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미술관 - 우리가 이제껏 만나보지 못했던 '읽는 그림'에 대하여
이창용 지음 / 웨일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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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와 미술사 강연 섭외 1순위로 매년 평균 400회 강의 진행, 10년간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 도슨트, 그리고 음악과 결합해 미술 작품을 소개하는 아트 콘서트 등.

이렇게나 다방면에서 독보적으로 활동하시는 미술 스토리텔링의 대가 '이창용'.

그가 이번엔 지금도 우리에게 영감을 주고 있는 불멸의 작품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그림 속에 숨겨진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하였습니다.

우리가 만나보지 못했던 그림 속 인물과 서사에 대해 저도 한번 만나보고자 합니다.

100만이 사랑한 도슨트 이창용이 큐레이션한 그림의 방

"모든 화가는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그림에 '서사'를 담는다"

이야기 미술관



여기 서사가 담긴 그림들이 전시된 네 개의 방이 있습니다.

'영감', '고독', '사랑', '영원'의 방.

첫 번째로 보이는 '영감'의 방에선 고갱에게 마음을 표현하고자 그렸던 고흐의 정물화 <해바라기> 연작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오직 태양만을 바라보며 그와 멀어지면 금세 시들어버리는 해바라기처럼, 오직 그림 하나만 바라보고 그것마저 할 수 없게 된다면 삶의 의미마저 사라지는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을지도 모르는 해바라기.

그 간절함을 알지 못한 고갱에 결국 자신의 귀를 자른 반 고흐.

이후 절망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서일까...

그곳에서 그려진 해바라기 정물화 모작들은 이전보다 왠지 모를 적막과 쓸쓸함이 느껴지는 것 같네요. - page 26

그리고 이어서 인상주의 대표 여류 작가 베르트 모리조, 앙리 마티스를 질투한 피카소, 세상과 맞서 싸우려고 노력한 고야의 작품들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들어간 방은 '고독'의 방으로 외로움과의 싸움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은 뭉크와 겸손만이 교만을 없앨 수 있음을 깨달은 카라바조의 작품, 그리고 신이 아닌 인간, 미켈란젤로가 만들었기에 더 찬란했던 조각품 <피에타>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 방에 <황소> 시리즈를 그린 화가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중섭'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그의 작품 중 <달과 까마귀>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까마귀'를 흉조라고 생각하고 빈센트 반 고흐 역시도 자살 직전에 그렸다고 알려진 <까마귀가 나는 밀밭>과 같은 의미로 해석되지만 이중섭 화가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이중섭 화가는 일본에서 유학 생활을 했고 일본인 아내까지 두고 있기에 누구보다 일본 문화에 친숙했을 것으로 보이고 또한 평양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는데 평양 곳곳에 있는 수많은 고구려 고분벽화 속 '삼족오' 세 발 까마귀로 인해 흉조라기보다는 길조에 더 가깝지 않았을까?

무엇보다 이 작품에 대한 해설이 인상 깊게 남았었습니다.

다시 작품을 살펴볼까요? 이 작품은 아마도 자유로이 가족의 품으로 다시 돌아가고픈 바람이 담긴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작품 속 짙은 푸른 배경은 자신과 가족들을 가로막는 현해탄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림 오른쪽을 보면 날고 있는 까마귀 한 마리가 있습니다. 일본에 있는 가족에게 날아가고픈 이중섭 화가의 모습으로 볼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왼쪽의 까마귀들은 이중섭 화가의 가족으로 추측되는데, 그중 가장 우측에서 이중섭 화가를 바라보는 까마귀는 아내이고 좌측으로 장난을 치고 있는 두 까마귀가 아들 태현이와 태성이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좌측 까마귀 무리를 보면 상단에서 그들을 향해 날아드는 또 다른 까마귀가 눈에 띕니다. 저 까마귀가 상징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이중섭 화가는 1945년 아내와 결혼하고 이듬해 봄, 사랑하는 첫째 아들을 낳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는 이름이 없습니다. 바로 이름도 짓기 전 너무도 어린 나이에 디프테리아로 세상을 떠나버렸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지켜내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죄책감, 그리고 친구 하나 사귀지 못해 저승에서 아들이 혼자 외롭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이중섭 화가는 아들 또래의 벌거벗은 사내아이들이 등장하는 군동화를 그려 관 안에 함께 넣어주죠. 이를 계기로 이중섭 화가의 또 다른 대표작인 군동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그렇다면 까마귀 가족을 향해 날아드는 저 까마귀는 먼저 세상을 떠난 첫째 아들이 아닐까요? 먼저 세상을 떠난, 이름도 지어주지 못한 첫째 아들과 일본으로 떠나보낸 가족 곁으로 날아가고픈 이중섭 화가의 바람이 담긴 것은 아닐까 합니다. - page 94 ~ 97





