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은 아니지만 살 만한 - 북아일랜드 캠프힐에서 보낸 아날로그 라이프 365일
송은정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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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은 아니지만 살 만한... 책 제목을 떠나 마음에 와닿는 말입니다. 특별한 이유가 아니더라도 세상은 살만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아갑니다.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앞만 보고 빠르게 가느라 나를 들여다보지 못하는 일이 많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준 틀에 맞춰가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은 내가 꾸며간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내 삶의 주인공이 나인 것을 잊고 다른 사람들의 삶과 비교하느라 소중한 나의 삶이 흔들리는 일이 많습니다. 북아일랜드 캠프힐에서 보낸 저자의 시간들을 만나며  우리들의 시간을 소중하게 만들어 가기를 바라게 됩니다. 다른 시간표에 맞춰 사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시간표에 맞춰 천천히 즐기는 행복을 알아갑니다.

 

 

우리는 각자 다른 인생의 시간표를 가지고 살아간다. - 본문 18쪽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20대가 아닐까요. 그때는 무엇을 해도 실패에 대한 큰 두려움은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쩌면 실패를 하면서 성장하는 시기가 아닐까요. 그렇지만 현실은 20대들에게도 만만치 않습니다. 경쟁하며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가기에 돌아가고 싶다는 배부른 소리도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하던 일을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하면 두려움이 앞설 것입니다.

 

성취를 향해 부지런히 달리는 삶이 아니라 천천히 삶을 음미하는 것을 선택한 저자는 특별한 선택을 합니다. 캠프힐이라는 장애인 공동체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평소 사회복지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었는데 이렇게 캠프힐을 찾아 떠난다는 것은 어쩌면 운명적인 일이 아니까요. 저자가 이 곳에서 보낸 일 년 동안의 삶들은 우리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우리들은 앞만 보고 빠르게 달리느라 소중한 것을 놓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요. 캠프힐의 시계는 천천히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느리게 가는 시간들이 답답함이 아니라 여유로 다가옵니다.

 

보람의 순간은 이토록 사소한 데서 시작됐다. 자신의 쓸모를 경험하는 것. 그럼으로써 우리는 스스로를 조금 더 자랑스러워하게 되는 게 아닐까. - 본문 99쪽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보며 우리의 마음도 편해집니다. 북아일랜드의 캠프힐에서 보낸 사진들을 보니 그곳에서의 삶이 가깝게 느껴집니다. 가진 것이 많다고 행복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사진 속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알게 됩니다. 무엇을 향해 이렇게 숨 가쁘게 살아가는 것인지 잠시 쉬어가게 만듭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의 시간들이 무의미하다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진정으로 우리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가끔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그에 발맞춰 가느라 나를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들에게 삶의 쉬는 시간을 만들어 주는 책입니다. 쉬어가는 것이 나태함이나 게으름이 아니라 다음 시간을 위해 충전하는 소중한 시간임을 다시 한번 알아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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