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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홀 문화인류학 4부작 1 : 침묵의 언어 이상의 도서관 46
에드워드 홀 지음, 최효선 옮김 / 한길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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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유튜브 콘텐츠를 촬영하면서 추천받은 책이다. 필리핀 선교사로 10년 넘게 사역하시던 분이었는데, 타문화권에서 일을 하는 게 어디 쉬울까. 우리에겐 당연하게 여겨지는 많은 관행들이, 실은 인류의 보편적인 관습이 아니라 특정한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끼리 통하는 무엇이라는 걸 깨닫지 못하면 결코 이런 일은 제대로 해 낼 수 없다. 이런 면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하시니 한 번쯤 읽어 볼만하다.


책 제목인 ‘침묵의 언어’는 비언어적 언어(의사소통 수단)을 가리킨다. 굳이 말을 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다양한 것으로 우리의 마음을 표현하곤 한다. 가장 직접적으로는 표정으로 말할 수도 있고, 특정한 제스처는 거의 말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앞서도 말했듯, 특정한 지역에서, 특정한 문화와 전통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말을 하지 않아도 자명한 무엇이지만, 그 영역 밖으로 나가면 전혀 다를 수 있다.




대학 시절 교양과목으로 한 학기 동안 수어를 배운 적이 있다. 그 학기를 지나서는 딱히 쓸 데가 마땅히 없기도 해서 더 익히지 않는 바람에 대부분 잊어버렸지만, 여전히 기억이 나는 게 몇 개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손위 남자 형제를 가리키는 수어였다. 가운데 손가락만 펴고 나머지 손가락은 모두 접은 채로 손바닥을 자신 쪽을 향하게 해서 들어 올리는 거였다. 그렇다. 꽤 많은 나라들에서 욕으로 사용되는 그 제스처와 너무나 비슷하다(그래서 아직까지 기억이 나는 건지도). 당연히 수어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좀 당황스러울 수도 있는 동작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우리는 이런 문제에 쉽게 부딪히곤 한다. 흔히 어떤 나라 사람들은 이렇다라는 식으로 말하는 경우가 있다. 이 나라 사람들은 게으르고, 저 나라 사람들은 탐욕스럽고, 또 다른 나라 사람들은 속을 드러내지 않고 하는 것들. 그런데 알고 보면 이런 편견들은 사실 우리와 다른 그들의 비언어적 의사소통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우리에게 익숙한 문화대로 그 사람들을 평가하고 있는 것.


앞서 말한 선교사님과의 대화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이 시간에 대한 다른 감각 부분이었다. 우리 달리 도심지를 제외하고는 교통수단이 지프니 말고는 거의 갖춰지지 않은 필리핀의 경우, 정확한 시간에 약속을 잡는 것이 애초에 무리라는 것. 이런 걸 모른 채로 필리핀인들이 약속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고 비난하기 시작하면 그 다음 스텝이 제대로 진행될 리 없다. 오해가 쌓이면 결국 의견 충돌로 이어지고 종래에는 갈등으로 치닫게 된다.





책은 이런 다양한 영역들에 대한 실제 사례들과 저자가 정리한 비언어적 언어의 다양한 양상들을 잘 제시하고 있다. 문화 간 차이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물론 이 책이 우리나라에 출판된 것만 해도 2013년이니 벌써 10년 전이고, 원서는 무려 1959년에 나왔으니 그 사이 이 문제에 대해서도 이전보다는 좀 더 나은 이해를 갖게 되지 않았나 싶다.


이미 당시에도 미국 정부는 이런 문제를 두고 본격적인 연구를 진행했다니 확실히 다르긴 다르구나 싶다. 우리나라는 불과 1년 후 4.19 혁명이 일어날 정도로 이승만 정부의 극심한 정치 부패가 나라를 망치고 있는 중이었다. 이런 기초적인 인문학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게 미국이라는 나라의 힘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단순한 사례들의 나열을 넘어, 저자 나름대로 이런 다양한 영역들의 정리를 통한 체계화까지 시도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이 책보다 좀 더 세련된 책들도 분명 있겠지만, 역시 근본을 손에 드는 게 주는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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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잉크, 접착제, 실, 판지, 천, 또는 가죽으로 만들어진

벽돌 크기의 이 마술 같은 물건은 실로 작은 타임머신이다.