이제 분위기를 바꿔 '사랑'의 방으로 입장해 봅니다.

이곳엔 추운 겨울에 태어난 조카에게 아몬드꽃의 상징처럼 희망을 가득 안고 건강하게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린 반 고흐의 <꽃 피는 아몬드 나무>를 필두로 남녀가 황금빛 옷과 장식에 둘러싸여 입맞춤을 하는 모습이 그려진 클림트의 <키스>, 딸의 헌신에 대한 미안함을 담아 성결 속에 등장하는 아들의 희생 이야기를 그린 샤갈의 <이삭의 희생>, 그리고 무언가에 홀리듯 이 작품에 끌리게 되었는데...

바로 장 프랑수아 밀레의 <기다림>.

밀레는 '사랑하는 나의 할머니와 어머니도 성서 속에 등장하는 부모처럼 이곳에서 나를 그토록 기다리고 계시지 않았을까'하는 마음과 두 사람이 20여 년간 애타게 자신을 기다리던 것에 대한 죄송함을 <기다림>에 담아냈던 것이 아닐까요? - page 173



마지막 방은 '영원'의 방으로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 속에 빠질 만큼 그 시대의 찰나와 모습이 강렬하게 담긴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전쟁 속 잔임함에 대항하고자 만들었던 피카소의 <게르니카>, 영원한 죽음의 순간을 꽃과 함께한 존 에버렛 밀레이의 <오필리아>, 끝없는 아름다움을 말한 로렌스 알마 타데마의 <암피사의 여인들> 등 역사적 순간과 삶의 의미, 더 나아가 작가의 신념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림을 통해 그 시대의 삶과 문화, 역사를 알게 되었고 나아가 내 삶이 다채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이 시간.

저자가 마르크 샤갈이

"예술에 대한 사랑은 삶의 본질 그 자체다"

라고 했듯이 우리의 삶에도 예술이 자연스레 스며드는 순간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 이 책을 통해, 그의 강연을 통해 또 한 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잠깐이었지만 강렬했던 '읽는 그림'.

또 다른 작품, 그 작품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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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마케팅의 비밀을 열다 - 인간의 구매 행동을 유발하는 뇌과학의 비밀
한스-게오르크 호이젤 지음, 구소영 옮김 / 다산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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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다들 경험을 해 보았을 것입니다.

쓸모없지만 예뻐서, 힘들었던 하루의 화풀이로, 혹은 그냥 사는 것 자체가 재미있어서 구매한 것들이 있음에...

사지 말자고 생각하면서도 결국 카드를 긁게 되는 우리의 심리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독일 경제계의 권위자이자 심리학자인 한스-게오르크 호이젤 박사는 15년간 뇌과학과 심리학, 마케팅을 연구한 끝에 우리가 판단을 내릴 때 이성보다 감정에 훨씬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을 알아냈다고 합니다.

인간의 뇌 속에서 벌어지는 구매 결정의 비밀.

저도 같이 파헤쳐 보고자 합니다.

"당신은 제품을 판매하는가,

구매의 이유를 판매하는가?"

뇌과학, 경영학, 심리학이 15년 연구 끝에 밝혀낸

고객이 반드시 '그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

뇌, 마케팅의 비밀을 열다



누군가 당신에게

"어떤 제품을 제값보다 천 배 이상 주고 살 의향이 있으십니까?"

라고 묻는다면 당신은 딱 잘라

"절대 없다"

라고 단호하게 답할 것입니다.

