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다녀왔습니다
신경숙 지음 / 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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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제목만 듣고도 마음과 호기심이 확 쏟아지는 책이 있다. 신경숙 작가의 요가 에세이 『요가 다녀왔습니다』가 그랬다.


읽기 전에 "다녀왔습니다"라는 표현 하나에서 많은 것을 생각해본다. 집을 나설 때 "다녀올게요"라고 말할 수 있는 소중한 가족이 있을 것이고, 요가하러 가는 발걸음이 기분 좋았을 것이고, 왠지 반복되는 일상에 자리잡은 소중한 루틴이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나는 왜 이 책을 그렇게 읽고 싶었을까?" 곰곰히 생각해보면 소설가가 요가의 세계를 어떻게 경험하고 표현했는지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문장들을 세심하게 느껴보며 지금은 잠시 쉬고 있는 요가를 다시 시작할 계기와 원동력을 얻고 싶었는지 모른다. 


결론적으로는 그 계기와 원동력을 충분히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이유는 '요가'에 대해서만 말하는 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작가가 말하듯이 이 책은 요가에 대한 책만이 아니다. 불균형으로 이루어졌던 작가의 몸과 마음, 계속되어야 하는 작가의 글쓰기, 그리고 요가를 하면서 만나게 된 다정한 이웃들의 이야기까지. 기쁨과 슬픔의 순간이 모두 담겨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작가가 다음과 같이 말한 부분이다.


"나는 앞으로도 한사코 요가에 깊이 빠지지는 않으려고 할 거예요. 그 세계에 들어가면 세상을 다 잊어버린 채 나오지 않고 문을 잠가놓을 것 같거든요. 그만큼 매혹적인 세계입니다만 아직 다른 할일이 좀 있어서 나는 이 상태로 여기 있겠습니다."


내가 요가를 하면서 느꼈던, 하지만 구체적인 문장으로 표현할 수 없었던 부분을 명확하게 짚어주는 것 같았다.


요가는 분명 운동효과도 높을 뿐 아니라 마음 수련에도 도움을 많이 주어, 시간이 지날수록 몰입감이 높아지기 때문에 너무나 매력적인 운동이다. 하지만 이따금씩 그 세계에 너무 깊에 발을 들이면 다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 적도 많다.


치열한 현실의 일상을 살아가려면 때때로 독기와 치열함을 가지고 타인들과 경쟁해야 할 것이고, 수많은 압박과 스트레스를 견뎌야만 하는 상황에 나 지신을 내던져야 할 것이다.


요가를 수련하다 보면 그런 과정에서 쌓인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만, 자칫 잘못하면 일상의 압박에서 매번 요가의 세계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닐까 나는 가끔씩 생각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나만의 경험과 관점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다녀왔습니다" 라는 다정한 인사말도 이런 부분에서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상의 압박감을 벗어 던지고  고 에너지를 얻기 위해  잠시 다녀오면 좋은 곳이지만, 내가 두 발을 딛고 굳건히 서있어야 하는 곳은 따로 있는 것처럼 말이다. 


추운 겨울날, 잠시 쉬고 있는 요가가 이 책을 읽고 더욱 간절해진다. 한 공간 안에서 많은 사람들의 호흡이 만들어내는 온기와 집중력이 그립고, 사바아사나의 편안함도 그립다. 그리고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한 머리 서기는 언제쯤 성공할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


빠른 시일 내로 나도 나 자신에게 "요가하러 가요"라고 말하고 "요가 다녀왔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일상을 다시 만들어야겠다. 그리고 그 일상들을 가끔은 이 책의 문장처럼 따뜻하고 정성스럽게 기록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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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는 꽝이고 내일은 월요일 - 퇴사가 아닌 출근을 선택한 당신을 위한 노동권태기 극복 에세이
이하루 지음 / 홍익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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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희망의 진짜 의미를 깨달았다.

 
희망은 로또 10억 당첨 같은 갑작스러운 행운이 아니라,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할 수 있는 힘이라는 것을. 

 
가장 좋았던 점은 독자들에게 억지로 희망을 불어넣거나, 섣불리 퇴사를 강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덤덤하게 자신이 살아왔던 이야기를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옆에서 듣는 느낌이었다.

 

"아, 나만 힘들게 사는게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당분간 꽤 가벼운 발걸음으로 출근할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이 책은 나만 읽고 싶은 책이 아니라, 오랜만에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책이었다.

 

정말 표현 그대로 웃기면서도 슬픈 이 책은 다 읽고 나면 비온 뒤의 맑은 하늘처럼 기분이 개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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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와의 수다
사토 미쓰로 지음, 양억관 옮김 / 김영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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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소위 말하는 도덕이나 올바름의 기준은 무엇일까 가끔 고민해본다.

 

그 기준을 정확히 알 수는 없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기준은 계속 변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시대와 장소는 계속 변하기에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악마와의 수다라는 책은 소설이나 자기계발서와는 거리가 있는 인생론을 담고 있다.

