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어사전 - 죽어버린 시간 속 단어들을 찾아 떠나는 하루의 여행
마크 포사이스 지음, 김태권 옮김 / 비아북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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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아름다워 오래 살지 못한 말

너무 재미있어 진지하지 못한 말

너무 적확해 널리 쓰이지 못한 말

너무 저속해 점잖은 사회에서 살아남지 못한 말

너무 시적이라 요즘 같은 산문의 시대에 버티지 못한 말

말, 말, 말...

시대에 따라 낱말들도 사라지곤 합니다.

그런 단어들을 찾아 언어 고고학자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수다쟁이' 마크 포사이즈가 시간여행을 떠난다고 하였습니다.

색다른 여행 속에 저도 한 번 떠나보려 합니다.

재담꾼 마크 포사이스,

먼지 틈으로 숨어버린 보석 같은 단어들과

'하팍스 레고메나'를 찾아서

사어사전



우선 저자는 왜 이 책을 썼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 답변이 <프롤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

중세에는 어디나 시간의 책이 있었다. 하루 중 어느 때라도 경건한 사제는 『성무일도서』를 꺼내 딱 맞는 페이지를 넘기고, 판토플 성인이랄지 그 시간에 맞는 성인을 찾아 기도를 올릴 수 있었다. 내 의도도 비슷하다. 이 책이 빠르게 넘겨볼 수 있는 참고서적이 되면 좋겠다. '이 상황은 무슨 낱말이지?' 혼잣말하며 시계를 확인하고, 이 책을 권총집에서 꺼내 맞는 페이지를 넘기고, 식전바람ante-jentacular, 발록구니gongoozler, 빙고 모트bingo-mort 따위 낱말을 찾을 터이다. - page 6

알파벳 순으로 정렬된 사전의 쓸모없음을 한탄한 그.

그래서 이 책의 원제 『The Horologicon』, 즉 '시간의 책'처럼 하루의 각 시간에 맞춘 낱말들을 나열하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이 책을 읽으면서 쉬이 읽히지 않았습니다.

그리스어와 라틴어에서 나온 표현들, 낯선 영어 단어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엔 왠지 찜찜하고 이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있다면 훨씬 재미나게 읽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이런 단어들이 있구나! 알아가는 즐거움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보자면...

아이들이 개학하고 유일한 제 오전 시간, '열한 시'.

오전 휴식의 신성한 시간에 차 또는 커피를 마시거나 비스킷을 먹곤 하는데.

여기서 『곰돌이 푸』 첫 번째 책 두 번째 장의 이야기가 나왔는데

푸는 언제나 오전 열한 시쯤 되면 뭘 먹는 걸 좋아했지. 그래서 래빗이 접시랑 머그 컵을 꺼내는 걸 보고는 굉장히 기뻤단다.

"빵은 뭘 찍어 먹을래? 꿀? 연유?" 래빗이 물었어.

푸는 너무 들떠서 "둘 다"라고 대답했다가, 식탐을 부리는 것처럼 보일까 봐 얼른 이렇게 덧붙여 말했어. "빵은 안 줘도 괜찮아." (앨런 알렉산더 밀른, 『곰돌이 푸』, 박혜원 옮김, 더모던, 2018 - 옮긴이)

여기서 주목한 점이 바로 '군것질'을 가리키는 표현이었습니다.

열한 곁두리elevenses(켄트 방언), 돈턴dornton(북부), 열한 참eleven hours(스코틀랜드), 열한 새참eleven o'clock(미국), 열한 사이참elevener(서포크) 따위다. 열한 사이참이 좋다. 술을 마실 수 있어서다. 나머지 싹 다 절대금주teetotalitarian다. - page 88

이렇듯 여러 표현 방식을 보고 있노라면 새삼 우리의 '한글'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도 지역마다 표현하는 방식이 있듯이 말입니다.

또한 재미난 것도 있었는데...

계산대에서 여러분은 갑작스레 사랑을 깨닫는다. 매장 카드를 받거나 포인트를 적립하는 일을 고객 로맨스romancing the customer라고 하니 그렇다. 로맨스라고는 하지만 단지 누군가 계산을 하고 여러분에게 줄 수 있는 만큼 제공하는 일일 뿐이다. 그런데 모든 로맨스가 그렇긴 하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자. - page 190

로맨스라...

약간은 당혹스럽지 않나요?

(저만 그런가...)

그 시대의 문화와 역사와 학문과 종교를 담고 있는 '단어'.

낱말들은 자연과 같아, 그 정신을

절반은 드러내고 절반은 감춘다.

테니슨의 말처럼 감춘 절반 쪽 낱말들.

