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1930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E. M. 델라필드 지음, 박아람 옮김 / 이터널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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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하면 누구나 <안네의 일기>를 떠올리지 않을까.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읽는 작품이다. 이번에는 누구나 알고 있는 일기는 아니지만 담백하게 자신의 심정을 담아낸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1930>을 만났다.



 

일기만큼 자신의 마음을 담고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누군가 보지 않는 공간에 자신의 진짜 마음을 적는다. 가끔은 거짓 표정을 짓고 다른 사람에게 직언하지 못해 속앓이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일기는 대나무숲 같은 존재이다. 나의 아픈 감정들을 쏟아내고 누군가를 미워하는 이야기를 적어도 용서가 될 듯하다. 끄적이고 나면 속이 시원한 느낌이 든다. 누군가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다.

 

주인공은 다정함을 찾아볼 수 없는 남편,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활동적인 아이들과 살고 있다. 잡지사에 글을 투고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워킹맘이라 해야 할까. 누군가의 아내, 아이들의 엄마로 살아가며 자기 일도 하고 있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가족과 주변 인물들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담하게 적고 있다. 감정적인 호소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적고 있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감정에 과몰입하지 않고 자신의 입장에서 상황들을 설명하고 있다.

 

'아가씨'라고 불러줘서 그나마 마음이 누그러지는 듯. - p.31

주인공의 상황을 보며 웃음을 짓는다. '아줌마'라 불리는 사람들은 공감하지 않을까. 주인공이 마주하는 일들이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 책이 매력적인 것은 이런 부분 때문이다, 잔잔한 이야기 속에서 웃음을 주는 요소들이 있다.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1930>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한다.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기에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시대적인 상황은 다르지만 한 남자의 아내,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공감하지 않을까. 이 책처럼 누구나 볼 수 있는 일기를 쓸 수 없음이 아쉽다. 데스노트처럼 나의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낸 일기는 편협하고 배려심과 이해심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이런 민낯은 나만 보고 싶다. 일기는 민낯을 드러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1930>은 자연스러운 민낯을 보여주며 자기 삶을 편하게 전하고 있다.

 

로버트가 자지 않고 무얼 하느냐고 묻는다. 나는 일기를 쓴다고 대꾸한다. 로버트는 다정하지만 단호하게 말한다. 일기 쓰는 건 시간 낭비라 생각한다고.

잠자리에 들려는 순간 문득 궁금해진다. 정말 그럴까? 

그건 후대만이 답할 수 있을 듯. -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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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의 빛나는 마법 단비어린이 문학
김희정 지음, 유재엽 그림 / 단비어린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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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은 우리를 설레게 한다. 긍정적으로 다가오는 단어이다. 우리의 삶에서 마법 같은 일이 얼마나 찾아올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 인걸 알기에 우리는 마법 같은 일을 꿈꾸며 사는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누군가에게 마법 같은 일이 찾아오기도 한다. 이나에게는 그런 일이 찾아왔다.

 


엄마에게 버림받은 아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나의 엄마는 이나를 보육에 맡기고 갔다. 엄마에게 버림받아 보육원에 사는 것을 친구들이 알게 될까 봐 두렵다. 샛별 마녀를 만난 이나는 나무가 되게 해달라고 말한다. 생명이 있는 동물로 태어나는 것도 두렵다. 동물들도 사람들에게 버려지고 있어 슬픔을 느끼는 동물이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이나의 마음을 샛별 마녀는 알고 있다. 불가능한 일이지만 이나에게 엄마가 되어주겠다고 말한다. 이제 이나는 버려지지 않고 엄마와 함께 살 수 있을까. 이제는 그들에게 꽃길만 남아 있을까.

 

아동학대와 관련된 기사들을 자주 만난다.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현실과 무관한 내용이 아니기에 동화 속 이야기로만 끝이 나지는 않는다. 우리에게 숙제를 주고 있다. 책에서 만나는 이나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생명이 있는 모습이 아니라 나무가 되고 싶었던 아이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다. 어둠 속에 갇혀 있던 아이, 삶의 의지가 없었던 아이가 샛별 마녀를 만나면서 변화한다. 

