에 두고 눈을감고는 눈을 부르르 떨고 있는 수줍은 소녀처럼, 그때의 그시절로 돌아가게 해 주는 그의 말이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그는 저만의 것입니다. 남들에게 줄 수 없습니다. '사랑해' 라는 말은 저만이 들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 행복합니다. 그가 저만을 사랑해 주어서 행복합니다. 그가 너무나 보고 싶습니다. 그를 너무나 사랑합니다. 절 이렇게 가슴 아프게 만드는 그가 너무나 사랑스러습니다. 몸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는 항상 제 곁에 있습니다.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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