아니 더 나아가 이토록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겠냐고 묻는 것 자체를 불쾌해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상을 돌아보면 깜짝 놀랄 일이 있는데...

가장 흔하게 소비하는 생수를 예로 들어 보았습니다.

우리 같은 경우 수돗물 '아리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보다 몇 배나 비싼 물을 사 먹지 않는가요.

우리의 아리수가 깨끗한 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데도... 왜?

그 비밀은 바로 '감정 강화'에 있었습니다.

감정 강화란 소비자의 감정적 반응을 증가시키고 강화한다는 뜻으로 여러 제품들이 이 방법을 활용해 상품의 가치를 높이고 있었는데...

과거 뇌 연구 모델에서는 각 뇌 영역이 양파 껍질처럼 겹쳐 있지만 서로가 거의 연결되어 있지는 않아 각자 독립적으로 작동하므로 신피질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고 여겼습니다.

인간의 뇌에서 의식적이고 합리적이며 컴퓨터처럼 이성적인 결정을 내리는 신피질이 실질적인 권력을 행사한다고 가정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뇌 손상을 입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뇌의 감정 처리 영역이 손상된 환자는 결정을 제대로 내릴 수 없으며, 감정이 뇌에서 중추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히게 됩니다.

즉, 우리가 판단을 내릴 때 이성보다 감정에 훨씬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을 알아낸 것입니다.

이 사실은 마케팅에서 혁명과도 같은 발견이었고 이제 소비자의 감정을 움직여야 함을, 뇌 속에 있는 무의식을 움직이는 방법만 안다면 그토록 바라왔고 꿈꿔왔던 폭발적인 매출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럼 감정을 마케팅에 이용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소비자의 감정이 어떤 시스템을 따르는지 알아야 했습니다.

크게 세 가지 주요 시스템으로 나누는데

안전을 추구하는 균형 시스템,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자극 시스템,

권력을 추구하는 지배 시스템

등이 있습니다.

이 시스템을 통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감정의 힘과 고객의 소비 심리를 파악할 수 있었는데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애플의 아이폰'이었습니다.

고가 정책, 폐쇄적인 OS, 독단적인 서비스 체계로 인해서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럼에도!

애플은 균형 시스템과 자극 시스템을 동시에 활용함으로써 세계 1위 기업이 되었다는 사실.

다양한 사례들을 바라보면서 세계적인 기업들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기업·제품·서비스의 가치를 높이는 핵심 요소가 '감정'이라는 것을!

새삼 놀랍지만 뒤돌아보면 속았다는 씁쓸함이 남곤 하였습니다.

읽고 나서 우리는 합리적인 소비자가 될 순 없는 것일까? 란 의문이 남았습니다.

아니, 그전에 내 '감정'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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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가이드북 - 2024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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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찾는 길의 대명사 '산티아고 순례길'.

저 역시도 한 번은 가보고 싶은 그 길.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로 닫혔던 이 길이 2021년 가을에 다시 열리면서 정말 순례길을 기다려온 전 세계 순례자들이 찾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직접 걷지는 않지만 저도 그들과 동행하고자 합니다.

처음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가이드북



카미노 데 산티아고.

카미노 Camino는 '길'

de는 '~의'

산티아고 Santiago는 예수의 12제자 중 한 명인 야곱(야고보)

을 말하는 스페인어 이름.

예수님의 제자였던 야곱(산티아고)은 서기 44년경에 처형당했다고 합니다.

그를 따르던 사람들이 그의 유해를 돌로 만든 배에 싣고 바다에 띄웠는데, 그 배가 스페인의 북서부인 갈리시아 지방에 도착했고 산티아고 길의 목적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에 그의 유해가 묻혀 있습니다.

서기 950년경에 유럽인들이 산티아고를 참배하기 위해 시작된 순례.

거의 1,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길로 한동안 잊혀졌던 이 길은

1982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방문하고

1987년 파울로 코엘류가 『순례자』라는 소설을 출간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가?