 

신기하게도 마법으로도 해결 못 한 것들이 해결되기 시작했어요. 질투, 시기, 비방, 험담, 따돌림이 점점 사랑으로 사라지고 있으니까요. - 에필로그 中에서

 

이나가 샛별 마녀를 만난 것은 마법 같은 일이지만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결국 사랑의 힘이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우리는 마법 같은 일을 꿈꾸지만 어쩌면 늘 마법 같은 일들을 겪으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많은 것들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가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제는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니라 '사랑'으로 맺어진 가족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서로에게 힘을 주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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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와 메밀묵 단비어린이 문학
박상재 지음, 국은오 그림 / 단비어린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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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도깨비' 하면 무엇을 떠올릴까. 무서운 느낌도 있지만 친근함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을 괴롭히기보다 도움을 주고 친구처럼 다가오는 도깨비들이 있다. 이 책에서 만나는 도깨비는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한 번쯤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든다.



 

<도깨비와 메밀묵>에는 네 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야기만큼 친근한 것은 삽화이다. 삽화를 보면 따뜻함이 느껴진다. 책 속에서 만나는 도깨비는 무섭지 않고 친구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 '도깨비와 메밀묵'에서는 의리 있는 도깨비를 만난다. 할머니를 위해 메밀묵을 사 가는 할아버지에게 배가 고프다며 달라고 말한다.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생각났지만, 메밀묵을 도깨비에게 준다. 할아버지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는다. 할머니는 도깨비에 대해 이야기하는 할아버지는 믿지 않는다. 다른 해와 마찬가지로 같은 양의 메밀을 심었지만, 수확은 2배이다. 이렇게 많은 양을 수확할 수 있는 것이 도깨비 덕이라는 것을 안다. 서로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는다.

 

두 번째로 만나는 '허깨비가 된 허수아비'에서는 마음 아픈 사연이 있는 도깨비를 만난다. 가을 들판에서 만날 수 있는 허수아비를 보며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이 책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움직이지 않고 종일 서서 자신의 역할을 하였지만, 가을걷이가 지나니 천덕꾸러기가 된 느낌이다. 참새는 허수아비를 쪼아대고 논 주인인 노 씨 아저씨는 허수아비에게 발길질한다. 놀아줄 친구 하나 없는 허수아비에게는 누가 친구가 되어줄까.

 

마지막으로 만나는 '허수아비가 된 게으름쟁이'는 못된 버릇을 고쳐주는 도깨비를 만날 수 있다. 만석이는 무엇 하나 부러운 것 없는 집안에서 태어났다. 청년이 될 때까지 일도 안 하고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않았다. 늙은 아버지는 열심히 일하는데 술과 노름으로 세월을 보낸다. 언제쯤 정신을 차릴까.

 

옛 이야기 속 도깨비들을 만나며 웃음을 짓는다. 삶의 지혜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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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풍선 대소동 단비어린이 문학
한수언 지음 / 단비어린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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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비밀을 갖고 있다는 것은 무거운 짐을 짊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만큼 책임감이 따른다. 만약, 상대가 비밀을 지켜줄 것을 약속한다면 더욱 그렇다.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해서는 안 될 거라는 걸 아는 것도 중요하다. 간혹 어떤 사람을 보면 가벼운 느낌을 받는다. 내가 모르는 다른 사람의 비밀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사람은 믿음이 가지 않는다. 가끔은 내 마음속 무거운 짐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질 때가 있다. '지란지교를 꿈꾸며'에서 처럼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를 바라는 것이 욕심일까.

 



<말풍선 대소동>에서는 친구들에게 '인마'라 불리는 나루를 만날 수 있다. 기분 좋은 별명은 아니다. 나루에게 말하면 소문이 퍼지니 친구들은 나루에게 말하기를 꺼린다. 친구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자신만 알고 있는 비밀을 살짝 이야기했을 뿐이다. 웃으며 이야기를 들어주었던 친구들이 이제는 나루를 피한다.

