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방 
김이정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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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단편 소설집입니다. 한국 단편을 읽은지가 꽤 오래 되어서 약발이 떨어질 때쯤 되었다 싶어, 한 권 잡아보았습니다. 이번엔 김이정 작가의 작품집에 손을 대봤는데 처음 읽는 작가였습니다. 표제가 된 <그 남자의 방>의 일부 문장을 읽고 마음에 들어 읽게 되었는데요, 역시 괜찮더군요. 좋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총 일곱 편의 작품 중에 좋은 게 그것밖에 없었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나머지는 뭐랄까, 역시, 아이고. 뭐 그런 거였습니다. 여기서 역시 아이고란 김이정 작가의 단편이 유독 형편없었다, 라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가 기존에 보아왔던 칙칙한 곰팡내 나는 분위기에 아무 스토리 없는 사념적인 한국 단편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그래서 작품 해설을 하는 평론가만 신나게 풍선껌을 달아가며 이것저것 그간 공부한 지식을 주렁주렁 매달아 놓는, 그런 것이었습니다. 단편 좀 읽어보신 분들은 무슨 얘기인지 금방 아실 것 같은데 말이죠. 해서 작품 해설은 읽지 않았습니다. 뭔 한국인이 한국 소설을 읽으면서 작품 해설까지 봐가매 즐겨야 할 이유도 엄꼬, 꿈보다 해몽이 달나라에 떼제베를 타고 날아다닐 것은 안 봐도 비디오인 바, 그 코너는 그저, 평론가의 소주값을 위해 자리하는 것이지 독자를 위해 있는 글은 아니란 생각입니다.

      줄줄 외우면서 공부하니라 애는 쓰셨습니다. 열심히 공부했으면 된 거지, 무얼.

 

      문장이 좋은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하자면 박완서 선생처럼 느긋하면서도 리듬이 좋은 그런 문장을 구사하시더군요. 이런 경우의 문장은 분명 노력도 하셨겠지만 타고난 능력이 더 많이 좌우한다고 생각합니다. 리드미컬하게 굴러가는 문장 타입 말이죠. 정미경 작가나 은희경 작가처럼 리듬감과 순간 재치가 번뜩이는 재주있는 여류작가 타입이랄까요? 그런데 문제는 안정적이지가 않더군요. 종종 어색한 문장을 구사한다던가 그랬는데 마치 퇴고를 덜한 느낌이 드는 아주 소수의 문장들이 존재했습니다. 물론, 뭘 그정도까지 거론하냐고 한다면 할 말 없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사실 단편이란 게 문장 빼면 뭘 볼게 있겠습니까. 거기에 뭐 대단한 서사를 넣을 것도 아니고 말이죠. 단편이 품을 수 있는 내용이 다 거기서 거기인지라 문장을 읽는 맛을 없으면 전혀 볼 이유가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물론, 단편 중에서도 엄청나게 재미있는 작품들이 있죠. 그래서 그 작품들을 명작이라고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많지 않아요.

      이 작품집 두 번째에 수록된 <그 남자의 방>은 명작까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아주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당연히 문장이 좋고요. 바라보는 시선의 깊이가 있었고 표현이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든 건 구성이었지요. 좋은 구성을 가진 작품이었습니다. 단편이지만, 딱, 떨어진다는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죠. 단편이 이렇게 딱, 떨어지는 느낌을 주기란 게 쉽지 않아서 더욱 좋았던 것 같습니다.

      나머지는 뭐. 그냥 그랬어요. 친구의 애인하고 붕가붕가하고, 일곱 편중에서도 소재가 겹치는데 정말 빈곤한 한국 단편의 실체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들이었습니다. 지루하고 어두침침합니다.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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