앎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었고 새삼 우리의 단어들에 대해서도 이렇게 '시간의 책'처럼 만들어지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오히려 우리 문화에 대해선 잘 알고 있으니 공감하며 즐겁게 읽어내려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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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곤충사회
최재천 지음 / 열림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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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 사회생물학자로서 기후변화 및 생물다양성 융합 연구의 토대를 마련했을 뿐 아니라 돌고래 야생 방류 운동, 호주제 폐지 운동 등 폭넓은 사회적 화두에 치열하고도 따뜻한 목소리를 내어온 '최재천' 교수.

교수님이 이야기를 들려주실 때마다 귀를 기울이곤 하였습니다.

이번엔 어떤 울림을 선사해 주실지 기대하며 떨리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들었습니다.

"이 책은 호모 사피엔스의 기이한 행동에 관한 보고서입니다"

최재천의 곤충사회



곤충은 작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와 사는 모습이 참 비슷하다고 하였습니다.

곤충 중에서도 개미 사회는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신기하다고 합니다.

어떻게 척추도 없는 저 작은 곤충이 우리 인간이 이룩해놓은 문명사회와 거의 비슷한 수준의 사회를 구축하고 살까.

그런데...

어느덧 곤충이 너무 많아 방제를 걱정하던 시절을 거쳐 이제는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곤충이 사라지는 걸 걱정해야 하는 시대에 살게 되었습니다.

꿀벌이 사라지는 것처럼 한 종이 사라질 때 전체 생태계가 와해하는 현상이 벌어질지는, 지금 우리가 가진 자연에 대한 지식으로는 예측하지 못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는 데이터도 우리한테 없는데...

그래서 그는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우리가 '곤충사회'를 비롯한 자연 생태계로부터 배워야 할 경쟁과 협력, 양심과 공정에 대한 힌트들, 그리고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로 인해 닥쳐오는 "어마어마한 일들"에 대한 전언을 두루 다룬 저자의 강연들과 2023년 열림원 편집부와 진행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하며 우리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과연 우리 인간이 이 지구에서 얼마나 더 오래 살 수 있을까요?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1부 생명, 그 아름다움에 대하여>에서는 소설가 솔제니친의 「모닥불과 개미」에서

"가까스로 그 엄청난 공포에서 벗어난 개미들은 방향을 바꾸더니 다시 통나무 둘레를 빙글빙글 맴돌기 시작했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자기 집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일까. 많은 개미들이 활활 타오르는 통나무 위로 기어 올라갔다. 그러고는 통나무를 붙잡고 바둥거리면서 그대로 거기서 죽어가는 것이었다."

글을 그렇게 끝이 나요.

"저들은 왜 저럴까?" - page 28 ~ 29

의문에서 이론적으로 파헤치고 공부하는 학문으로의 관통으로 이르기까지, 생태학을 공부하고 "호모 사피엔스라는 동물"로서의 인간을 탐구하기에 이른 삶과 연구 이력을 풀어내고 있었습니다.


<2부 이것이 호모 심비우스의 정신입니다>에서 본격적으로 사회성 곤충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개미들의 희생정신, 조직력, 협동, 의지...

한 마리만 놓고 보면 미약하지만 힘을 합치면 어마어마한 일을 해낼 수 있음을 볼 수 있었고 충분히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이들의 지혜를 모방하고 다른 모든 생명과 지구를 공유하는 공생인 '호모 심비우스symbious'로 거듭나기까지.



<3부 자연은 순수를 혐오합니다>에서 저자는 "드디어 곤충이 사라지기 시작한"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전환으로서 "생태적 전환"을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3부의 제목이었던 '자연은 순수를 혐오한다'는 말이 솔직히 와닿지 않았는데 이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Nature abhors pure stands."

저는 이걸 우리말로 "자연은 순수를 혐오한다" 이렇게 번역합니다.

아니, 우리는 자연이 순수한 곳이라고 배웠는데 자연이 순수를 혐오한다니, 이게 무슨 소리야? 여기서 '순수'라는 건 다양성이 쏙 빠져 그저 한두 개 남았으니까 그걸 순수하다고 하는, 약간의 빈정거림이 섞여 있는 표현인 거죠. 자연은 순수를 혐오한다. 자연은 결코 순수해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자연은 시간을 두면 점점 더 다양화합니다. 여러분이 지금 계속 듣고 계시잖아요. 코로나바이러스는 알파, 베타, 델타, 오미크론, 변이가 계속 일어납니다. 바이러스는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변신합니다. 자연은 원래 그런 곳입니다. 변이가 많이 생겨서 축적이 되면 새로운 종도 되는 거고요. 이게 자연입니다. 다양성이 중요합니다. -

page 256~ 257

그러나 생물다양성이 고갈되는 지금.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이 순간 우리 인류에게 주어진 전환은 생태적 전환밖에 없습니다. 기술의 전환도 아니고, 정보의 전환도 아닙니다.