매해 약 40만 명 정도의 전 세계인들이 순례길을 걷기 위해 찾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성 야곱의 영혼이 살아 숨 쉬면서 순례길을 걷는 순례자들에 한 명, 한 명에게 인생의 새롭고 긍정적인 미래를 만들 수 있는 힘을 전해주고 있다. 이 길을 걸은 후에 당신의 미래는 과거에 경험한 인생과 다르게 될 것이다. - page 20

아마 저마다의 '간절함' 때문은 아닐까...

그렇기에 힘든 여정이지만 배낭을 메고 묵묵히 '순례자'가 되어가는 건 아닌가 싶었습니다.



생 장 피드포트에서 시작된 순례길.

그렇지 않아도 산티아고 순례길이 익숙하지도 않지만 가장 힘든 구간에서 시작하게 됩니다.

출발하면서도 걱정부터 앞서게 되는...

그렇다고 포기하겠는가!

걷고 걷고 거닐다 보면...


 


어느새 도착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그렇게 33일간의 여정의 마무리를 장식하게 됩니다.

솔직히 가이드북이라는 느낌보단 여행 에세이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오랜 시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왔던 저자이기에 순례자들이 어떤 정보를 원할지 잘 알고 있었고 단순히 정보만이 아닌 그때의 느낌도 알려주기에 개인적으로는 더 좋았습니다.

저자는 이 길을 통해 '인생'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어떤 이는 성공을 하고 어떤 이는 실패를 하지만 누가 행복한 인생을 살지는 모른다. 실패를 했지만 행복한 인생을 살았던 이가 더 좋을 수도 있다. 신이 인간에게 생명을 주었다면 누구나 죽을 때까지 살아가기만 한다면 신이 인간에게 준 책임을 다한 것이니 '성공'한 인생이다. 성공만을 위해 다른 사람들을 제치고 살아가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면 인생의 후반기에 누구에게 보복을 당할 수도 있고 불행이 찾아올 수도 있으므로 인생은 누구나 모르는 상황에서 살아간다. - page 11

함께 교감을 나누면서 서로 도와주며 받는 살아가는 것.

저도 한 수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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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30년째 - 휴일 없이 26만 2800시간 동안 영업 중
니시나 요시노 지음, 김미형 옮김 / 엘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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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만 하더라도 눈만 돌리면 보이는 '편의점'들.

그곳엔 물건을 사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업무들도 할 수 있기에 저에겐 중요한 곳 중 하나가 되었는데...

마냥 편리하게만 이용했던 저에게 미처 몰랐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 준다기에 궁금하였습니다.

당연하게만 생각하고 편하게 애용한 편의점의 24시간 365일 영업.

하지만 그들의 피 땀 눈물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진정한 '편의점 인간'의 생활 밀착 극한 에세이

휴일 없음, 알바 없음, 돈 없음의 쓰리 콤보

24시간이 모자란 편의점 사장의 다사다난 업무 일지

편의점 30년째



자영업자가 되고 싶었던 남편의 꿈을 위해 1990년대 중반부터 남편과 함께 편의점을 운영 중인 니시나 요시노 씨.

막 시작했을 때는 이런 손님들을 만나며 극심한 인간 불신에 빠졌다고 하였습니다.

-계산하는 손님이 길고양이에게 먹이라도 주듯 동전을 던진다.

-"도시락을 데울까요?" 하고 물으면 전자레인지를 턱으로 가리킨다. ("데워"라는 뜻인가 보다.)

-전화를 받았더니 다짜고짜 "영수증 보니까 스파게티 값이 하나 더 들어가 있잖아. 지금 당장 돈 챙겨서 집까지 사과하러 와!"

...

여태껏 살아오면서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일들로 오죽하면 동네 사람들 사이에 '항상 문제만 생기는 편의점'이라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하지만 30년이란 세월동안 자신의 일과 일터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맡은 책임을 다한 그녀.

그녀로부터 '꺾이지 않는 마음'보단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마음'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필요한 덕목임을 일깨워주고 있었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먹는 것, 읽는 것, 유행하는 것, 그 모든 것들이 갖춰져 있는 편의점.

편의점의 변화를 보고 있노라면 시대의 움직임이 속속들이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나 생각의 변화까지.

그야말로 편의점은 '사회의 축소판'이었습니다.