책은 우리를 과거로 데려가 역사의 교훈을 배우게 할 수 있으며

이상적이거나 반이상적인 미래로 데려갈 수도 있다.

지구상의 먼 곳, 그리고 그보다 훨씬 더 먼 다른 행성과 우주로 데려갈 수도 있다.

우리가 직접 만날 일이 없을 남자와 여자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고,

위대한 인물들이 이룬 발견을 조명하며,

이전 세대의 지혜에 접근할 수 있게 해 준다.


미치코 가쿠타니, 『서평가의 독서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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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덕원 교수의 예배 꿀팁 궁금해 시리즈 3
안덕원 지음 / 홍성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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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모양은 홍성사답지 않게(?) 작고 아담하게 만들어졌다. 개인적으로는 홍성사는 C. S. 루이스로 만나기 시작한 출판사였던지라, 한 권 한 권 양장본으로 내던 기억이 강하게 박혀 있어서다.(물론 요새는 루이스 책도 다 무선제본으로 표지를 갈아 다시 내고 있긴 하지만, 루이스 책 정도는, 음, 양장본으로 좀 튼튼하게...) 파스텔 컬러에 제목만 굵은 검은색 글씨로 큼지막하게 박아넣은 것이 요새 감성이긴 하다.


다만 일단 책장을 펴면 좀 놀라게 되는데, 글씨가 너무 작다. 그리고 너무 많다. 판형을 유지하면서 너무 두껍지 않게 내용을 담으려다 보니 그렇게 된건가 싶은데, 이 정도면 나이가 좀 있는 분들은 책을 펴기가 힘들 것 같긴 하다. 물론 애초에 내용 자체가 좀 더 젊은 세대를 겨냥한 것 같긴 하지만.




책은 예배와 관련된 다양한 내용들을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해 두었다. 모두 마흔 개의 질문이 담겨 있는데, 1부는 예배라는 큰 그림을 그려주는 내용이고, 2부는 예배의 각 순서에 관한 질문, 3부는 교회력과 절기, 4부는 성례(성찬, 세례), 마지막 5부는 예배의 좀 다른 모습을 모색해 보는(특히 온라인 예배를 중심으로) 내용이 담겨 있다.


전반적으로 틀 자체는 짜임새가 있다 싶은데, 내용을 서술하는 방식이 좀 딱딱하다. 첫 몇 개 장만 봐도 아, 교수님이 딱 교수님처럼 썼구나 싶은 생각이 물씬 든다. 뭐 억지 유머를 넣을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이렇게 딱딱하면 애초에 목적했던 젊은 세대가 쉽게 접할 수 있을까 싶긴 하다. 예배학 전공자가 강의하는 느낌이다. 그것도 넣고 싶은 많은 내용을 줄이려다 보니 연결이 좀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자주 보인다.


하지만 내용 자체는 관련 주제에 대한 여러 정보들을 균형 있게 정리해 두고 있어서, 참고서로서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양한 교파의 입장을 두루 살피면서, 교파나 교단의 입장을 충분히 존중하면서도 역사적 교회의 전통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 꽤 잘 와 닿는다. 오로지 지금 나의 신앙생활만이 전부인 양 착각하는 근시안적인 신앙행태에서 벗어나려면 역시 역사를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나온 지 얼마 안 된 책이다 보니 최근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온라인 예배(심지어 온라인 성찬도?) 같은 주제에 대한 고민도 보여 반갑다. 종합하자면 일종의 대안적 예배 형태로 인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 하지만 좀 더 바람직하게는 함께 모이는 게 좋겠다 정도인데, 나도 이 입장에 동의한다. 다만 팬데믹 상황에서도 반드시 모여서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예배를 해야만 믿음이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 꼰대정신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나라에서 아직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은 충분히 성숙되지 못한 것 같다.