죽고 사는 문제에 부딪쳤습니다. 생태적 전환을 해야 합니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현명한 인간이라는 자화자찬은 이제 집어던지고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로서 다른 생명체들과 이 지구를 공유하겠다는 겸허한 마음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공생인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기 때문입니다. - page 279

큰 울림을 주었던 그의 이야기.

끊임없이 '호모 심비우스'를 주장하고 "알면 사랑한다"라는 얘기를 하였던 그.

자연을 관찰하고 공부하면서 우리를 되돌아보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라는 그의 충고를 깊이 새겨봅니다.

자연계에서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가진 우리.

앞으로 내딛는 발자국 하나까지 신경 쓰면서 내디뎌야겠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자연과 올바른 관계를 맺도록 저도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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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라오스 & 골프 - 2024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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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꽃보다 청춘>을 통해 알게 된 곳.

힐링 여행지로 꾸준히 각광을 받고 있는 곳.

'라오스'

이곳의 매력을 한번 느껴보고자 합니다.

쉽고 부담 없이 가볍게 만나는 힐링여행!

해시태그 라오스 & 골프



라오스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에 하나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라오스 사람들이 서로 돕고 살아가는 모습에 여행자들은 최고의 힐링 여행지로 각광을 받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라오스 여행'이라 하면 딱! 떠오르는 것이 아무래도 '자연'으로부터의 '힐링'이 아닐까 싶습니다.

험한 산맥과 깊은 계곡, 울창한 숲으로 이루어진 산악 국가.

지형과 함께 사람이 많이 살지 않고 있기에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라오스를 지구의 마지막 에덴동산이라 부른다고 하였습니다.

그렇듯 어디를 가나 순수하게 보존되어 있는 자연경관을 볼 수 있기에, 어디에서도 느껴볼 수 없는 자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에 어쩌면 문명에 익숙한 우리가 조금의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가는 곳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사람'.

자연을 공경하고 자연에 순응하며 부처님을 믿으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이들을 바라보면 자연과도 닮은 '순수함'이 느껴져 우리의 영혼을 맑게 해 준다고 할까...

그렇기에 우리에게는 쉽고 가볍게 떠날 수 있는 힐링여행지였습니다.

저 역시도 솔직히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라오스에 뭐 볼게 있겠어? 1박2일이면 충분하지?"

하지만 라오스 여행은 2박 3일의 여행 일정으로도 모자란 관광명소였습니다.

그래서 책에서도 라오스 추천 여행 일정이 4박 5일, 5박 6일로 해 주었습니다.



최근에는 저렴한 라운딩 비용으로 동남아시아 골프여행의 선두주자로 올라서고 있는 라오스.

수도인 비엔티안에서 30분의 거리에 있는 골프장을 직접 라운딩하면서 찾은 정보들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자신을 돌아보고 이곳의 사람들에게 선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이곳 '라오스'.

너무 달리는 우리에게 잠시 '쉼'을 선사하는 이곳으로의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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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모두 살인자다
벤저민 스티븐슨 지음, 이수이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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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자극적이었고...

'고전 추리 소설의 재치 있는 반전(워싱턴 포스트)'

'기발하고 재미있는 메타 살인 미스터리(선데이 타임스)'

라는 호평을 받은 것도 그렇고...

입소문에 힘입어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순위에 등극하였다는 등...

이 소설에 대한 수식어가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얼마나 재미있길래...

그 흐름에 저도 합류하고자 합니다.

모두가 살인자인 이 가족.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이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사이가 좋지 않은 우리 가족에게도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가족 모두 누군가를 죽인 적이 있다는 것!

우리 가족은 모두 살인자다



책을 펼치면 이 페이지를 마주하게 됩니다.

살짝 접으라는데...



이는 실제 추리 소설가이자 가톨릭 신부였던 로널드 녹스가 발표한 법칙으로 어느시트는 앞으로 이 규칙을 지키면서 이야기를 하겠다고 약속하고, 사람이 죽는 장면이 몇 쪽에 나오는지도 미리 알려줍니다.