그 속의 인간 군상과 사회의 변화, 그리고 점주로 일하며 느낀 희로애락까지...

읽으면서 그 어떤 이야기보다 감동을 선사해 주고 있었습니다.

사실 저도 이런 의구심이 들곤 하였습니다.

"왜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 같은 프랜차이즈 편의점이 있는 거지?"

이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바로 도미넌트(지배적) 출점이라고 하는 편의점 전략 중 하나라 하였습니다.

편의점 본사는 어느 한 지역에 몇 군데 매장을 일부러 집중적으로 만들어 그 지역을 지배(도미넌트)하게 한다. 하나의 매장보다 물류 효율이 좋기도 하고 그 지역에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광고의 효율화나 경쟁 회사의 출점 억제 의도가 있다고 한다. - page 174

그리고 '편의점 알바'를 바라보는 시선...

"편의점 알바 정도는 할 수 있을 텐데?"

"그래 가지고는 편의점 알바밖에 못 한다"

같은 식으로 편의점 알바를 얕잡아 보곤 하는데 큰코다칩니다.

일단 처리해야 하는 업무 종류가 말도 안 되게 많다. 계산대에서만 하는 업무만 따져도 열 손가락이 모자랄 지경이다. 계산 말고도 '택배, 우편함 배달, 중고 마켓 접수', '인터넷 쇼핑 지불', '티켓 판매', '선물 배송 예약과 판매', '공과금 대행 수납', '택배 물건 대신 받아주기', '우편, 엽서, 레터 팩(일본 전국 일률 520엔으로 우표 없이 보낼 수 있는 우편.-옮긴이) 판매', '자치단체 폐기물 수거권 판매', '담배 판매', '반찬 판매', 시기에 따라서는 '연하장 인쇄 접수와 판매', '명절 선물 접수' 등등으로 끝이 없다. - page 125 ~ 126

이렇게 옮겨 적는 것도 벅찬데...

아무튼 이 모든 걸 해내기 위해선 제대로 이해해야만 해낼 수 있기에, 무엇보다 우리의 인식이 직업에 지위가 있다는 그 사고방식부터 바로잡아야 함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옮긴이의 말에서 무척이나 공감했었습니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편의점을 바라보며 쓸쓸함을 느끼곤 했었는데...

동네 슈퍼에서 맡을 수 있던 '사람 냄새'를 규격화된 편의점이 지워버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번역하면서 그건 나의 편견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곳은 깔끔함과 편리함을 유지하기 위해 24시간 청소하고 물건을 채우는 '사람'이 있었다. 다양한 인간 군상과 부대끼고 마음을 주고받으며 진지하게 하루하루를 사는 '사람'이 있었다. _옮긴이의 말

편의점 역시도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저 역시도 편견을 깨치게 해 주었습니다.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다면 이제부터 그들의 노고에 감사함을 느끼며 눈을 마주치며 다정한 인사라도 건네볼까 합니다.

서평단 이벤트에 참여하여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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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이 그 말이에요 - 오늘 하루를 든든하게 채워줄, 김제동의 밥과 사람 이야기
김제동 지음 / 나무의마음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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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그럴 때 있으시죠?》 출간 후 8년 만이라고 하니 말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에 티비에 나와서 '공감'과 '위로'를 전해주는 모습에서 반가웠었는데 이렇게 이야기까지 들려준다니 오래간만에 툭 터놓고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밥은 먹고 합시다. 그래야 우리 사니까요!

읽다 보면 왠지 모르게 뭉클했다가

어느새 콧노래를 부르게 될

아주 작고 소중한 김제동과 나, 우리들의 이야기

내 말이 그 말이에요




30만 독자가 함께 읽고 공감한 전작 《그럴 때 있으시죠?》 출간 후, 8년 만에 선보인 두 번째 공감 에세이!

(저도 그 30만 독자 중 한 명이었습니다. 헤헷;;)

사실 그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른 이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그만이 전할 수 있는 위로와 공감을 참으로 그리워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그에게 너무 감사했습니다.

이렇게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나줘서...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서...

그리고 같이 나누어주어서...

