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발바르의 순록 나무픽션 7
니콜라 펜폴드 지음, 조남주 옮김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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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선택한 건 스발바르 라는 지명이 들어가는 제목때문이었다. 물론 환경소설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지만. 스발바르는 올해 초, JTBC의 신년 기획 다큐멘터리를 통해 알게 된 곳이었다. 지구적 재난에 대비한 종자보관소가 있는 곳이면서, 과거엔 석탄을 캐서 살아가던 곳. 그런데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빙하가 녹으면서 가장 안전해야 할 종자보관소도 위협을 받기 시작했고, 한편 경제적 불안으로 인해 다시 스발바르의 석탄을 채굴하는 일이 일어난다고도 했다. 가장 취약한 곳이면서 그 취약함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곳이기도 한 모순적인 공간. 어쩌면 모순적인 인류를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는지도.

소설의 배경은 가까운 미래. 스발바르는 지구기후법 시행으로 석탄 채굴이 금지되어 더 이상 석탄을 캐진 않지만, 새로운 광산이 만들어진다. 이른바 '녹색경제'를 지탱하기 위한 희토류 채굴을 위한 광산이다. 희토류는 대부분의 전자제품과 첨단기술에 사용되는 천연자원인데 최근에 이 자원을 두고 국제적 갈등도 생기고, 달 탐사와 개발 경쟁 역시 희토류 확보와 관련이 있다고 들었다. 
이야기는 지질학자인 엄마를 따라 스발바르 제도에 가게 된 소녀 로리의 시점으로 스발바르 제도에서 벌어지는 미스테리한 사건을 추적하며 진행된다. 

재미있는 점은 로리가 지질학자로서 첨단기술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엄마와 자연에서 살아가는 아빠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 지점이 마치 기후위기 시대, 대응 방향성 논의의 양축과도 같다고 생각했다. 지구적 한계를 이해하고 그에 맞추어 살기 위한 생태적 접근과 새로운 녹색 기술이 우리를 더 나은 삶으로 인도할 것이라는 기술적 접근. 우리의 삶에서 완전히 한가지를 배제하기란 현실적이지 못하지만, 지구의 자원은 유한하다는 것만큼은 무시못할 현실이기에 최근에는 탈성장이나 생태주의 경제학 등이 논의되고 있다.
아무튼 서로 다른 부모 아래에서 자랐던 배경, 특히나 생태주의적인 아빠의 영향 속에 자랐던 배경은 로리에게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해 주고, 사건의 진실에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 

또 한가지 눈여겨봐야할 지점은 희토류 광산을 둘러싼 정착민들의 반발과 순록의 죽음으로 상징되는 자연에 대한 착취, 그리고 그린라이트로 대변되는 경제산업계의 욕망의 맞부딪힘이 사실은 인류의 역사에서 계속해서 반복되어 오는 일이란 사실이다. 자원착취와 값싼 노동력을 얻기 위한 식민지배가 그러했고, 골프장을 짓겠다며 지리산 자락을 밀어버리는 오늘날 구례의 모습도 율리아가 로리의 방 창문에 비치듯 스쳐지나갔다. 
책에도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돈이 개입되면 사람들은 무슨 일이든 다 하려고 들어요."
"석탄을 채굴해 돈을 버는" 일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몰랐"던 때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충분히 알려진 지금도 사람들은 그 일을 멈추지 않는다. 다른 자원이나 자연생태계도 마차가지다. 우리 시대 인류는 근시안적으로 "지구가 견딜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지구를 파괴하고 있다. 

내게 인상 깊게 남았던 또 다른 장면은 채식주의자 로리가 정착민 미칼 집에 초대받았을 때 순록고기 스프를 보고 당황하며 먹지 못하는 장면이었다. 누구보다 순록을 걱정하는 정착민들이지만 그들은 순록을 사냥하고 요리를 만들어 식사를 한다. 그건 그들의 문화고 생존전략이었다. 그들은 필요한만큼만, 그러나 사라지지 않도록 개체수를 조절하며 사냥했을 것이다. 마치 북극곰이 바다표범을 사냥하듯, 그런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로리가 낯설어하듯, 어찌보면 순록을 사냥하고 이용하는 정착민들이 모순적일 수 있지만, 사실 순록을 더 큰 위협에 빠뜨리고 집단 학살하는 것은 희토류 채굴에 혈안이 되어 있던 그린라이트였다. 무엇이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인지 고민해볼 수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여러가지 고민들을 할 수 있는 게 바로 이런 소설이 지니는 가치가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삶을 빗대보며 방향성을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청소년 소설인 만큼 초등고학년부터 읽기에도 어렵지 않고, 성인들이 읽어도 여러 생각을 할 수 있는 책이다. 기후위기 시대, 이런 소설들이 더 많이 읽히고, 우리에게 좋은 나침반이 되길 기대해본다.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자유롭게 남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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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만한 인간
박정민 지음 / 상상출판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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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언희글 재밌게 보고 있는데 책이 나온다는 소식 듣고 너무 반가웠어요!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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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여행하는 아주 특별한 방법 - 히치하이킹으로 유럽의 민낯을 만나다
유환희 지음 / 리더스북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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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적인 글과 감성적인 사진과 틈틈이 묻어나는 유머 속에 유럽 대륙을 여행하다.
나는 좀 자라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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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디 (god) - 정규 8집 Thanks Edition 바람 [2CD 한정반] - 15주년 재결합 콘서트 48p 포토북
지오디 (god)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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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만발 :) 뭔지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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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비스트 - 미니 6집 Good Luck (Black Version + White Version)
비스트 (Beast) 노래 / 큐브 엔터테인먼트(Cube)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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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 다 좋았는데 화이트 앨범 앞부분이 딱 들어맞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어요.
같이오는 포스터 통이 조금 찌그러져 있긴 했는데 포스터는 문제 없었구요 :)
앨범 자체의 퀄리티는 만족스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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