 

세상이 강조하는 도덕과 올바름에 질려버린 주인공 앞에 어느 날 악마가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올바른 상식 따위에 얽매여 살 필요가 없다!”고 속삭인다.

 

그렇게 주인공은 속절없이 악마의 유혹에 빠지게 되고 악마와 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다.

 

행복한 인생을 살게 해줄 것이라 약속하는 이 악마의 정체는 무엇일까?

 

 

악마와의 수다는 기존의 상식과 편견을 과감히 깨뜨린다.

 

하지만 악마가 전하는 메시지는 단호하고 심플하다.

 

인생의 기준은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것, 그리고 변화의 시작은 마음에서 비롯되기에 불가능은 없다는 것. 우리가 바라는 것들을 실제로 이루기 위해서는 우선 그것들을 방해하는 요소를 깨닫고 하나씩 없애버리는 일이라는 것.”

 

그래서 마음속에 올바름 따위 갖지 말 것이며, 내가 아닌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상식은 과감히 무시하라고 조언한다. 다른 사람들이 정해 놓은 올바름은 당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가둬놓기 때문이다.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데 있어 악마만큼 알맞은 존재는 없기 때문에 주인공 앞에 악마가 나타난 것이 아닐까 책을 읽고 문득 생각해봤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올바름을 의심하는 것만으로도 진정한 행복을 위한 여행이 시작될 것이라고 책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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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수유병집 - 글밭의 이삭줍기 정민 산문집 1
정민 지음 / 김영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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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수유병집

 

처음 보자마자 제목의 의미가 궁금한 책이었다. 찾아보니 체수낙수라는 뜻이고, ‘유병논바닥에 남은 벼이삭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체수유병집이라는 뜻을 해석하면

 

추수 끝난 들판에서 여기저기 떨어진 볏단과 흘린 이삭을 줍듯이저자가 지금까지 많은 책을 펴내면서 미처 담지 못하고 아껴두었던 이야기 50편을 모아서 엮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저자가 오랜 시간 아껴두었던 이야기는 무엇일까?

 

저자는 우리나라의 역사, 또 그 속에서 실현되었던 인간의 삶 속에서 고전의 본질과 역할에 대해 논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다산 정약용과 연암 박지원이 가졌던 삶의 가치관과 태도다.

 

책은 고전의 의미와 읽는 즐거움으로부터 시작해 연암 박지원과 다산 정약용, 두 지성에 삶의 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던지는 날카롭고 창의적인 질문을 통해 저자의 인문학적 통찰을 엿 볼 수 있다.

 

책의 제목처럼 저자가 일군 다채롭고 풍성한 글밭에서 빛나는 수확물을 만나게 된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독서에 필요한 자세는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수성만 앞서면 논리가 부족해질 것이며, 논리만 앞서게 되면 독서의 즐거움이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작가처럼 많은 텍스트를 읽어보고, 내 나름의 분석과 해석을 계속 시도해보고, 다른 사람과의 생각과도 비교해보는 것.

 

이것이 균형 잡힌 고전, 넓게는 글의 향유방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이 균형을 맞추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않기 바라는 마음이다.

어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자유로워지려면 고생을 많이 해야 한다

 

저자처럼 다양한 글을 나만의 관점에서 해석해보고, 또 가장 중요하게 나의 삶에 적용해 보는 시도가 우리 삶에 자유와 균형을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책을 읽으며 관점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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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연 이우일의 단어 인문학 1 - 만화로 보는 조승연 이우일의 단어 인문학 1
조승연 지음, 이우일 그림 / 김영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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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뿐만 아니라 모든 언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단어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영어를 잘 하기 위해서 매일매일 단어를 열심히 외우고 있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모국어를 공부할 때 단어를 따로 외우지 않는다. 소리를 통해 대략적인 단어의 뜻을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가 단어를 외우지 않아도 모국어를 잘할 수 있는 이유를 저자는 어휘 추리력이라고 부른다.

 

단어는 마치 사람과 같아서 아이를 낳기도 하고,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기도 하고, 무엇보다 여러 나라를 여행하다가 고국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각 단어가 가지고 있는 다이내믹한 삶의 스토리를 지켜보면 단어들이 가지고 있는 신기한 나이테를 읽을 수 있다.

 

미국의 유명 언어심리학자 스티븐 핑커 박사는 이것을 단어와 규칙(Words and Rules)’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아주 기초적인 단어라 할지라도 그 단어가 변형되는 규칙만 알면 수십만, 수백만개의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같은 시스템을 알고 있는 사람들과는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가 표현하는 것처럼 인간의 상상력은 매일매일 방대한 어휘를 쏟아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영어와 몇십년 동안 씨름하며 느끼는 감정은 좌절감이나 지루함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처럼 만화 형식이 주는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영어를 공부하는 많은 분들이 배우는 즐거움을 느끼실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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