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친 할아버지께 라임 어린이 문학 1
강정연 지음, 오정택 그림 / 라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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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아이는 자신이 하고 싶었던 봉사단 지원을 하고 면접을 보았습니다. 중학생부터 활동할수 있다고 하여 몇년을 손꼽아 기다려온 아이입니다. 하지만 서류통과 후 면접에서 떨어졌습니다. 눈물이 많은 아이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 좀처럼 울지 않는데 면접을 보면서 울었다고 합니다. 면접관들이 질문한 것은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위험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대처하겠느냐는 질문이였다고 합니다. 아이는 그 순간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셨다는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났다고 합니다. 나중에 그 이야기를 가족들 앞에서 할때도 눈물을 흘리는 참 어이없는 상황이였지만 아이에게는 누구보다 소중한 할머니의 그런 모습을 상상하는 것조차 힘들었나 봅니다.

 

아이에게 할머니는 특별한 존재입니다. 아이는 늘 할머니가 친구이자 엄마라고 말합니다. 제가 일을 하고 있기에 어렸을때부터 할머니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어디를 가든 무슨일이 있든 가장 먼저 연락하는 것은 엄마가 아니라 할머니입니다. 무언가를 의논을 할때도 할머니를 먼저 찾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관계가 돈독한 아이들이라 이렇게 동화를 만날때도 다른 친구들과는 조금 다른 마음으로 만납니다.

 

 

<나의 친친 할아버지께>가 도착하자마자 먼저 읽은 것도 아이들입니다. 역시나 눈물 많은 아이들은 이 책을 보며 눈물을 흘립니다. 책을 읽고 나서 제일 먼저 한 일은 할머니, 할아버지께 전화를 거는 것이였습니다. 매일 얼굴을 보면서도 무슨 할말이 그리 많은지 아직도 일을 하고 계시는 두 분께 전화를 해서 종알종알 이야기를 합니다.

 

 

장군이는 누구보다 할아버지를 좋아합니다. '친한 친구 같은 사랑하는 나의 할아버지'라는 뜻의 '친친 할아버지'라는 애칭을 지어 드립니다. 엄마는 어렸을때 장군이를 떠나고 사업이 잘되지 않자 아빠는 술만 마시고 화를 내기만 합니다. 그런 장군이가 의지할 때는 할아버지밖에 계시지 않습니다. 그런 할아버지께 메일을 보내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계속 '읽지 않음' 이라는 메시지만 보일뿐입니다. 집에 와도 누구하나 반겨주는 사람이 없는데 학교 생활도 장군이를 힘들게 합니다. 눈물이 많고 몸이 뚱뚱하다 보니 친구들이 '울보'와 '뚱보'를 합쳐 '뚱볼보'와 '곰탱이'라 부릅니다.

 

방학이 되어 잠시동안 창식이의 괴롭힘에서 벗어날수 있어 좋은것도 있지만 할아버지와 함께 지낼수 있어 더 좋습니다. 이제는 힘든 일도 사라지고 좋은 일만 생길것 같습니다. 할아버지가 함께 있는다면 어떤 일이든 이겨낼수 있을것 같은 장군이입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예전과 다르십니다. 종종 화도 내시고 글씨도 엉망으로 쓰십니다.

 

 

"할아버지를 좀 부탁해." - 본문 54쪽

 

할아버지의 이 한마디에 제가 왜 눈물이 나는 것일까요. 치매 초기라는 말씀을 하시며 장군이에게 부탁한다는 말을 하십니다. 학교 선생님이셨고 누구보다 책을 좋아하시는 할아버지가 이제는 글을 읽으실 수도 쓸 수도 없다고 합니다.

 

"이 아이는 제 보호자 박장군입니다." - 본문 60쪽

 

이제는 장군이가 할아버지의 보호자가 되었습니다. 어렸을때 할아버지가 도와주신 것처럼 이제는 장군이가 할아버지를 보살펴 드리려 합니다. 글을 쓰지도 읽으시지도 못하는 할아버지에게 장군이는 매일 편지를 씁니다. 그러면 할어버지는 그 편지를 그대로 따라 쓰는 것입니다.

 

 

'치매'라는 말을 들으면 정말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소중한 사람들과의 추억뿐만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일까요. 주변을 둘러보아도 이러한 현실과 마주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을 보며 얼마나 힘든 시간인줄 알기에 환자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두려운 일입니다.

 

부모님과 함께 하지 못한 시간들로 인해 불행해 보이는 장군이지만 그 아이 곁에는 누구보다 사랑하는 할아버지가 계십니다. 점점 소중한 기억을 잃어가는 할아버지 곁에 힘에 되어주는 장군이가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말처럼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아주 천천히 기억이 사라져주길 바랄뿐입니다. 함께 있어 행복한 장군이와 친친 할아버지. 더이상 두 사람에게 눈물을 흘리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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