제목처럼 예배와 관련된 다양한 팁을 알아본다는 정도로 읽으면 될 것 같다(아주 전문적인 내용까지는 소개되지 않기도 하다). 저자도 자주 말하고 있지만, 예배와 관련해도 다양한 신학 전통이 있기에, 어느 한 쪽이 틀렸다고만 말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서로 다른 전통에 대해 이해하려는 자세로, 각자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의 길을 걸어간다면 얼마든지 여러 모습의 예배도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물론 우선은 자신이 속한 예배 전통의 본질을 충분히 되살려 보는 게 먼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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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읽는 독일 프로이센 역사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5
나카노 교코 지음, 조사연 옮김 / 한경arte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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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빌렸던 책을 반납하러 동네 도서관에 갔다가 슬쩍 데려온 책이다. 책 제목부터 뭔가 흥미진진해 보인다. 명화와 역사, 그리고 프로이센까지. 사실 이런 책은 분류하기가 좀 애매하다. 사실 그림에 관한 책을 한 권 볼까 하고 집었는데, 역사가 붙어있는, 그런데 또 읽다보면 중심은 그림보다는 역사인(그렇다고 그림이 단지 참고 설명용으로만 사용되는 건 아닌) 그런 책이다. 그래도 출판사가 일단 예술 관련 쪽이니 예술 쪽으로 분류를 해야 할까 싶으면서도, 이 시리즈가 대체로 역사를 설명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 복잡하다. 그냥 알라딘 분류법에 따라 미술사, 예술 쪽으로 넣자.




책은 오늘날 독일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프로이센의 역사를 다룬다. 정확히는 프로이센의 호엔촐레른 가문의 역사지만, 책에도 언급되듯 이 이름 자체가 좀 생소하니, 조금이라도 유명한 프로이센이라는 이름을, 그리고 독일이라는 국명까지 붙였다(그런데 결과적으로 “독일 프로이센의 역사”라는 좀 어정쩡한 이름이 되어버렸다). 참고로 이 “프로이센”은 종종 “프러시아”라고 표기되기도 한다. 후자는 영어식 발음, 전자는 독일어식 발음이다.


중세 십자군운동이 사실상 종결된 13세기 즈음,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직속의 독일 기사단(튜튼 기사단)은 성지에서 고국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이런 위험한 집단을 그냥 놔둘 수는 없는 법. 당시 교회는 기독교를 믿지 않는 유럽의 북동부 지방을 겨냥한 북방십자군 운동을 시작했고, 여기에 이 독일기사단이 나서 땅을 정복했고 아예 자신들이 눌러 앉아버린다. 독일기사단국의 시작이었다.


그로부터 250년이 더 지난 1510년 호엔촐레른 가문의 20대 젊은이가 이 기사단국의 37대 총장으로 선출된다. 물론 선출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이전에 모종의 작업이 있었다. 그가 바로 알브레히트 호엔촐레른이다. 그리고 10년 후쯤 그는 독일에서 한창 종교개혁을 진두지휘하던 마르틴 루터와의 만남 후 전격적으로 루터파로 개종을 한다. 애초에 십자군 운동에서 비롯된 기사단은 당연히 가톨릭이었지만, 이에 대한 반발은 별로 없었나 보다. 알브레히트는 기사단국을 해체하고 프로이센 공국을 세워 자신이 첫 공작위에 오른다. 그렇게 프로이센은 호엔촐레른 가문의 세습 영지가 된 것.


그리고 프로이센 공국은 얼마 후 왕국으로 승격할 기회를 얻게 된다. 1701년 스페인의 왕위를 두고 프랑스와 신성로마제국이 벌인 전쟁에서 당시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레오폴트 1세를 돕기로 약속한 대가로 왕국으로의 승격을 허락받은 것. 책은 1대 왕인 프리드리히 1세부터 마지막 9대 빌헬름 2세까지의 역사를 그림과 함께 간략하게 요약 설명해준다.





생각보다 금세 책장이 넘어간다. 애초에 생소한 이름들, 지역들이지만 저자는 적당히 자를 건 자르고, 붙일 건 붙여서 내용을 쉽게 설명해 낸다. 물론 여기에는 이 책의 기획 자체가 그림을 중심으로 역사를 설명하는 식이다보니, 설명할 그림이 있어야 하니까 내용도 여기에 맞춰질 수밖에 없었을 것 같긴 하다.


그래도 좋은 요약 능력을 보여주는 책이다 보니, 일단 시작으로는 이 정도의 책으로 충분하겠다 싶다. 좀 더 상세하고 전문적인 정보는 또 다른 책을 찾아보면 될 일이니까. 결국 프로이센 왕국은 점차 세력을 키워 오늘날 독일을 형성하는 모체가 된다. 근세 독일과 유럽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 이 정도의 상식은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컬러 도판도 눈을 즐겁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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