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사랑이야 - 드라마 에세이
노희경 극본, 김규태 연출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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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책보다는 드라마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어린시절 가장 먼저 친해진 것은 TV에서 방영된 드라마와 영화이다. 책보다는 TV를 친구처럼 생각한 아이였다. 내가 기억하고 추억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드라마나 영화와 관련된 것들이다. 책을 가까이 하는 분들이 좋아하는 작가나 장르가 생기듯 영화나 드라마도 마찬가지이다. 내용을 떠나 누구의 작품이라는 것만으로 선택을 하게 된다. 나에게 있어 노희경 작가는 그런 사람이다. 작가의 최근작인 <그 겨울, 바람이 분다>까지 봤을 정도로 광팬에 가깝다. 이렇게 좋아하는 작가임에도 오직 한 작품만을 보지 못했다. 그것이 최근에 종영한 <괜찮아 사랑이야>다. 노희경작가의 작품 중 유일하게 못본 드라마가 된 것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책으로나마 만날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 책은 '드라마 에세이'이다. 드라마속 주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들을 스틸 사진과 함께 만날수 있다. 나처럼 드라마를 보지 못한 사람들도 등장하는 인물의 특성이나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알수 있다. '해열제'커플이라 불렸던 장재열과 지해수. 그들을 중심으로 누구나 가질수 있는 아픈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모습을 만날수 있는 이야기이다.

 

마음속에 누구나 하나쯤의 상처는 가지고 있다. 어떤이는 담담하게 스스로 치유해 나가지만 어떤 이는 평생 마음속에 품으며 곪아터질때까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경우가 있다. 그 상처를 다른 사람들에게 차마 보일수 없을 정도로 깊어지는 경우도 있다. 가정폭력앞에 어린 재열이 할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 상처는 어른이 되어서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이다. 그런 그가 정신과 의사 해수를 만나면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 상처를 조금씩 치유해 나간다.

 

전체적인 내용을 떠나 각각의 인물의 모습, 그들이 처한 상황들이 스틸 사진을 통해 만난 우리들에게 더 와닿는다. 그들의 아픔, 사랑, 행복도 느낄수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움직임이 없는 사진임에도 사진속 모습, 표정, 손짓 하나만으로도 그들의 마음속이 들여다 보인다면 거짓말일까. 드라마속 대사들은 책이 주는 감동을 더하고 있다. 드라마속 등장인물들의 목소리가 아닌 우리의 마음으로 읽어야 하는 것임에도 왜 아프고 눈물이 나는 것일까. 드라마를 보지 못했음에도 그들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사막의 유목민들은 밤에 낙타를 이렇게 나무에 묶어두지.

근데 아침에 끈을 풀어. 보다시피.

그래도 낙타는 도망가지 않아.

나무에 끈이 묶인 밤을 기억하거든.

우리가 지난 상처를 기억하듯.

과거의 트라우마가, 상처가 현재의 우리 발목을 잡는다는 얘기지. - 본문 128쪽

 

드라마속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작품을 만들어 간 사람들의 이야기도 만날수 있다. 감독, 작가,배우들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은 드라마속 인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며 드라마 밖 이야기도 만날수 있다. TV드라마에서는 그들이 화면 안에서의 이야기를 했다면 책에서는 화면 밖에서의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에 드마라를 보지 않은 분들이 읽어도 드라마의 내용과 무관하게 만날수 있는 것이다. 

 

누구나 가질수 있는 아픔이지만 누구나 쉽게 헤쳐나오기 힘든 상처이다. 그들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우리들은 누군가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다가간다. 그들의 아픔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아픈 상처를 보듬어 줄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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