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부터 바빴다. 강의가 있는 날이기에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지하철에 올랐다. 지하철 안에서 책 한 권을 완독하고 경복궁역으로 향하는데 마음속으로는 계속 딴생각이 들었다. ‘오늘 스파오 해리포터 콜라보 오픈하는 날인데...‘ 역명을 보니 경복궁역이었다. 내릴까 말까 고민하는데 문이 닫혀버렸다. ‘그래, 시리우스에게 가는 거야!‘ 강의를 가지 않기로 마음먹고 그대로 충무로까지 가서 명동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갈아탔다. 명동역 스파오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10시 15분이 넘은 시간이었다. 매장은 11시 오픈인데, 10시 40분에 앞당겨 연다고 했다. 줄이 엄청나게 길었다. 다들 바구니에 얼마나 담아올 예정인지 대기줄에 선 사람들은 저마다 캐리어 하나씩을 들고 있었다. 그 앞에서 괜히 기가 죽었다. 나는 시리우스 회색 후드 하나면 되는데. 매장이 열리고 차례대로 입장했다. ˝4층으로 올라가세요˝ 매장 직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4층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후드를 집기는커녕 회색으로 된 물건 하나도 구경하지 못했다. 직원이 박스를 오픈하자마자, 아니 오픈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손들이 달려들어 박스 틈 사이로 보이는 물건들을 집어갔다. 사이즈 확인도 없이! 아마도 사재기를 하려는 사람들인 모양이었다. 그 사이에 끼어서 빈손으로 후드티 재고를 물어보고 있자니 내 처지가 너무 처량하게 느껴졌다. 바구니에 물건들을 잔뜩 쌓아두고 또 새로운 박스에 손을 뻗는 사람들 사이에 이따금 나 같은 사람도 보였다.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은 채 그저 매장을 둘러보고 있는 사람. 그 사람이 원하던 물건을 찾아 떠났을까 글을 쓰는 이 순간 궁금해진다. 매대 앞에서 서성이기를 20분,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두 장 여기에 놓아주세요.˝ 구원의 목소리였다. 시리우스 회색 후드 S사이즈 두 장이었다! 그러나 그 후드는 너무 멀리 있었다. 누군가 두 장을 집어 들었다. 온 힘을 다해 손을 뻗어 한 장을 집었다. 검지 하나를 펼쳐들었다. ˝한 장만 부탁해요˝ 천사 같은 아주머니는 내게 한 장을 넘겨주었다. 그렇게 시리우스 후드는 내 손에 들어왔다. 양말을 얻은 도비처럼 기뻤다.

계산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집에 가서는 기타를 연습해야지. 해리포터 테마곡 악보도 찾아봐야겠다. 아까는 정말 압사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원하던 물건을 사고 나니 뿌듯하고, 힘들여 사서 그런지 더 애정이 간다. 아껴서 오래오래 잘 입어야지. 지금은 구파발역이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헤세 책을 읽어야겠다. 마음이 붕 떠 있어 글자가 눈에 들어올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책을 꺼내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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빔 벤더스의 <파리 텍사스>를 보았다
빔 벤더스는 내게 <한번은,>을 쓴 작가
그만의 모든 한번들은 수백 장 수천 장이 되어
필름에 담겼다 혹자는 로드무비라고도 한다
길 위에 한 남자가 걸어가고 있다
그는 사 년을 걸어왔다 말도 잊은 채
분홍색 스웨터 그리고 전화기
멎었던 말이 터져나온다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는 그의 말을 듣는다
영화는 누군가의 잘못을 이야기하지만 잘못은 길 위에 흩어져버린다
그는 마지막 순간에서도 길을 택한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다 나도 잠시 말을 잊는다
그러다 외출하고 돌아온 엄마를 마주하자 말이 쏟아진다 전화기를 마주한 남자처럼
엄마가 보지 못한 영화의 결말을 이야기한다
이야기하지 못한 수많은 한번들이 나를 독촉한다
이것도 이야기해야지 저것도 이야기해야지 남자는 사실 이런 사람이었고 여자가 떠난 이유는 그것 때문이었고
그러나 결국 이야기하지 못한 수많은 한번들을 뒤로하고 방으로 돌아온다 글을 쓴다
우리 삶에는 얼마나 많은 한번들이 존재할까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한 한번들을 생각한다
그것들은 시가 되기도 하고 일기가 되기도 하고 꿈이 되기도 한다
그런 한번의 조각들을 끌어모으면 언젠가는 남자처럼 떠날 수 있을까
밤길을 걷는다 수없이 흘려보낸 한번의 조각들
완성되지 못한 수많은 영화들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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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무언지 알기 위해
인생의 의미를 가르치는 교수님들을 찾아갔다.