또한 소설 속에서 『미스터리 소설 쓰는 법』을 출간한 작가인 어니스트는 가족의 살인 이야기를 범죄소설 작법서 형식으로 전개함으로써 고전적인 추리 미스터리를 현대적인 스타일로 재치 있게 풀어내고, 매력을 더하는 유머러스한 문장으로 복잡한 가족 서사와 끔찍한 범죄 상황 사이에서 영리하게 줄타기를 하며 출구 없는 매력을 선보입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인 취향엔 좀 맞지 않았다는...

정말 <프롤로그>에서 누가 죽거나 죽었다고 전해 듣는 장면의 페이지가 나오니 살짝 긴장감이 떨어졌고 중간중간에 유머러스한 문장이겠지만 제 코드와는 맞지 않았고 화자가 너무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다고 느껴졌던...

그래서 '미스터리소설'에서만 느낄 수 있는 긴장감이라든지 통쾌함보다는 가족의 서사를 읽어 내려간 느낌이었습니다.

지극히 제 개인적인 주관입니다만... 저 역시도 말이 많았네요...

아무튼!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앞서 어니스트 커닝햄, 다들 언 혹은 어니라고 부르는 그가 이렇게 외치고 시작하였습니다.

나는 분명 가족 모두가 살인자라고 했다. 그리고 속임수는 없다고 약속했다.

나는 사람을 죽였을까? 그래. 그런 적이 있다.

누구였을까?

이야기를 시작하자. - page 14

커튼에 어른거리는 한 줄기 불빛.

마이클 형이 방금 우리 집 진입로에 차를 댔습니다.

"사람을 쳤어."

"그랬구나." 나는 잠이 덜 깬 상태였던지라 사물이 아니라 사람을 쳤다는 형의 말을 겨우 알아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어떤 말을 건네는지 아는 바가 없어 일단 형이 하는 말에 장단을 맞추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야. 내가 쳤어. 지금 뒤에 있어." - page 18

누군가의 생명을 두고 논쟁을 벌이기보단 가족 사이에 서로를 끌어당기는 중력이 작용해서일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형의 차에 올라타게 되었고 그날 밤에 본 형은 세상 그 누구보다 낯설었습니다.

결국 경찰에 신고한 그는 3년 후 출소하게 된 형을 만날 때에도 오직 한 가지, 형이 전혀 바뀌지 않았을까 봐 두려웠습니다.

3년 반이 지나 형의 석방을 환영하기 위해 눈 덮인 스카이 로지 휴양원에 하나둘 모이게 됩니다.

사실 이런 모임을 꺼려 했었는데 그 이유는 사실 커닝햄 가족에게는 과거에 입 밖에 내기 어려울 정도로 비극적인 일이 있었습니다.

어니스트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죽인 경찰관의 장례식에 참석했었는데 그곳에서 수치스러운 모욕을 당했던 어머니.

이는 커닝햄 가족의 삶에 끔찍하게 파고들었는데 그 정점을 찍은 것이 바로 어니스트가 형을 경찰에 넘기면서였습니다.

형의 편이 아닌 경찰의 편에 섰던 어니스트.

다음 날 잠에서 깨었을 때, 두툼한 점퍼의 행렬이 그의 창문 앞을 지나 쭉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무리 지어 있는 곳.

거기엔 동상으로 뺨이 검어진 채 숨을 거둔 한 남자가 눈 위에 반듯이 누워 있었습니다.

애통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이 다들 순전히 호기심으로 시체를 쳐다보고 있는데...

아무도 저 사람을 모르나?

그리고 동상 때문에 까만 줄 알았는데 불에 타 죽은 거라니...

화상 자국 하나 없고 녹은 흔적이 없는 설원에서 그가 누군지 아는 사람도 없고 누구에게도 죽은 남자와 관련된 동기가 없는데...

어떻게?

왜?

그런데 연달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계속되고 과연 이들의 가족 모임은 어떻게 끝날 것인가...

가족 사이에는 중력이 작용한다. 나는 그제야 이 모든 일이 일어나기 시작하던 때 소피아가 내게 했던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같은 핏줄이라고 해서 가족인 건 아니다. 당신이 누구를 위해 피를 흘릴 것인가가 가족을 결정한다. - page 477

이 소설을 통해 깨달았던 이 말의 의미.

사람들은 끔찍한 말을 내뱉었을 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뿐이야"라고 말하곤 한다. - page 323

별 뜻 없이 외쳤던 이 말이 이보다 더 이기적이고도 무섭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진실을 은폐하다 보니 어느새 얽히고설켰던 이 가족.

결국 서로의 민낯을 바라보았을 때 우리에게 건넨 질문.

진짜 가족이란 무엇인지...

