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나폴리 4부작 3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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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가쁘게 3권까지 달려왔다. 확실히 가독성이 뛰어난 작품이다. 만만치 않은 분량임에도 책에서 쉽게 눈을 뗄수가 없다. 어쩌면 삼류 드라마에서 만날듯한 소재일 수도 있지만 우리들은 모든 것을 불륜이라 생각하며 우습게 생각하지 않는다. 단순히 두 여성의 우정을 다룬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읽으면서 느끼게 된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펼쳐지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3권을 이야기하면서 성급하게 4권의 내용이 궁금해진다. 마지막에서는 그녀들의 관계가 어떻게 펼쳐지고 우리들에게는 범접할 수 없고 영웅처럼 보이던 릴라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궁금해진다.

 

 

어릴 적 순수한 소녀들로 만났던 릴라와 레누가 어느덧 중년의 여성으로 우리들에게 다가온다. 중년이라는 주는 안정감이 있다. 이 시기는 모든 것이 안정적이다. 다시 친구들을 만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소녀시절의 친구들을 직장, 결혼, 육아로 인해 자주 만나지 못하다가 아이들이 부모의 손길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게 되면 다시 만나게 된다. 시간이 훌쩍 지났어도 공유하는 추억이 많아서인지 편안한 존재이다. 중년의 나이가 되어 누군가를 사귀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렇기에 추억을 소환하며 친구들과 울고 웃으며 옛이야기들을 나누는지 모르겠다.

 

어디에서든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는다. 자유분방하고 자신의 의사가 분명한 릴라가 떠날 거라는 예상을 빗나갔다. 모범생처럼 보이던 레누는 나폴리를 떠난다. 이제는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는 위치에 서 있다. 반면 릴라는 고단한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어디서든 당당하다. 어느 자리에 가든 빛이 나는 인물이다.

 

"리나가 없으면 아무것도 해낼 수 없을 거예요."

나는 그런 말을 당당하게 하는 엔초의 모습도 혼란스러웠다.

 엔초는 릴라에 대한 자신의 헌신적인 사랑을 그런 식으로 우리에게 표현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의 특별함을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면서 스스로 그 사실을 다시 한 번 즐기는 것 같았다. - 본문 421쪽

 

엔초가 릴라에게 대하는 행동을 보며 피에트로가 자신에게 어떻게 대하는지 비교를 하게 된다. 제대로 교육을 받은 자신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과 달리 랄라는 어디서든 어떤 일을 하든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인정을 받는지 모르지만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는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여자이기에 집안에서 엄마와 아내의 역할에 충실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레누. 하지만 불안하다. 엄마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려 부단히 노력했지만 그 틀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엄마와 닮지않으려해도 닮아갈 수밖에 없는 것일까. 아니면 여자라는 이유로 벗어날 수 없는 삶일까.

 

중년의 나이는 안정감이 있는 반면 또 다른 삶의 기로에 놓여 불안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제껏 달려온 길이 맞는 것인지 돌아보게 되고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나가야할지 다시 한번 고민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릴라와 레누가 선택한 삶의 방향들이 어떻게 될지 마지막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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