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의 편지 - 사람과 시대를 잇는 또 하나의 역사 사람을 향한 인문학
손문호 지음 / 가치창조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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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가 주는 느낌들이 있다. 그중에 하나는 진솔함이다. 거짓을 담은 편지는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한번 주면 다시 내게 돌아오는 일이 많지 않기에 내 진심을 담아 정성껏 쓴다. 차마 말로 하지 못한 이야기들도 담아낸다. 편지를 단지 소통의 수단 중 하나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단순히 개인적인 이야기만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선인들이 남긴 편지는 그들의 사적인 모습보다는 그 시시대의 모습을 볼 수 있기에 우리들은 유심히 보는지도 모르겠다.

 

 

<옛사람의 편지>에서는 이황과 조식이 주고받은 편지, 정약용과 이이경이 주고받은 편지, 김정희의 편지 등 선인들이 전하는 그 시대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옛사람들의 편지글을 담은 책들을 통해 본 편지가 아니라 새로운 편지들은 통해 조선시대의 정치, 사회를 들여다보게 된다. 우리들이 친구들과 쓰는 편지와는 격이 다르다. 그런 편지들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누군가의 편지를 읽는다는 것은 그들만의 비밀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조금은 설레는 일이다.

 

그들이 하는 고민은 무엇일까. 평범한 사람들의 고만과는 조금 다르지 않았을까. 하루하루 자신의 삶을 살아가면서 그들은 개인적인 걱정보다는 나라의 걱정을 많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비난이 아닌 비판의 시선으로 이야기하며 자신들의 잘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같은 도를 추구하는 사람은 말하지 않아도 생각이 합치되며, 추구하는 도가 다른 사람은 아무리 말을 많이 해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입니다. 그대가 나와 추구하는 도가 다르다고는 할 수 없으니 내 행위가 도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을 그대의 식견과 입장으로 어찌 구구한 나의 변명을 기다린 뒤에야 안다는 말입니까. - 본문 187쪽 

 

나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가 있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같은 고민으로 편지를 주고받는 일은 해결방안을 찾아나가기 위함만은 아니다. 나의 고민을 비난이 아니라 진심을 담은 조언으로 글을 보낸다면 그건 이제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선의의 경쟁자이면 나이를 초월한 우정을 나누는 조선의 지식인들의 편지를 보며 우리는 지금 내 앞에 놓여있는 개인적인 문제에서 나아가 내가 살고 있는 시대에 대한 고민을 한다. 어쩌면 우리아 별반 다르지 않는 고민을 하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바쁘다는 이유로 외면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들이 편지를 남기지 않았다면 한 사람의 고민을, 시대의 고민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이 하는 고민을 통해 지금 우리들이 하는 고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실마리를 찾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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