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읽는 법 - 파리1대학 교양미술 수업
김진 지음 / 윌북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림 읽는 법

내 삶에 진짜 미술을 들이는 첫 번째 시간

파리1대학 교양미술 수업

예술산책 김진 지음

윌북


 

미술작품에는

세상과 사람이 담겨 있습니다.

역사적, 사회적 흐름 속에서 인간이 선택하고 행해온 결과이며, 창작자의 심리, 정신적인 표현 그 자체지요.

미술이 재미있는 이유는

절대적 진리를 찾는 과학과 달리

하나의 작품이나 주제, 사조, 아티스트에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해석이 가능하며, 그것이 주는 깨달음의 환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림 읽는법》 p.10,11

30대 중반. 더 늦기 전에 파리로 미술을 공부하러간 저자. 파리1대학에서 조형예술을 전공하고 석사과정까지 마친 저자가, 한국에 소개된 미술에 대한 잘못된 사실을 바로잡고 감상을 즐거움을 공유하고 싶단 마음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과 맞물려 유튜브 채널 <예술산책>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콘텐츠를 책으로 담은 것이 바로 이 《그림 읽는 법》이다. 예술의 중심지 파리 미술대학 강의실에서 현재 가장 뜨겁게 다루고 있는 주제를 14개의 class로 담아 소개하고 있었다.

뭉크의 절규가 자연이 절규하는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자연에 투영된 뭉크 그 자신의 경험과 지나온 삶이 '자백'과 같이 그림에 담긴 것이라는 것. 뭉크에게 예술은 고통과 환각의 도피처이자 구원이었다는 첫 클래스를 읽으며 묵직하게 그림 읽기를 열었다.

 

요한 하인리히 퓌슬리나 테오도르 제리코, 페르낭 크노프와 같은 이름은 내게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림에서 느껴지는 숭고함이 무엇인지, 낭만주의란 어떤것이며, 그림에 상징을 담아 놓은 것이란 무엇인지 보게되었다.

그래도 익숙하다 여겼던 구스타프 클림트와 레오나르도 다빈치,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그림과 조각을 보며 그들이 가진 삶의 이야기가 그들의 그림에, 또 지금 그 그림이 있는 위치와 주제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되었는지도 알게되었다.

제주에서도 부산에서도 그의 전시 작품을 만나보았던 쿠사마 야요이에 대한 이야기도 그의 독특한 작품이야기에 가려져있던, 그녀의 아이디어를 가져간 친구들 ㅡ거기에 앤디 워홀의 대표작품도 있었다니!ㅡ이 있었다는 것에 조금 놀랐다. 원 저작자보다 베낀 사람이 더 대접받았던 시간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결국은 그녀의 작품이 인정받고 지금 그 누구보다 유명한 이가 되었지만 말이다.

세계 2차대전과 관련되어 독일에 위조품을 판 한 판 메이헤런과 자신이 독점해서 사용하는 색깔ㅡ애니시 커푸어의 반타블랙 ㅡ이 가능한가 갸웃하면서도 그덕분에 개발된 검은 색의 다양함에 이어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를 돕는 글까지 이어져 있었다. 대표적인 작가인 백남준의 어록에 대해 분석하면서 현대미술의 핵심이 작품에 담긴 철학적 메시지인것까지 생각하게 해주었다.

어느 클래스 이야기부터 읽어도 무방하겠지만, 가능하다면 첫 클래스 글부터 차례로 읽기를 권하고싶다. 시대 흐름에 따라 변모해간 미술사조를 따라 현대에 이르기까지 차근 차근 짚어보기 좋기때문이다.

마지막에 나오는 현대 미술 아티스트 25분의 소개까지, 대중적인 화가를 모두 다룬 책은 아니지만 그림을 읽을 때 작가의 삶과 그 시대 상황, 우리가 잘 몰랐던 이야기까지 들려주며 작가와 작품을 더 자세히 이해하게 도와준 책 《그림 읽는 법》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국토박물관 순례 1 - 선사시대에서 고구려까지 국토박물관 순례 1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국토박물관 순례 1

유홍준 지음

창비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친숙한 유홍준 교수님의 새 책이 나왔다.

《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벌써 30주년! 한국 인문서 최초 500만 부 판매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가진 밀리언셀러.

문화유산으로 이미 전 국토가 박물관임을 글로 풀어내셨는데 아직 남아 있는 곳이 있는가?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기존 책들과 중첩되지 않는 지역을, 역사 순서에 따라 그 시대를 오롯이 담고 있는 곳을 제목 그대로 '박물관'을 중심으로 엮은 글을 세상에 내 놓으셨다. 바로, 《국토 박물관 순례》시리즈 . 총 4~5권으로 펴내실 예정으로 구석기 시대부터 고구려까지 차례 차례 담아 놓은 이야기를 1권에서 만날 수 있고, 2권에서는 백제, 고신라, 가야 답사기를 담으셨다. 1,2권이 동시에 출간된 지금, 가제본 책으로 1권을 만나보았다.

