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3
조지 오웰 지음, 김병익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학창시절 추천도서였던 <동물농장>은 지금도 학생들의 추천목록에서 빠지지 않는다. 솔직히 학창시절에 만났던 이야기들은 학습적으로 다가왔다. 등장인물들이 누구를 말하는 것이며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공부하듯 책을 만난 것이다. 주입식 교육의 힘(?)일까. 각각의 등장인물들은 어떤 인물을 말하는 것이며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만나는 <동물농장>은 확실히 다른 느낌이 든다.

 

 

소비에트 권력체제를 모델로 하고 각 인물들이 누구였는지 알려져 있지만 아마 지금의 우리들은 다른 누군가를 떠올릴 수 있다. 특정 인물이 아니더라도 메이저 영감과 나폴레온, 스노볼 등은 다른 모습이지만 현실에서도 분명 만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지배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살아가려던 동물들. 인간을 생산하지 않으면서 소비하는 유일한 생물이라고 말한다. 인간을 적이라 말하며 축출하려는 것이다. 그 권력의 중심에는 나폴레온이 있다. 모든 동물들이 영원히 지켜야할 '칠계명'을 만들어 이들은 자신들의 삶을 만들어 나간다. 인간이 아닌 자신들의 힘으로 살아가려는 것이다. 이제는 '매너 농장'이 아니라 '동물 농장'이라는 이름으로 나폴레온의 명령 아닌 명령으로 움직이게 된다.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를 외치며 이들은 인간들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영원히 지킬거라 말했던 칠계명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하나씩 다르게 변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거기에 대해 말을 하지 못한다. 눈 앞에서 같은 동무였던 동물들의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반기를 들지 못하는 것이다.

 

가상의 인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을수 있었을까. 인간이 아닌 동물을 빗대어 풍자를 하고 있다. 그 동물들은 인간을 적이라 말하며 자신들만의 삶을 살아간다고 하지만 결국 인간의 모습이 보인다.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장면과 문장들을 보면서 결국은 우리들이 바라는 인간이나 동물은 없는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실제로 현실에서도 누가 누구인지 구분할 수 없는 일들이 종종 일어나고 있으니 씁쓸하다.

 

바깥의 동물들의 시선은 돼지로부터 인간에게, 인간으로부터 돼지에게, 다시 돼지로부터 인간에게 왔다 갔다 했다. 그러나 이미 어떤 게 어떤 건지 분간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 본문 134쪽

 

처음 그들이 인간을 적이라 생각하며 했던 행동과 생각들의 의미가 퇴색되어진다.  그것을 보면서 우리들이 씁쓸한 미소를 지을수 밖에 없다. 정치적인 관점이 아니라 우리들이 살아가는 삶의 시선으로 바라보아도 멀게 느껴지지 않는 이야기이다. '매너 농장'이 아니라 '동물 농장'을 만들어 살아가려던 그들의 모습이 점점 사라진다. 적이라 말했던 인간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권력을 앞세워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도 한다. 그들이 꿈꾸던 세상이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메이저가 바라던 세상은 만들어 갈수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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