수천 사람들을 이끌며 일하는
유명한 경영자들을 찾아보았다.
그러다 어느 일요일 오후
데스 플레인즈 강가를 어슬렁거리다가
나무 아래에서
한 무리의 헝가리 남자들이
아내와 애들과 함께
어울려 노는 것을 보았다.
큰 맥주통과 손풍금을 곁에 두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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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동네를 걸으며 찍은 사진 세 장을 올려놓는다. 가을이 이제 정말 지나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들. 사진을 찍으며 걸어서 그런가 혼자 걷는 가을길이 쓸쓸하지 않았다. 오늘은 세종문화회관에서 강의를 듣고 광화문 교보에서 점심을 먹었다. 미뤄뒀던 빔 벤더스 영화를 차근히 보고 싶다는 생각 반 쉬고 싶다는 생각 반. 토마토라면은 양이 너무 적었다. 식사 후 라떼를 한 잔 시켜 마시고는 시 코너를 둘러보았다. 페소아의 책을 사려다 문득 이승우가 떠올라 그의 책을 찾아보기로 마음먹었다. 단편을 읽어보고 싶은데 단편집이 있겠지? 검색해보니 <모르는 사람들>이라는 책이 있었다. 바로드림으로 책을 주문하고 서점을 나와 경복궁역까지 걸어가는 길. 지하철에서는 로제 그르니에 책을 마저 읽어야지. 지금 읽고 있는 단편집은 <물거울>보다는 맥 빠지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끝을 보고 싶어서 계속 붙잡고 있다. 오늘은 저번에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산 가방을 메고 나왔는데 생각보다 더 편하다. 평소 가방에 이것저것 집어넣고 다니는 걸 좋아해서 큰 가방을 선호하는데 이 가방은 크기도 적당하고 수납공간도 많아서 굉장히 편리하다. 기억에 메신저백이라고 쓰여 있었던 것 같다. 옅은 말린장미 분홍색이라 색상도 예쁘고(요즘 트렌드를 잘 반영하고 있다) 크기도 커서(☆☆☆☆☆) 앞으로 잘 메고 다닐 듯싶다. 글을 쓰다 보니 벌써 경복궁역에 도착했다. 이따가는 기타 레슨도 가야 하고, 저녁이 되면 또 밖에 나갈 일이 있어서 하루가 바쁘다. 피로회복제라도 먹으면서 다녀야지... 매일매일 외출한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구나(특히 나 같은 집순이에게는...). 힘을 내자. 이제 에스컬레이터 타고 내려가는 중인데 부디 지하철에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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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기사> 보는 중. 2시간 가량 보았는데 사실 크게 재미있지는 않다. 돈 카를로 보고 싶어... 강의 예습만 아니었으면 베르디 다른 작품들을 더 봤을 듯. 그래도 엘리나 가랑차 옥타비안은 궁금하다. 다음 <장미의 기사>는 엘리나 가랑차 나오는 영상물로 결정! 엘리나 가랑차 너무 잘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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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deer 2018-11-01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행히 마지막 30분은 좋았다... 다들 너무 안쓰러워.

deardeer 2018-11-01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좋았던 건 ‘Marie Theres! Hab mir‘s gelob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