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실종되었다. 실종된 이유도 모른체 7년의 시간이 흘러 이제는 사망으로 인정되었다. 처음으로 만나는 2쪽 분량의 이야기를 보면서 결말을 알게 될지도 노른다. 누구인지 모르는 한 남자의 최후(?)를 알고 우리들은 이야기를 만난다. 하지만, 마지막 문장을 읽으면서 나의 생각이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오히려 마지막을 읽으면서 우리들은 모래에 빠져드는 느낌을 받는다.

 

8월 어느 날, 한 남자가 행방불명되었다. - 9쪽

 

딱히 서둘러 도망칠 필요는 없다.(중략)

도주 수단은, 그 다음날 생각해도 무방하다. - 227쪽

 

31세의 니키 준페이는 곤충 채집을 갔다가 예상하지 못한 일에 휘말린다. 분위가 심상치 않은 마을. 온통 모래뿐인 이 곳에서 자신의 사람이 어떻게 변할지 그는 알았을까. 빠져나오려 하면 할수록 빠져드는 늪처럼 그도 모래에 갇히게 된다. 의도치않게 여자와의 동거가 시작된다.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 곳에서 살아야한다. 비밀스러운 이 곳에 누군가 또 찾아올까. 자신은 이 곳에서 빠져나갈수 있을까.

 

희망이 없어보인다. 여자에게 이 곳에서 탈출한 사람이 있냐고 묻지만 시도한 사람은 있어도 탈출에 성공한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그는 포기하지 않는다. 어떻게 해서든 모래구덩이에서 빠져나가려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저항하지만 저항할수록 모래가 숨통을 조여온다. 책을 읽는내내 다가오는 답답함은 무엇을까. 마치 우리의 삶처럼 느껴져서가 아닐까.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수 없는 현실이다. 간혹 저항하며 살아가지만 어느 순간 복종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가 갈피를 못잡은 것 역시 그것 때문이다. 법치국가에 살고 있는 이상, 구원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실종자가 종종 수수께끼의 안개 저편으로 사라진 채 소식이 없는 경우도 사실은 대부분 본인의 의지가 그러했기 때문일 것이다. - 본문 94쪽

 

그는 자신의 삶을 수용한 것일까, 아니면 포기한 것일까. 마지막 그의 선택은 혼란스럽게 한다. 분명 탈출할 기회가 주어지지만 그는 당장 탈출하지 않는다. 그는 무슨 생각으로 그곳에 남은 것일까. 모래에 묻히지 않기 위해 매일매일 모래를 퍼내는 일을 반복한다. 식사시간조차 그들은 편안하게 지낼수 없다. 모래바람을 막기 위해 우산을 쓰고 음식을 먹을때마다 모래가 씹힌다. 준페이뿐만 아니라 이 마을에 남은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간혹 우리들도 멀리서 바라보면 살아남기 힘들거라 생각하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면 처한 상황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할때가 있다. 조금은 처절한 인간의 모습을 만나게 되다보니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쉽게 눈을 뗄 수 없는 작품이다.


<모래의 여자>에 대해 다양한 생각들을 만날수 있는 책이 있다.

 

밤의 인문학(밥장, 앨리스)

사막 한 가운데 파묻혀 모래를 파내는 여자의 까맣게 그을린 피부가 빛나게 보이는 순간. 노동으로 단련된 팍팍한 허벅지가 온몸의 신경을 뽑아 감아주고 싶을 정도로 섹시하게 보이는 순간. 그 순간의 성적 황홀함... - 본문279쪽

 

카페에서 책읽기 (뚜루, 나무발전소)

모래에파묻혀 시간 개념은 사라지고 안이 밖이고 밖이 안이 되어버린 사람. 달라진 것 없는 생활 속에서 채집당한 남자의 선택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니었을까? - 본문 265쪽

 

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이유경, 다시봄)

준페이가 모래 늪에 빠져을 때, 그는 구해주기만 한다면 뭐든 시키는 대로 다하겠다고 했다. 에휴, 나였어도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상황에서 다른 방법이 없으니, 그렇게 해서라도 어떻게든 살아야 되지 않겠냐고 분한 마음 반, 안타까운 마음 반으로 그를 걱정했다. 그는 사는 것을 선택하면서 대신 일상, 기대, 희망을 버리게 됐다. - 본문 2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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