 

"인간 마이크. 너한테 말하면 소문 다 퍼져서 안 돼." - p.24

 

소문은 정말 무섭다. 꼬리에 꼬리를 물듯 이야기가 부풀려진다. 당사자에게 직접 듣지 않은 이야기임에도 우리는 그것을 진실로 받아들인다. '사실일까?'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어느새 우리도 그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전하고 있다. 세상의 비밀은 없다고 하지만 너무 쉽게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퍼진다.

 

나루의 이야기가 재미있다고 말하던 친구들이 이제는 나루에게 입이 가볍다고 말한다.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루는 이제 누구에게 이야기해야 할까. 우연히 만난 비둘기들은 나루에게 기운이 없어 보인다며 '소문 씨앗'을 준다. 비둘기들은 아주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거라 말한다. 이제 나루는 기분이 좋아질까. 어떤 재미있는 일들이 펼쳐질지 궁금하다.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 돌아보게 한다. 재미로 던진 말이 상대에게는 재미가 아니라 상처가 될 수 있다. 내 입장이 아니라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루의 상황들을 보며 어른들은 더 많은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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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렐류드 - 찬란한 추억의 정원
캐서린 맨스필드 지음, 구원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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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독자에게도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는 <프렐류드>는 아마 그 시대 독자에게는 더욱 생경하게 다가왔으리라 예상된다. - 옮긴이의 말 中에서 

책을 다 읽은 후 '옮긴이의 말' 중에서 와닿는 문장을 발견했다. 이 문장을 보고 위로받았다. 책을 읽는 내내 난해하다고 생각하며 나의 독서 수준을 탓했다. 난해함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이 말에 위로받으며 읽은 내용들을 다시 한번 생각한다.



 

표제작인 <프렐류드>를 포한한 여러 단편 속 인물들을 이해하는 어려움은 있었으나 점차 작가의 의도를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이상한 매력이 있는 책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라는 생각을 하며 자꾸 빠져들게 된다. 그들이 왜 그런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인지 의문이 생기지만. 이해되는 내용도 있다. 

 

'어린 소녀에게 그는 두렵고 피해야 할 대상이었다.'는 것으로 시작하는 <어린 소녀>를 읽으면서 걱정했다. 어린 소녀는 아빠를 피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편하게 말하는데 아빠 앞에서는 말을 더듬는다. 어떤 이유로 아빠를 두렵게 생각하는 것일까. 우리들도 아빠를 무섭고 대하기 어려운 존재로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두렵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않는다. 걱정된다. 뉴스에서 마주하고 있는 사건들처럼 어린 소녀도 아픔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안도한다. 어린 소녀는 피곤한 아버지를 이해한다. '아버지는 별로 크지 않다….'라 말하는 어린 소녀의 말이 이해된다. 우리들도 아버지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예전처럼 커 보이지 않는다. 다가가기 어려웠던 아버지를 이해하면 그의 커다란 마음을 보게 되는 것이다.

 

<딜 피클>을 보면서 사람의 기억은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된다. 헤어진 연인이 다시 만나 예전의 일을 기억하는데 서로 다르다. 식물원에 갔을 때 남자는 꽃 이름을 말하던 여자의 달콤한 목소리를 기억한다. 여자는 말벌을 쫓는 그의 호들갑스러운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보며 변하지 않는 남자의 모습에 웃게 된다. 여자가 왜 이별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이해된다. 소통이 아니라 불통인 사람과의 만남은 지속되기 어렵다.

 

<프렐류드>의 단편들은 미로 같다.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힘든 길이다. 오해로 시작한 내용들은 이해로 변한다. 처음 읽을 때는 인물들을 오해하지만 읽으면서 그들을 이해한다. 난해함이 있는 매력적인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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