이번에는 그가 나를 먹이고 남을 먹이고 돌보는 살림 이야기, 아이들을 만나 함께 웃으며 치유받는 뭉클한 순간들, 그리고 '임시보호'하던 강아지 '탄이'와 5년째 함께 살면서 느낀 가슴 따듯한 순간들을 특유의 입담으로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우리에게 건넨 말,

"내 말이 그 말이에요"

'밥 한 그릇'의 의미.

나를 만나는 일

나를 잘 먹이는 일

나를 북돋는 일

...

부디 몸이든 마음이든 배고픔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모두의 밥 먹는 소리가 늘 어우러진 세상이면 좋겠다는 바람이 저에게도 소중히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봄'을 맞이하는 요즘에 건넨 다정한 안부.

누구도, 어떤 다른 꽃들도 감히 그 꽃에게

"너는 더 열심히 피어야 가치 있다."

"더 많은 꽃잎을 달아야 하지 않겠느냐."

이렇게 채찍질하듯 몰아붙일 자격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먼저 핀 꽃이라고 아직 피지 않은 꽃들을 무시하거나,

자기가 화려하고 크게 피었다고

아직 꽃봉오리를 간직한 꽃들에게

너희도 이렇게 피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더 부지런하게 피라고 말해서도 안 되고요.

아직 피지 않은 꽃이라고 해서

'나만 꽃이 아닌가?'하고 걱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꽃입니다.

저마다 속도로 세상에 나오고,

저마다의 색으로 최종 결정권을 가지고,

저마다의 시기로 살다가 땅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니 모든 꽃의 속도와 색깔과 시기는 옳습니다.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이런 한없는 믿음과 지지를 스스로에게 쏟아주어 줄 때

우리는 모두 꽃으로 핀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러니

"오롯이 너의 결대로 살아도 괜찮다."

인상적이었던 <어른이 된다는 것>.

매년 토크콘서트를 한다고 하였습니다.

한동안 어디 가서 크게 웃지도 못했던 분들에게 다른 사람이 하는 얘기를 안 받아 적어도 되고, 그저 웃기면 웃으면 되고, 안 웃기면 안 웃으면 되고, 그러다 공감이 되면 가끔 고개를 끄덕이는 시간, 그렇게 어른 되느라 애쓰셨다는 말과 함께 응원의 말을 건넸는데

"니가 피는 걸 도울게.

내가 피는 것도 지켜봐 줘.

우리 다 꽃이야."

그랬더니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대책 없는 위로 좀 그만해라."

대책 없는 위로...

솔직히 대책을 몰라서 안하는 거 아닌데 말입니다.

누가 제일 많은 대책을 세우고 했겠습니까?

자기예요. 남의 충고가 대책이 될 수 없잖아요.

우리 감정은 말이 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요.

감정은 반드시 정당하지 않아도 되고,

누군가의 동의나 승인을 받을 필요 없는 거니까요.

그래서

"그럼 그만하면 됐어.

그래, 그만하면 괜찮다."

저는 이런 말들이 사람을 살게 한다고 믿습니다.

조건 없는 지지와 응원, 그런 게 천국이고,

때로는 그런 말도 필요 없이 그냥

"그래, 잘 살았다. 내 니하고 끝까지 갈 끼다."

이렇게 얘기해 주는 한 사람만 있으면

저는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앞으로도 대책 없는 위로를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아이에서 어른까지 사람의 마음을 대책 없이 무장해제 시키는 그.

이런 매력 때문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근데 왜 아이 없는 저에게 자꾸 학부모님들이 아이와의 고민을 묻는 거예요?

자랑하시는 거죠?

흑흑! - page 185

읽으면서 마치 그가 옆에서 가만히 들어주고 공감해 주고 이야기를 건네는 것 같았습니다.

(가끔은 특유의 웃음소리도 들리는 듯했던...)

문득문득 힘들고 지칠 때, 저는 또다시 그에게 손을 내밀 것 같습니다.

힘들 때, 기쁠 때,

문득 아무 페이지나 펼쳐 주세요.

그리고 말합시다. 이야기합시다.

그래야 우리 사니까요.

덕분에 진짜 살아갈 힘을, 행복을 느꼈습니다.

그러니 부디 계속 이야기를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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