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해맑음 대신 넉넉한 우울과 신선함이 있었다. 우울은 내 평생의 친구이자 자랑이었다. 자연스럽고 편안하며 고요했다. 반향을 요구하지 않았고 침묵으로 대화가 되었다. 가늘고 섬세하게 모든 순간을 더듬어도 재촉하거나 다그치지 않았다. - P115
클럽에는 죽은 사람들만 있었다. 연이 아는 얼굴들은 모두 죽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살아 있을 때보다 더 신나보였다. - P165
걸어야지. 열을 내야 해. 내가 무엇을 사러 나왔더라. 아, 내 집은 어느 방향이지. 여자는 계속 생각하고 묻는다. 그러나 대답은 없다. 대답할 수가 없다. 여자는 걷고 또 걷는다. - P220
세상에 완벽이라는 말은 없는 것 같아요. 완벽해야 한다거나 완벽해지도록 노력해라, 이런 말은 사라져아 한다고 봅니다. 우리는 태어날 때나 죽을 때나 미완성의 존재거든요. - P258
그후 나는 기약 없이 떠났던 여행에서 생각보다 일찍 돌아왔다. 그 무렵 나의 일상은 엉망이었다. 무엇이 나를 망가뜨렸는지는 알 수 없다. 많은 사람이 나에게 쏟아내는 긍정의 말들은 오히려 비수가 되어 꽂혔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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