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문학과지성 시인선 495
임솔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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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언어인 시를 읽지 않은지 오래 되었다

화창하고 아름다운 봄날에 시집이 읽고 싶어

문학과지성사 시집을 골랐다

함축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예술인 시는 그야말로 문학의 꽃인 것 같다

그런면에서 꽃이 만발하는 이 봄에 시는 정말 잘 어울리는 문학이다

나보고 시를 쓰라고 하면 단 한줄도 못쓸 것 같다

시는 정말 감성과 상상력이 풍부해야 쓸수 있는 것 같다

임솔아 시인의 시집을 읽으면서 감탄하고 놀라웠다.

그중에서 제일 좋았던 <예보>라는 시를 소개하고 싶다.



<예보>

 

나는 날씨를 말하는 사람 같다

 

봄이 오면 봄이 왔다고 비가 오면 비가 온다고 전한다

 

이곳과 그곳의 날씨는 대체로 같고 대체로 다르다

그래서 날씨를 전한다

 

날씨를 전하는 동안에도 날씨는 어딘가로 가고 있다

 

날씨 이야기가 도착하는 동안에도 내게 새로운 날씨가 도착한다

 

이곳은 얼마나 많은 날씨들이 살까

 

뙤약볕이 떨어지는 운동장과 새까맣게 우거진 삼나무 숲과

 

가장자리부터 얼어가는 저수지와 빈 유모차에 의지해 걷는 노인과

 

종종 착한 사람 같다는 말을 듣는다

 

못된 사람이라는 말과 대체로 갖고 대체로 다른다

 

나의 선의는 같은 말만 반복한다

미래 시제로 점철된 예보처럼 되풀이해서 말한다

 

선의는 잘 차려입고 기꺼이 걱정하고 기꺼이 경고한다

미소를 머금고 나를 감금한다

 

창문을 연다 안에 고인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을 창밖으로 민다

 

오늘 날씨 좋다

 

예보라는 시가 내 마음에 와 닿았다

무난한 공통의 대화주제는 날씨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오늘 날씨 어떻다라고 시작해서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별로 불편하지 않게

그럭저럭 서먹한 사람과도 대화를 할수 있다

그러다 보면 시인처럼 내가 날씨 예보하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고

별 특색없는 사람인 것 같아 씁쓸하지만, 또 침묵이 어색한 관계에서는

또 어쩔수 없이 날씨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날씨라는게 요상해서 시시각각 날씨는 변화하고

그래서 대화거리가 끊기지 않게 해주고

하늘 바람 구름 달 별 비 눈 날씨를 주제로

몇날 몇칠을 말할수도 있고 쉬지 않고 끊임없이

날씨에 대한 화제거리가 생겨난다

 

임솔아가 세상을 인식하고, 세상과 자신 사이의 갈등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과정에는 그에 대한 행동이 뒤따른다. 날씨 예보처럼 충분히 예상할 있는 이야기만 되풀이해서 말하던 ‘나’, “종종 착한 사람 같다는 말을 듣”던 ‘나’는 창문에 갇혀 있었던 셈인데, 이제 창문을 열고, 안에(화자의 내면에) 고여 있던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을 창밖으로” 밀어내는 것이다. 사람들이 착한 사람이라고 부르는 사람이지만 창문을 열어 들여다보면 같은 말만을 수동적으로 반복하는 내가 있고, 결국 내가 아닌 나를 밖으로 (착한 사람들과 함께) 밀어냄으로써 나는 내가 있다. 세상의 호의적인 평가에 타협하지 않음으로써 나는 내가 된다.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에는 불합리함과 폭력으로 얼룩진 세상 속에서 차마 적응하지도, 타협하지도 못한 채 놓여 있는 나와 그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편들이 다수를 이룬다. 

이에 더해 세상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나아가 한 발 한 발 내 안의 갈등들을 풀어가려는 시도를 담은 시들은 글로써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시인의 의지를 충실히 담아냈다.


출판사 소개의 글처럼 예보는 결국 세상이 원하는 말만 하는 나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나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시다

 

세상이 원하는 말을 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나를 착하다고 말하고

착함과 나쁨을 명확하게 구분할수 없다

답답함을 느끼던 나는 나를 드디어

착함속에 갇혀 있는 나를 창밖으로 꺼낸다

틀에 갖혀 있다 탈출하니 시원하다

날씨가 어떻든 오늘 날씨는 너무 좋다

 

이처럼 예보는 임솔아 시인이 날씨는 자연적인 현상으로 내가 바꾸지 못하지만

나는 내가 바꿀수 있다 이 세계속에서 내 안의 구김을 해결하고

어떻게 살아갈지를 결정하는 과정의 시작을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이 시집은 보여주는 것 같다

 

임솔아 시인의 시는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시집으로 처음 접했는데

개성있고 강한 메시지 전달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앞으로도 임솔아 시인의 시는 계속 읽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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