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청춘의 워킹홀리데이 분투기 생활의 발견 시리즈 2
정진아 지음, 정인선 그림 / 후마니타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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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워킹홀리데이를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도 내 인생 답 없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워킹홀리데이라는 단어는 절대 뒤처지지 않고 그 어떤 대안 보다 먼저 떠오른다. ‘스물다섯‘, ‘청춘‘, ‘워킹홀리데이‘, ‘분투기‘, 그리고 영어와 돈까지. 삶이 고달플 때마다 워킹홀리데이가 떠오르는 건 저 단어들의 달콤쌉쌀한 이미지의 조합 때문이다. 청춘은 자고로 고생하며 분투해야 하고 영어와 돈은 필수인 세상인데 그것들을 단지 비자를 받아 어딘가에 발을 디디기만 하면 한 번에 싹 다 쟁취할 수 있을 것만 같지 않은가. 한국에서 사는 것도 힘든데 말도 잘 안 통하는 타지에 나가 혼자 살면 고생만 죽도록 하다 올 것 같다는 생각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도, ‘어려서 하는 개고생은 나중에 돌아보면 추억이다‘,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고생하면 돈도 주고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도 배울 수 있다‘라는 글귀가 떠오르며 당장이라도 워킹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떨림을 실행으로 옮겨줄 확실한 간증이 필요해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온 사람들의 에세이를 찾아 본다. ‘내 청춘의 첫 프로젝트 워킹홀리데이‘, ‘ 나는 워킹홀리데이로 인생의 모든 것을 배웠다‘, ‘ 20대라면 떠나라‘, ‘도전하는 젊음이 아름답다‘. 크, 역시 청춘은 외국 나가 개고생을 해야 깨달음을 얻고 성공적이고 아름다운 인생을 살 수 있는가 보다. 청년들 다 중동에 가라는 말이 괜히 하는 말이 아닌가 보다. 역시 큰 사람들이 하는 말은 다 큰 뜻이 있었던 거다. 

근데 그 가운데 산통 깨는 에세이가 한 권 있었다. 이 아름답고 빛나는 청년들의 고생을 찬송하는 책들 가운데 저 홀로 음영 져있는 책이었다. 워킹홀리데이, 좋아 보이지만 돈 없고 영어 못하면 홀리데이는 고사하고 워킹만 하다 온다는 엄중한 경고를 하는. 아니 영어 못하고 돈 없어서 워킹홀리데이가서 적당히 알바하면서 돈 많이 벌고, 문법 위주의 오지선다형 영어에서 벗어나 외국인 친구들 사귀면서 레알 현지인들의 실전 영어를 공부하고 귀국하기 전에는 여행 좀 하고 와서 그 스펙 가지고 취업 좀 하겠다는데 결국엔 외국인 노동자로 일만 하고 올 수도 있다니 이 무슨 산통 깨는 이야기인가. 

근데 사실 그래서 이 책에 더 믿음이 갔고 읽게 되었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너와 함께한 모든 시간이 좋았던 걸 제외하면 원래 모든 것이 좋았다거나 모든 것이 나빴다는 건 모두가 다 거짓일 확률이 높으니까. 현실은 항상 극단에 있지 않고 그 중간 어딘가에 애매하게 걸쳐있으니까. 이 책을 읽으며 이 흥분을 좀 가라앉히고 워킹홀리데이에 대해 이성적으로 판단해보려 했다.  

영어, 돈, 추억, 스펙, 영어까지 모든 것을 한 번에 얻을 수 있는 워킹홀리데이의 실사정은 임금체불과 단순노동의 반복, 호주 사회의 최하층으로 편입되어 아무도 일하려고 하지 않는 곳에서 최소한의 법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아무런 지원 없이 나 홀로 깨지고 일어나고 부서지고 회복해야 하는 외로움, 소개비 명목으로 애써 벌은 돈을 모두 가져가는 브로커들과 불법 이민자들을 노예처럼 부리는 고용주들이다. 물론 이런 일들을 ‘호주 워킹홀리데이의 진실!‘이라고 해서 호주 워킹홀리데이엔 호주도 없고 홀리데이도 없고 워킹만 있다면서 호주의 노동력 부족과 한국의 영어 만능주의가 합쳐져 만들어낸 청춘들의 꿈으로 지속되는 기이한 프로그램이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일들이 진실이 아닌 것은 아니겠지만 이 또한 진실의 한 조각일 뿐일테니까. 분명히 80만 원만 들고 호주로 가서 돈도 벌고 영어도 공부해서 세계여행을 떠나 결국엔 작가가 되고 강사가 되는 사람도 있고 인생의 진리를 깨닫고 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성공적인 이야기들 만큼이나 이 책도 진실일 거다.

길지 않은 책이지만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정말 알아야 할 것을 말해주는 책이다. 장밋빛 희망 아래 숨어 있는 가시가 있음을 알려주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꽃을 보고 오는 것 같긴 하다. 누구는 가시에 찔려 너무 많이 상처받고 혹자는 가시에 걸리지 않고 꽃만 따오는 것 같기도 하지만. 시드니에 위치한 쇼핑몰 5층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워킹의 이야기를 들으니 저 호주라는, 워킹홀리데이라는 꽃 덤불에 뛰어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이 도움이 될 거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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