 

 

"역사는 유물을 낳고 유물은 역사를 증언한다."

본래 역사는 문화유산과 함께 기억해야 그 시대의 시각적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는 법이다.

... 각 시대를 상징하는 대표적 유적지를 답사처로 삼았을 뿐 그 지역의 유래와 명소에 대한 해설도 곁들이면서 기행문학으로서 '답사기'의 기조를 유지하려 했다.

국토박물관 순례1 p6

지난 시대를 지금 또렷이 인식하기 위해서는 그 시대를 증언할 수 있는 유물이 필요하다. 그 유물을 제대로 해석하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선행되어야겠지만, 이 답사기에서는 지금 학계에서 거의 인정하고 있는 시대 유물과 그 유물이 발견되고 전시하고 있는 박물관을 중심으로 글을 펼치고 있었다. 저자의 앞선 글 처럼, 단순히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을 설명하는 것 뿐 아니라 그 지역의 유래와 명소도 함께 소개하면서 더 풍성한 '답사기'를 만날 수 있었다.

1권 첫 이야기로 등장하는 연천 전곡리의 주먹도끼 이야기부터 반가웠다. 몇 해전, 아이들과 전곡 선사박물관을 방문하고 그 넓은 야외에서 신나게 다녔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외국 군인이 연천에서 발견한 주먹도끼로 구석기사가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듣고, 박물관에서 보았지만 사실 깊이있게 보지는 못하고 왔었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연천에서 발견된 주먹도끼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최초 발견한 사람부터 어떻게 학자들이 수십년을 연구하고 발굴하며 지금의 박물관을 만들고 유적을 보존하고 알리고 있는지 전반적으로 알게 되었다. 또한, 거기서 그치지 않고 연천에서 볼 수 있는 고구려의 성과 한탄강 세계 지질공원과 연천 임진강 생물권 보존지역, 민통선 안에 있는 미수 허목의 묘소와 은거당에 대한 이야기를 보게되었다. 한탄강 주상절리와 재인폭포를 보고는 정말 절경이다 하며 감탄했었는데,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이야기를 알게 되니 다시 찾아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학령기인 자녀들과 함께 가면 역사공부가 절로 되겠고, 그렇지 않더라도 역사의 한 장면 속에 내가 있음을 깊이 경험하는 시간이 될테니말이다.

두 번째로 등장하는 신석기 시대 유적지 부산 영도도 낯설지 않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몇년간 머물렀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교과서에 나오는 신석기 조개더미, 조개무지 패총으로 동삼동 패총이 나오는데 실제 그곳 전시장은 소박하기만하다. 가리비로 만든 사람 얼굴형상, 흑요석 도구, 조개껍데기 팔찌, 빗살무늬토기가 발견된 것으로 보면 한반도 신석기인들의 생활상을 가장 풍부하게 보여주는 곳인데 말이다. 그곳을 책에서 소개해주고 부산 영도의 역사부터 재조명해주니 그 지역의 과거로부터 현재까지의 모습을 눈에 그릴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신석기 청동기 초기 철기시대를 보여주는 울산 언양. 저자는 언양이라고 부르는게 익숙하다는데, 내겐 울산 반구대 암각화라 하는 말이 익숙했던 탓에 이번에 언양을 새롭게 보게 되었다.

고구려를 다룬 답사지는 중국의 동북공정 이후 한국인의 고구려,발해 유적 답사지를 엄격히 통제하는 탓에 지난 2000년 9월 중앙일보 '압록,두만강 대 탐사단'의 일원으로 만주를 다녀온 답사 경험을 토대로 기록되었다. 저자와 함께 답사를 한 이들과의 대화를 지면으로 읽으며 나도 그곳에서 함께 답사하는 기분이 들었다. 언젠가 중국쪽의 고구려 발해 유적지를 자유롭게 찾을 수 있게 된다면 눈으로도 확인해보고 싶다.

이어지는 국토박물관 순례의 여정은 어디로 이어질까.

전 국토가 박물관인 이 나라에서 그 중에서도 콕 짚어 소개한 지역, 박물관들.

자녀들과 역사적으로 유의미한 여행을 찾는 이들에게, 또 생생한 역사를 몸소 보고싶어 하는 이들에게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 줄 《국토 박물관 순례》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1차 세계대전 1 - 유럽의 등불이 꺼지다 궁극의 전쟁사
곽작가 지음, 김수박 그림 / 레드리버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1차 세계대전1

궁극의 전쟁사 1.유럽의 등불이 꺼지다

글 곽작가 만화 김수박

북이십일 레드리버


 

현대를 만들어 낸 전쟁. Great War이란 표현이 붙은 전면전(total war)인 '제1차 세계대전'을 만화로 풀어놓은 책을 만났다.

