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괜찮은 하루 (윈터에디션)
구작가 글.그림 / 예담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3주전의 세상과 지금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다르다. 아무 생각없이 건너던 횡단보도. 차도와 인도 사이의 턱이 높을줄 예전에는 몰랐다. 이제서야 하나씩 보인다. 횡단보도를 건널때 중간지점을 도착하지 않았는데도 초록불이 깜박인다. 평지가 아닌 언덕길이 많다는 것을 알고 계단이 어느 산보다 높게 느껴진다. 걸을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무심코 걸어다니던 길이 다르게 보인다.

 

 

<그래도 괜찮은 하루>를 보고나면 우리들은 삶에 대한 투정을 하수 없게 된다. 지금 나에게 처한 상황들을 불만스럽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없을 것이다. 만약 이 책을 읽고나서도 자신의 삶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면 그것처럼 바보같은 일은 없을 것이다. 작가와 비교하면서 자신의 삶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된다는 것이다.

 

 

보고 들을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우리들은 세상을 보고 듣는 것에 아무 생각없이 지낸다. 이 책의 저자인 구작가는 듣지 못한다. 듣지 못하니 말을 할수도 없다. 두 살때 열병을 앓고 난 후에 귀가 아예 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자라면서 작가가 가는 길에는 누구보다 높고 두꺼운 벽이 있어 부딪히는 일이 많아 상처를 받아 마음에 반창고가 하나씩 늘어간다고 한다. 우리들은 보통 장애라고 말한다. 내가 장애를 가지지 않았기에 온전히 이해할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릴적부터 관계를 맺어온 지인과 친구가 장애를 가지고 있기에 그 아픔을 알고 있다. 나또한 그들과 함께 잇으면서 받은 상처들도 많다. 하지만 내가 직접적인 상처를 받지 않았으니 온전히 이해한다고는 말하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구작가가 받은 상처가 나에게도 상처로 다가온다.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한 구작가가 이제는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력까지 잃어가고 있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주책없이 눈물이 흐른다. 이런 상황이 다가오면 세상을 원망하게 될 것이다. 한가지도 아닌 여러가지의 어려움으로 이제는 혼자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수 없게 될까 두렵다. 하지만 구작가는 누구보다 강한 모습을 보인다. 아직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해야할 일도 많다고 말한다. 우리들은 그녀의 행복한 삶을 응원한다.

 

소리를 잃고도 시각을 잃어도

냄새는 맡을 수 있잖아요.

아직 기분 좋은 향기가 남아 있어요.

아직 제겐 많은 감각이 남아 있어요.

그래서 아직 느낄 수 있어요. - 본문 258쪽

 

 

마지막으로 그녀가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웃게 만든다. 자신의 상황을 비관하는 것이 아니라 예쁜 선글라스를 끼고 멋진 지팡이를 가진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런 구작가를 우리가 어찌 잊을수 있을까. 우리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겠다는 구작가의 말처럼 우리들도 구작가가 있기에 행복해지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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