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나는 없었다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1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애거서 크리스티' 하면 모두 추리소설을 떠올릴 것이다. 추리소설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애거서 크리스트의 한두작품은 만났을 것이고 그녀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기존에 만났던 추리소설들과는 다른 작품이다. 애거서는 85세의 일기로 사망할때까지 80여편의 추리소설을 남겼다. 그런 그녀가 어머니의 죽음과 남편의 외도 등으로 충격을 받아 방황의 시간을 보낸다. 1930년부터 1956년까지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여섯편의 장편을 남겼는데 <봄에 나는 없었다>는 그 중 한 편이다. 기존에 만났던 추리소설들과는 확실히 색깔이 다르다. 작가도 독자의 이런 마음을 미리 읽었던 것일까. 추리소설 독자들이 혼란스럽지않게 하기위해 이렇게 필명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육로를 통해 바그다드에서 런던으로 돌아가는 조앤 스쿠다모어. 막내딸의 갑작스런 발병 소식으로 그곳에 갔다고 딸이 차츰 회복이 되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우연히 만나게 된 동창 블란치 해거드. 자신은 변한것이 없는데 학창시절 소위 잘나가던 블란치 해거드는 끔찍하게 변해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세 자녀들은 흡족한 모습으로 자라주었고 남편 로드니 역시 번듯한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조앤은 자신의 올바른 양육과 성공한 인생을 자랑스럽게 여길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자신의 모습과 달리 초라해보이는 블란치의 모습을 보니 왠지 우쭐해진다.

 

조앤은 거울에서 눈을 돌리며 자신에게서 빛이 난다고 느꼈다. 그래, 자기 일에서 성공했다고 느끼는 건 정말 흐뭇한 일이야. 나는 직업이나 그 비슷한 것을 갖고 싶었던 적이 없었고 아내이자 엄마로 만족스러웠어.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했고, 남편은 자기 분야에서 성공했어. 그 성공 역시 내 덕분이라 할 수 있지. 사람은 영향을 받는 것만으로도 아주 많은 일을 할수 있어. 내 소중한 로드니! - 본문 11쪽~12쪽

 

누구보다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조앤. 블란치가 하는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학벌 의식을 가지고 아무것도 인정하지 않는다며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말을 한다. 그 당시에는 그냥 듣기 거북한 말로만 지나쳤다. 하지만 이 말은 가시처럼 자꾸 신경이 쓰인다. 그녀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조앤. 이제 사랑하는 남편의 품으로 돌아가면 되는 것이다.

 

올때와 달리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쉽지 않다. 누사이빈 쪽에 큰비가 내려 선로가 넘쳐서 대엿새가 지나야 기차가 다닐수 있다고 한다. 처음 하루 이틀은 견딜수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지루하고, 가져온 책을 읽고나니 할 일이 없어진다. 그 긴 시간동안 조앤은 자신을 온전히 들여다 보게된다. 가시처럼 신경쓰였던 블란치의 이야기도 완벽한것 같은 자신의 결혼 생활도 이제 조금씩 진실이 보이기 시작한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했던 아이들의 문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이제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보인다. 예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보면서 지금과는 다른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다. 조앤은 남편과 아이들에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사막에 온 건 그것  때문이다. 이 맑고 무지막지한 빛줄기가 그녀에게 자신의 본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그동안 외면했던 모든 진실을 보여줄 것이다. 사실은 그녀도 다 알고 있었던 모든 것을 보여줄 것이다. - 본문 213쪽

 

사람은 쉽게 변할수 없는 것인가. 자신을 들여다보며 변하리라 생각했지만 집으로 들어선 순간 사막에서의 조앤은 사라진다. 우리는 책을 통해 그녀를 멀리서 바라보게 된다. 그러다보니 어쩌면 저렇게 어리석을까라는 생각마저 든다. 자신의 감정으로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는 조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엄마와 아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내가 그녀를 가까이서 보게 되면 이해하게 된다. 우리들도 그런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은 가족들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고 모두 그들을 위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심리 서스펜스 걸작이라는 이 작품을 통해 한 여인의 심리를 들여다보게 된다.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한 여인이 사막에 갇혀 이제까지의 자신의 삶이 헛됨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 마음은 사막을 떠남과 동시에 다시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그녀의 모습을 보니 씁쓸하다. 앞으로의 조앤 모습이 더 궁금해지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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