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를 접듯 휴학을 하고 한 평 방으로 들앉은 누에들 뽕잎 갉아 먹는 소리조차 숨죽여야 하는 벌집 같은 공간에서
K마트, 색연필 문구, 파리바게트, 모아모아 세탁소제색제 목소리내어 서로 튀려는 세상
기다려라, 움직이지 마라허망한 울림으로 고립되어 가던 세월호마지막 목소리 담긴 핸드폰 들고심해 고기처럼 입만 뻐금거렸을 아이들
방귀 한 번 부웅뀌면 허한 뱃속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야 하루가 힘지다며구수한 된장국에 보리밥 고봉으로 퍼 담아주던어머니의 아날로그 밥상 대신각진 편의점 마른 삼각 김밥을 삼킨다
‘서로를 낮추면서도 품성 잃지 않는 김치의 조화처럼서로를 부둥켜안고 햇살처럼 살면 얼마나 좋을까‘
산이 운다왜 우느냐고 물으니이제 숲을 키울 수 없어 운단다
창으로 들어선 신세계 거미 한 마리 외줄 하나 쳐놓고 오르락내리락 신이 났다 하얀 뭉게구름에서 갓 자아낸 것일까 햇살까지 품어 번들거린다 말간 유리창에 거미 제국이 새로이 세워지는 중이다
집값 거품 걷어낸다는 정치인들의 공약여름 소나기처럼 잦지만텃밭 흙살에 새들어 사는 민달팽이처럼지하 방을 전전하는 민 씨에겐햇살 드는 지상의 방은 먼 꿈이다
실오라기처럼 아련한 기억핏줄기 따라 온몸을 휘돌다정수리까지 차오른 열망 되면닫힌 빗장 풀고서가슴에 품어 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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