《제1차 세계대전1》 궁극의 전쟁사 1.유럽의 등불이 꺼지다

유럽에서 시작된 전쟁이 유럽의 식민지였던 아시아와 아프리카, 오세아니아와 아메리카 대륙에서 병사들을 모아, 전장은 터키의 해협, 아라비아 사막, 페낭과 사이판, 남아메리카 대륙의 근해까지 번져간 전쟁. 약2000만 명이 죽고, 이어서 스페인독감이라 불리는 역병까지 돌아 또 수천만의 목숨을 앗아간 전쟁. 그리고 제대로 매듭짓지못한 문제는 다시 붉어져 2차대전으로 이어지게 했던 전쟁.

복잡한 이야기가 얽힌 이 전쟁사를 만화로 보게 된 것이다.

 

역사만화라, 이원복 선생님 책 《먼나라 이웃나라》가 떠올랐지만, 보다 쉽고 보기 편하게 되어있었다. 너무 빡빡한 느낌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용이 생략되어있지도 않았다. 그 시대, 인물이 벌인 상황을 재연하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곁들인 만화. 역사 중에서도 전쟁사,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부분을 특정해서 만들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유럽의 화약고 발칸반도 안에서 소국으로 나눠진 나라들을 러시아, 오스만제국, 오스트리아ㅡ헝가리가 서로 차지하고자 하던 그 때, 1908년 오스트리아ㅡ헝가리가 보스니아ㅡ헤르체코비나를 공식적으로 합병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보스니아 사람보다 오히려 이웃나라 세르비아인들이 더 불만이 많던 그 때, 1914년 6월 28일 보스니아ㅡ헤르체고비나의 수도 사라예보를 방문한 오스트리아ㅡ헝가리 제국의 황태자부부가 암살되면서 전쟁의 발단이 시작된 것. 이 암살조차 우연 ㅡ역사에 우연이 없다지만 ㅡ적인 사건임을 글과 함께 만화로 보니 더 생생했다. 지도와 함께 각 나라가 원하는 바와 함께 발칸반도 안에서의 상황과 그 주변, 또 시야를 넓혀 당시 유럽이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절)속에서 일반인들은 전쟁을 상상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삼국동맹(독일, 오스트리아 ㅡ헝가리, 이탈리아)과 삼국연합(프랑스,영국,러시아) 으로 나눠진 것 뿐 아니라, 전쟁 이전 퍼져있던 식민지를 옹호하는 사회진화론, 인종주의,민족주의가 유럽의 균형을 흔들고있었다. 프랑스 러시아 영국 등등 각 나라의 상황과 맞물리니 세계전쟁이라는 어마어마한 전쟁이 태어났다.

그리고 그 전쟁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풀어준다.

전쟁이야기를 두고 재미있다고 표현할 순 없겠지만, 어떻게 이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인지 그 배경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게 해준 책.

다큐멘터리 영상이나 글보다 더 친절하게 풀어놓은 제1차 세계대전 전쟁이야기, 궁극의 전쟁사 《제1차 세계대전 1》이었다.

덧) 크리스마스때 독일군과 영국군이 무기를 내려놓고 축구를 했다는데? 그 이야기는 제1차 세계대전2에서 계속~!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왕만두 열림원어린이 동시집 시리즈
김유석 지음 / 열림원어린이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왕만두 _김유석 동시집

열림원어린이


 

중학생이면 다냐?

시집을 펼치자 대뜸 말은 거는 동시집에 한 방 먹었다. (이 문장은 <외계인이 나타났다> 동시 속에서 또 만나게 된다.)

이 말은 시인이 설형이에게 ㅡ설형이로 대표되는 독자들에게 ㅡ 진짜 하고 싶은 말로 이어진다.

'그냥 느껴 봐'

글씨와 그림으로 만든 종이 거울 속 이야기를

생각보다는 가슴으로 먼저 느껴보라고.

생각을 많이해서 너무 빨리 어른이 되기 보다

가슴으로 먼저 느낀다면 어른들의 세상도 거울 속처럼 아름다워질 거라고.

 

표제작인 '왕만두'가 가장 먼저 등장한다.

왕만두

김유석

뭔가를 꾹 참고 있는

엄마 얼굴

퉁퉁 불다가

기어이 속이 터진다

뜨거운 엄마를

호호 불 틈이 없다

뜨겁거나 말거나

그럴 땐

고개 푹 숙이고

우물우물 삼켜야 한다


뭔가에 대해 화를 참고있는 엄마 얼굴을

왕만두로 표현했다. '퉁퉁 불다가 기어이 속이 터진' 엄마. 그때의 현명한 대처법은 '고개를 푹 숙이고 우물 우물 삼켜야 한다'는 것. 아이들의 눈에 엄마가 '폭발'하면 이렇게 보일까. 이런 통찰과 해법을 익힌것도 놀랍지만, 먼저는 만두가 터지지않게 했어야지! 하고 말하고 싶어지는 동시였다.

