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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좌표 -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생각의 주인으로 사는 법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오찬호의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에는 KTX 여승무원의 철도공사 정규직 전환요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대학생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들은 비정규직으로 입사한 여승무원들의 정규직 전환 투쟁에 대해 ‘날로 정규직이 되려고 하면 안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학생들의 그런 생각은 대체 어디에서 온 것일까? 여기 홍세화 선생의 <생각의 좌표>에 그 답이 있다.
우리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이 온전히 의지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알고보면 그것은 비판없는 제도교육과 자본의 논리로 무장한 미디어에 의해 강요되는 소비자로서의 정체성에서 온 것들이다. 홍세화선생은 이런 성찰되지 않은 생각들을 경계하며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질줄 아는 주체적인 존재가 될 것을 주장한다. 이 책의 부제는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생각의 주인으로 사는 법’이다. 우리는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얼마나 강요당해 왔는가! 학교에서는 암기과목을 통해서, TV에서는 온갖 광고와 드라마를 통해, 이제는 핸드폰을 통해서도 ‘어떤’ 생각들을 주입받는다. 주체가 빠진 일방통행은 더 이상 내 생각이라고 말할수 없다.
홍세화 선생은 ‘내 생각’을 가지기 위해서는 폭넓은 독서, 열린 자세의 토론, 직접 견문, 성찰의 네가지를 제시한다. 독서를 통해 선인을 포함한 타인의 생각을 주체적으로 참조한다. 동시대 사람들과 토론하면서 소통하고, 다양한 경험과 여행을 통해 직접 보고 겪고 느낀다. 이 세가지를 통한 성찰의 과정에서 비로소 내 생각은 주체적으로 형성된다는 것이다. 내 생각은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비로소 갈고 다듬어지는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사람을 이해하고 세상을 보는 눈을 뜨는 만큼 자아의 세계가 확장된다. 학생들에게 인간과 사회에 관해 자기 생각과 논리를 갖게 해야 한다. 학생들은 사물과 현상에 관해 자기생각과 논리를 펼 때 공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p45)
KTX 여승무원들에게 적의를 보였던 대학생들의 이기적인 생각이 그들만의 탓이라고 이야기할수만은 없는 이유다. 사람에 대한 공부는 하지 못하고 오로지 암기과목으로 줄세움을 당해온 결과일까. ‘인권의식도 연대의식도 기대할 수 없는 학벌경쟁’은 경쟁에서 낙오한 사람들에게 사회적 차별을 받아들이도록 작용한다. 그들은 그런 생각을 가지게끔 강요받아 온 것이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문학이다. 사람에 대한 공부. 내 생각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사람을 이해하고 사회를 보는 눈 뜨기’가 필요하다. 이것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다. 선생이 말한 네가지 과정-폭넓은 독서, 열린 자세의 토론, 직접 견문, 성찰-을 통해 비로소 온전한 ‘내생각’을 가질수 있다. 이중 가장 먼저 해야만 하는 것은 독서일 것이다. 정혜윤의 <삶을 바꾸는 책 읽기>에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이창근씨의 말이 실려있다.
“공장에 돌아간다 해도 예전과 다른 인간이 되어서 돌아가고 싶어요. 다른 인간이 되어서 살아보고 싶어요. 나 먹고 사는것만 신경쓰고 살면 안돼요. 우린 그렇게 살면 안돼요.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어요.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책좀 읽으면서 세상을 배우고 싶습니다.”
좀 더 많이 갖는 것보다 내 삶에 긍지를 갖기위해, 좀 더 인간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기위해 어떻게 해야할까?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자. 내 생각이 어디서 왔는지 생각해보자. 그리고 생각의 주인으로 살기위해 한 걸음 나아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