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7년, 근대의 탄생 - 르네상스와 한 책 사냥꾼 이야기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이혜원 옮김 / 까치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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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과 같이 교황의 개인비서였던 포조 브라촐리니라는 인물이 1417년 독일의 한 수도원에서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를 극적으로 발견하기까지의 전후상황과 역사적배경, 수도원과 교황청의 풍경, 살벌한 종교재판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이교도들의 책(그리스와 로마의)을 찾아 헤맨 이탈리아의 인문주의자이자 책사냥꾼들의 이야기들을 매끄러운 문체로 읽기 쉽게 쓰고 있다.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는 헬레니즘시대의 에피쿠로스학파의 대표저작으로 유물론적 원자론에 바탕을 두고 사후세계의 부정, 신과 인간의 특별함에 대한 회의, 쾌락과 고통에 대한 파격적인 주장등으로 중세의 기독교적 세계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이 들어있어 당시로서는 매우 불온하고 위험한 책이었다.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는 8장 사물의 길에서 아래와 같은 명제로 상세하게 설명되고 있다.

- 사물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

- 물질을 구성하는 기초입자인 '사물의 씨앗들'은 영원하다.

- 기본이 되는 입자들은 그 수는 무한하나 형태와 크기에는 제한이 있다.

- 모든 입자는 무한한 진공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 일탈은 자유의지의 원천이다.

- 자연은 실험을 멈추지 않는다.

- 우주는 인간을 위해서 혹은 인간을 중심으로 해서 창조된 것이 아니다.

- 인간은 특별하지 않다.

- 인간사회는 평화롭고 풍부하던 황금시대에 시작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원시의 전쟁에서 시작되었다.

- 영혼은 죽는다.

- 사후세계는 없다.

- 죽음은 우리에게 아무 의미도 없다.

- 모든 체계화된 종교는 미신적인 망상이다.

- 종교는일관되게 잔인하다.

- 천사니, 악마니, 귀신이니 하는 것들은 없다.

- 인생의 최고 목표는 쾌락의 증진과 고통의 경감이다.

- 쾌락에의 가장 큰 장애물은 고통이 아니라 망상이다.

- 사물의 본성을 이해하는 것은 깊은 경이로움을 낳는다.


위의 명제들에서 알 수 있듯이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는 당시로서는 매우 획기적이고 파격적인 주장을 담고 있고 기독교적 중세의 가치관을 넘어 새로운 세계, 즉 르네상스를 여는데 중요한 열쇠가 되었다.


한권의 책이 가지고 있는 생명력,영향력,파급력등에 대한 경외감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실제로도 많은 중요한 책들이 인간의 약탈, 파괴, 무관심과 자연적인 시간에 훼손되어 

영원히 사라졌지만 이 책은 한 인문주의자의 끈질긴 노력과 우여곡절끝에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후대의 인간들에게 고대의 경이로운 생각을 전해주고 있다.


발견된 뒤에는 이책이 가진 이단적 사상으로 인해 교황청에 의해 금서로 정해졌지만 

토마스 모어, 브루노, 몽테뉴등 수많은 인문주의자들이 이책에 영향을 받아서

르네상스의 황금기를 활짝 열었다.

한권의 책이 후대에 미친 엄청난 영향력이 이렇게 크다니 새삼 놀랍다.


역자에게도 찬사의 말을 전해주고 싶다.

마치 국내저자의 글처럼 매끄럽고 읽기쉬운 문체로 문맥을 파악하는데 전혀 어려움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도 꼭 읽어봐야 겠고 저자 스티븐 그린블랫의 세익스피어를 다룬 또 다른 책 '세계를 향한 의지'도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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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7-02-13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대하여』는 몽테뉴 수상록에서도 끊임없이 인용된 걸 보고 진작에 구입해 놓았는데 아직 읽어보진 못했습니다. 어제 읽었던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정략론』(일명『로마사 논고』)에서도 루크레티우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그가 가장 애독했던 책이 티투스 리비우스의 『로마사』와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대하여』였다더군요. 마키아벨리야말로 ‘르네상스‘ 를 상징하는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니 그 책의 영향을 받지 않을 도리가 없었겠다 싶긴 했습니다.^^

박람강기 2017-02-13 15:26   좋아요 1 | URL
예..생각보다 중요한 책이어서 저도 꼭 읽어보고 싶습니다. 호메로스를 따라 6보격의 시로 이루어졌다고 하니 문체도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17-02-13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던 책인데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박람강기 2017-02-13 19:27   좋아요 0 | URL
꼭 읽어보세요.. 유익하고 재미있습니다.^^

나와같다면 2017-02-13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인간은 죽는다 가 아닌

- 영혼은 죽는다. 는 명제가 왜 이리 슬프게 다가오죠..?

박람강기 2017-02-13 23:26   좋아요 0 | URL
영혼도 물질로 보고 소멸한다고 본거죠..철저한 유물론적 관점이니 좀 삭막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