 

자연을 소재로 삼아 친구를 떠올리고 가족을 생각하는 동시들이 많았다. 늘 그렇듯, 동시는 익숙한 것에 감탄하게하는 요소들이 가득 담겨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하고 여기게 되는 것들 말이다.

여러 동시가 기발하고 멋졌지만, 그 중에 이 동시를 옮겨보고 싶다. 제목은 <이상한 내기>.

이상한 내기

김유석

맨날 웃기만 하는 염소 두 마리가

뿔을 맞대고 심술 난 표정을 짓고 있다

누구 힘이 셀까 겨루는 줄 알지만

누가 더 오래 웃음을 참나 내기하는 거다

뿔에 힘을 주고 웃음을 참고 있는 거다

먼저 웃는 염소가 지는 거다

진 염소의 수염이 더 길고 멋있다


지는게 더 멋있는 모습은 잘 없는데, 이 내기는 정말 그런것같다. 아니, 이 상황 자체가 따스한 분위기를 뿜고 있다. 서로 힘겨루기를 하며 내가 더 세고, 힘센 것이 멋있다고 하는 사회에서 정말 멋진 것이 뭔지 생각하게한다.

당연한건데 당연한것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는 시대속에서 자연을 보며 질문을 던지고 서사를 풀어내고 이야기를 듣는 동시.

김유석의 동시집 《왕만두》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쥐구멍 열림원어린이 동시집 시리즈
이창숙 지음 / 열림원어린이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쥐구멍 _ 이창숙 동시집

열림원어린이


 

'쥐구멍'

노오란 색의 표지, 가운데 '걔는 너 진짜 좋은 친구라는데?'라는 말풍선이 있는 시집,

이창숙 시인의 동시집이라는 것과 2023년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이라는 걸 알기 전에

이 시 부터 보게 되었다.

쥐 구멍

이창숙

다른 학교 다니는 학원 친구가

김민호 아느냐고 물어보기에

우리 반 애라고 말했다

공부도 못하고,

행동도 느리고,

존재감 없는 애라고,

그런데 학원 친구가 말했다

걔가 너 진짜 좋은 친구라고 하더라!


와~

정말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겠네!

웃픈 이야기. 실제로 있었음직한 사건같으면서, 누군가를 안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는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 생각하게 하는 동시였다.

이창숙 시인의 시는 이번에 접하게 되었는데,

동시라고 아이들만 읽기에는 어른인 부모세대에게 주는 울림이 적지 않게 느껴졌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편견없는 이야기는 물론,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느낌의 시들도 같이 보였다.



 

 

<고만례 할머니와 놋양푼 아줌마> 시는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 이 시가 이 동시집에 처음 실린 건 아니었나보다. 나보다 먼저 이 시를 접했던 이들이 《전봇대는 혼자다/사계절》라는 제1회전국 동시인대회를 기념하는 시선집에서 에서 먼저 만났다고 이야기한다. 그 책이 2015년에 발간된 것이었으니, 이번에 이 시집을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언제 이 동시를 만날 수 있었을까. 그 많은 동시중에 또 같은 시를 이야기 한다는 것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만큼, 같은 울림을 주었다는 이야기였겠지.


 

도서관에서 한 아이가 다람쥐를 접는 모습을 보고, 마침 손에 들고 있던 동시집을 펼쳐서 동시를 읊어주었다. <힘센 아기 다람쥐>. 네가 만든 그 다람쥐 이야기가 여기 동시에 나와 있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 아이가 사슴도 종이접기로 만들고 있었는데, 사슴 시는 없냐고 했다. 아. 조금만 더 같이 머물렀더면 사슴시도 찾아줬을텐데. 사슴새끼의 눈물냄새를 어미 사슴은 멀리서도 맡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눈물 냄새>를 보여줬을 텐데. 생쥐, 고양이, 감자시도 있고, 청둥오리 시도 있다는 걸 이야기 해줬을 텐데. 주변에서 보는 자연도, 학교에서 집에서 일어나는 웃긴 일들도, 뉴스에서 보는 이야기도 슬픈 마음도 기쁜 마음도 담을 수 있는 동시집이 여기 있다고 하나씩 같이 다 보여줬을텐데.

동시 하나 하나가 이야기가 되고, 이야기가 시가 되는 것을

아이와 함께 즐겁게, 또 혼자서 묵묵히 생각할 수 있는 이창숙 시인의 동시집. 《쥐구멍》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