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학식을 사랑하는 사람과 독서를 사랑하는 사람을 혼동하는 오랜 착각을 정리하고 그 둘은 전혀 관련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기로 하자. 학식 있는 사람은 주로 앉아서 홀로 집중하는 열성가이고, 책을 통해 자신이 갈망하는 특정한 진실의 알갱이를 발견하고자 한다. 만일 그가 독서에 대한 열정에 압도된다면, 그가 거둘 수확은 줄어들고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갈 것이다. 반면에 독서가는 처음부터 학식에 대한 열망을 억제해야 한다. 지식이 어쩔 수 없이 달라붙더라도, 지식을 추구하고 체계적으로 독서하며 전문가나 권위자가 되려 한다면 사심 없는 순수한 독서에 대한 인간적 열정이라고 여겨도 좋은 것이 파괴되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책벌레를 묘사하고 그를 조롱함으로써 미소를 떠올리게 하는 그림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실내복 차림의 창백하고 수척한 사람이 떠오른다. 사색에 빠져 있고, 벽난로 시렁에서 주전자를 들어 올릴 힘도 없고, 얼굴을 붉히지 않고는 여자에게 말을 걸지 못하고, 매일의 뉴스를 모르고, 그러면서도 중고 서적상의 도서 목록에는 정통하며 어둠침침한 서점에서 햇빛이 찬란한 시간을 보낸다. 물론 괴팍하고 단순하다는 면에서 재미있는 인물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관심을 기울일 다른 유형과는 조금도 닮지 않았다. 참된 독서가는 본질적으로 젊기 때문이다. 그는 호기심이 강하고, 아이디어가 풍부하며, 열린 마음으로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그에게 독서는 세상을 등지고 연구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활기찬 야외 산책에 가깝다. 그는 대로에서 터벅터벅 걷고, 공기가 너무 희박해서 숨 쉬기 힘들 때까지 점점 더 높이 언덕을 오른다. 그에게 독서는 앉아서 하는 일이 아니다.

서재에서의 시간
런던 거리 헤매기
버지니아 울프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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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그림자 밟기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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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보살은 많은 부처님들 중에서도 특히 자비심이 깊고, 지옥에 떨어질 악인이라도 지나가는 길에 단 한 번 참배를 드렸다는 이유만으로 구해 주시지. 그때는 스스로 지옥에 내려가시기 때문에 발이 타 버린다고 하는구나.”
헤에… 하고 눈을 크게 뜨며, 신타로는 돌 지장의 발치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러면 다음에는 지장보살님께 신을 바쳐야겠어요.”

토채귀
그림자 밟기
미야베 미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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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은 어디에나 있고, 우리 마음은 늘 똑같은 모험심으로 채워진다. 헌책은 길들지 않은, 부랑하는 책이다. 오합지졸의 책들이 엄청난 무리를 이루어 모여 있기에, 서재의 길든 책들에 없는 매력이 있다. 더욱이 이처럼 아무렇게나 잡다하게 모인 무리에서 우리는 운이 좋으면 이 세상에서 최고의 벗이 될 완벽한 이방인과 스칠 수 있다.
16.

런던 거리 헤매기
버지니아 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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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은 이렇게 묘사할 수 있지 않을까.
삶의 전성기에는 샐러드의 나날들이 있고,
삶의 끝에는캐서롤의 나날들이 있다고.
그리고 우리가 떠나면서 뒤에 남겨 둔 이들에게는
캐서롤 이후의 영원 같은 시간이 주어진다.
22.시간은 모든 상처를 치유한다.




소중한 ㅡ, 이걸 이해해 주렴, 대개의 죽음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단다.

소중한 ㅡ, 너희 가운데 어떤 아이들은 자기 안에 엄청나게 쌓여 있는 분노와 슬픔을 발견하게될 거야.

소중한 ㅡ, 너희 주변의 어른들, 너희 안전의 수호자라는 그 사람들도 실은 간신히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는 수준에 불과하단다.

소중한 ㅡ, 모르는 사람이나 테러리스트가 너희를 해치거나 죽일까 봐 너무 걱정하지 말렴. 통계로 보나 다른 무엇으로 보나 너희에게 있어 가장 큰문제는 너희 가족이니까.
47.시간은 모든 상처를 치유한다.




고통을 말하지 않는 법
마리아 투마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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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시대의 거대한 바다에 우뚝 선 등대다.”
에드윈 퍼시 휘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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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3-23 0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번 읽고파서 찜합니다. 책소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