저도 그 답을 제 가족과 함께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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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시 - 지금이야, 우리의 소원이 이루어질 시간!
에린 팰리갠트 지음, 김지연 옮김 / 너와숲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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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회 골드 글로브 장편 애니메이션상 노미네이트 <겨울왕국> 시리즈, <모아나>를 잇는 디즈니 100주년 기념작.

정말 극장에서 보고 싶었는데...

그 아쉬움을 달래줄 '책'이 나왔습니다.

소중한 소원을 떠올리게 만드는 이 아름다운 이야기.

저도 만나러 가봅니다.

"네가 별에게 소원을 말하면, 그 소원은 이루어진단다!"

소원이 이루어지는 동화같은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위시



"옛날옛적에 머나먼 곳에 있는 섬에 소원을 들어주는 왕이 사는 마법 같은 왕국이 있었어요.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그곳으로 갔지요."

소원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마법의 왕국 '로사스'.

세계 각지 사람들이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로사스에 몰려옵니다.

열여덟 살이 되면 강력한 힘을 가진 왕에게 자신의 소원을 빌 수 있습니다.

왕은 비밀의 장소에 그 소원들을 모아두고 한 달에 한 번 행운의 주인공으로 선택된 이의 소원을 들어주는 소원 성취식을 엽니다.

로사스에 살고 있는 총명하고 꿈 많은 소녀 '아샤'.

아샤와 염소 발렌티노는 마음속 깊이 사랑하는 사바 사비노 할아버지의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그 무엇보다 간절히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런 아샤에게 매그니피코 왕을 만날 기회를 얻게 되고 왕은 아샤에게 누구든 간절히 원하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을 존중해 줍니다.

그러고는 자신의 비밀의 방으로 아샤를 데려가는데...

그가 팔을 흔들자, 동그란 소원 방울이 내려와 그의 주위를 둘러싸며 빙빙 돌았다. 자몽만 한 크기의 소원 방울이 반짝였다. 매그니피코 왕이 손짓을 하자 구름이 걷히듯 소원 방울의 흐릿함이 사라지면서 하나하나 생생하게 들여다보였다. 그 속에선 누군가의 즐겁고 행복한 소원들이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 page 45

바로 소원들을 모아두는 장소였습니다.

"사람들은 소원이 그저 목표나 계획같은 거라고 생각하지. 하지만 소원은 마음의 한 조각이야. 그중에서도 가장 소중하고 소중한 것이지."

그런데 공중에서 하염없이 떠다니고 있는 소원 방울들을 보던 아샤는 마음이 아파졌습니다.

"그러면...... 대부분의 소원은 이뤄지지 않는 거예요?"

"그렇긴 하지만 내가 그들을 지키잖아? 로사스를 지키듯, 열심히 지키고 있지." 매그니피코 왕은 거품 같은 액체가 담긴 튜브와 비커를 쳐다보며 대답했다.

"그러는 대신 다시 돌려주면 안 되나요?"

"뭐라고?"

"소원들 말이에요." 아샤가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결국엔 들어주지 않을 소원들. 그 소원들을 다시 주인들에게 돌려줄 수 없나요? 그 소원들이 위험하다면 막아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말이죠." - page 50 ~ 51

알고보니 매그니피코 왕의 추악한 진실이 숨겨져 있었고 이를 알게 된 아샤는 매그니피코 왕에게 맞서기로 결심하게 됩니다.

로사스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뛰어올라 소원 나무를 향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언지, 그리고 자신의 소원을 빌게 됩니다.

'로사스 사람들이 왕이 선택한 것 이상의 소원을 가질 수 있기를.'

그 순간 번쩍이는 빛을 내며 응답하는 '별'이 아샤의 곁으로 내려온 것입니다.

"아빠는 우리가 별들과 연결되어 있다고 말씀하셨어. 그래서 나는 별에게 소원을 빌었고, 이렇게 네가 온 거야...... 나를 위해서?"

이 특별한 별과 함께 절대적 힘을 가진 매그니피코 왕에 맞서게 되는데...

하지만 왕은 자신의 힘을 이용해 아샤와 친구들을 위협하게 되고 이들은 큰 난관에 부딪히게 되고...

과연 이들은 어떻게 될지...

이들의 마법 같은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 보는 건 어떨지요.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소원'.

소원을 이루는 여정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모두가 가질 자격이 있는 '소원'.

헛된 희망이라도 가질 자격이 있는 소원이 가진 힘으로부터 우리가 살아가는 건 아닐까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아샤가 우리에게 전한 이 말.

"우린 모두...... 별이야."

이 말이 이토록 감동스러웠습니다.

소중한 소원을 떠올리게 만들었던 이 이야기.

덕분에 저도 잊고 있었던 소원을 떠올려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해 반짝반짝 빛을 내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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