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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받는 사람은 신의 뒷모습을 본다.



˝고통받는 사람은 신의 뒷모습을 본다.˝
나는 여기서 뒷모습이란 게 등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엉덩이를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신의 앞모습조차 상상하기 힘든데 뒷모습은 과연 어떨까. 어쩌면 이 말은 고통받는 사람은 일종의 쪽문과도 같은 특별한 창구를 통해 신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축복을 받으며, 고통 없이는 이해하기 힘든 진리를 포착하게 된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그러므로 어떤 면에서 보면 건강한 사람이란 결국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이다. 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말이다. 그렇게 해서 결국 삶의 조화와 균형이 맞춰지는 법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165 점성학자 듀세이코 부인



신은 이 세상의 모든 기도를 어떻게 동시에 들있을까? 그리고 만약 사람들의 기도가 서로 모순된다면 어떻하지? 불한당이나 악마 같은 놈들, 악당들의 기도도 다 들어줘하나? 그들도 기도를 할까? 이 세상에 신이 없는 곳이 존재하려나? 예를 들어 여우 농장 같은 곳에도 신이 있을까? 그렇다면 신은 그런 장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아니면 브넹트샥의 도살장은? 신은 이따금 그런 곳에도 들를까? 나는 이 모든 것이 어리석고 무지한 궁금증이라는 것을 안다. 신학자들은 아마도 이런 나를 비웃을 것이다. 내 머리는 인공 하늘에 매달아 놓은 천사 조각상처럼 나무로 만들어진 모양이다.
320 듀세이코 부인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올가 토카르추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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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애처롭게 생각해요. 하지만 무방비상태의 인간을 향해 총을 쏘는 사람은 없잖아요.



˝부인께서는 사람보다 동물에 대해 더 연민을 느끼시는군요.˝
˝그렇지 않습니다. 둘 다 애처롭게 생각해요. 하지만 무방비상태의 인간을 향해 총을 쏘는 사람은 없잖아요.˝
148 점성학자 듀세이코 부인이 경관에게




이 고통스러운 세상을 행복하고 평화로운 것으로 바꿀 기회역시 우리에게 있다. 별들은 자력으로 스스로를 가두었기에 우리를 도울 수 없다. 그들은 그저 그물을 디자인할 뿐이다. 그들이 우주의 베틀로 날실을 짜면 우리는 거기에다 우리의 씨실을 엮어야한다. 문득 흥미로운 가설이 떠올랐다. 어쩌면 별들은 우리가 개를보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우리를 바라볼지 모른다. 예를 들어, 우리는 때로 개에게 좋은 게 무엇인지 개보다 더 잘 안다. 그래서 그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가죽끈으로 묶어 놓기도 하고, 쓸데없이번식하지 않도록 불임 수술을 시키기도 하며, 아플 때는 치료받게하려고수의사에게 데려가기도 한다. 하지만 개는 무엇 때문에, 어떤 목적으로,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우리의 결정을 따를 뿐이다. 어쩌면 우리 또한 그런 방식으로 별의 영향력에 굴복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그럴 때도 인간의 감수성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어둠 속에서 계단에앉아 생각했던 건바로 이런 것들이었다.
294 두세이코 부인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올가 토카르추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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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이 많고 휘어진 거목은 사람에게 베이지 않고 수세기 동안 살아남는다.



보로스의 손이 마술을 부리며 신비한 신호를 보내자 곤충과 유충, 그리고 조그만 알들이 모인 덩어리들이 나타났다. 그중 어느 것이 유용한지 물더니 보로스가 격분했다.
˝자연의 관점에서 볼 때는 그 어떤 생물도 유용하거나 무용하지 않아요. 그것은 그저 사람들이 적용하는 어리석은 구별일 뿐입니다.˝
223 곤충학자 보로스가 두세이코 부인에게



하지만 왜 우리는 꼭 유용한 존재여야만 하는가, 대체 누군가에게, 또 무엇에 유용해야 하는가? 세상을 쓸모 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으로 나누는 것은 과연 누구의 생각이며, 대체 무슨 권리로 그렇게 하는가? 엉겅퀴에게는 생명권이 없는가? 창고의 곡식을 훔쳐먹는 쥐는 또 어떤가? 꿀벌과 말벌, 잡초와 장미는? 무엇이 더 낫고 무엇이 더 못한지 과연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구멍이 많고 휘어진 거목은 사람에게 베이지 않고 수세기 동안 살아남는다. 왜냐하면 그 나무로는 어떤 것도 만들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본보기는 우리와 같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준다. 유용한 것으로부터 얻어 낼 수 있는 이익은 누구나 알지만, 쓸모없는 것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340 괴짜, 기쁜소식, 디지오와 함께있는 듀세이코 부인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올가 토카르추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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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없는 세상이란 것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슬픈 것도 기쁜 것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라며 포기한 신세에는 괴로울 때는‘괴로운 때가 왔구나.‘ 하고 생각하고, 기쁠 때는 ‘기쁜 때가 왔구나.‘ 하고 생각해요. 이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지 않을까요.
79


꽃속에 잠겨
히구치 이치요




좋아하는 작가인데,
얼마전 민음사에서 예쁜 표지로 조르르 나온 것을 보고 다시 읽었다. 번역은 예전에 읽었던 을유문화사의 임경화 님의 일본색 짙은 번역이 취향이지만. 이번 민음사의 번역에서도 히구치 이치요 선생님의 아름다운 문체를 잘 느낄 수 있었다. 한문장 한문장이 그림같고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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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보살핀다, 누에에서 실을 얻는 것이 아니라 누에 님이 실을 주신다고 한다. 벚꽃 마을을 비롯하여 둥근 산들이 지켜주던 땅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누에로부터 얻은 비단실이 어떤 의미인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는 표현이다.
123. 오하나




죄를 묻는다면 내게도 생각나는 바가 있네. 현세를 살아가는 중생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야. 무엇 하나 짐작 가는 죄가 없다고 단언하는 사람이야말로, 스스로를 강하게 믿고 교만을 부리는 죄를 저지르고 있는 셈 아닐까.
542. 긴에몬. 구로타케 어신화 저택




미야베 미유키
눈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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