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19805월의 광주는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독재자에 대항하는 시민들의 시위로 들끓었다. 정부는 외부와의 통신과 이동을 차단해 광주를 고립시키고 무력진압을 시도했고, 이런 조치는 시민들을 더더욱 자극할 뿐이었다.

     그런 광주의 상황을 취재하기 위해 우리나라에 들어온 독일 기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10만원이라는 거액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나선 택시운전사 김만섭/김사복(송강호)이 목격한 그 날의 이야기.

 

 

 

2. 감상평 。。。。。。。

     성경에서 가장 자주 반복되는 기억이 있다. 바로 출애굽이다. 출애굽에 관한 기록은 한 권의 책에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시와 노래, 예언들의 중심 주제로 끊임 없이 다시 다뤄진다. 그건 이 기억이 그들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핵심적인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리라. 얼굴도 모르는 먼 조상들의 이야기이지만, 애굽(이집트)에서의 고난과 탈출, 그리고 여기에 관계된 신적 도움은 이후 수많은 문제적 상황들을 극복해 나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단지 기억일 뿐인데도 그렇다. 어쩌면 그건 단지라는 부사를 붙이기엔 적절하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다. 한두 사람의 기억도 그렇지만, 집단의 공통된 기억은 훨씬 더 힘이 세다. 과거(기억)는 현재를 만들어냈고, 또 미래를 형성해 나가는 자산이기도 하다.

 

     ​기억이 가진 이런 힘은 어떤 사람에게는 용기를, 또 어떤 사람에게는 두려움을 안겨준다. 소위 역사 전쟁이 벌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980년 광주의 역사는 어떤 이들에 의해 의도적으로 폄훼되고 감춰져왔다. 그 역사가 가진 힘에 의해 자신의 비겁함과 추악한 욕망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들의 소행이다.

 

 

 

 

     ​이 영화 택시운전사는 그 날의 기억을 다시 되살리기 위한 작품이다. 그런데 감독은 본의 아니게 광주에 도착한 택시운전사의 시선에 카메라를 일치시킴으로써, 그 날의 기억을 관찰자적 입장에서 바라본다. 물론 주인공은 끝까지 관찰자의 자리에 머물지는 못하지만(그 날, 누가 관찰자로만 있을 수 있었을까), 덕분에 영화는 감정의 과잉에 빠져들지 않을 수 있는 거리를 마련한다. 그리고 한 사람이 볼 수 있는 (폭력적인) 장면은 한계가 있기 마련.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어야 하는 상업영화로서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좋은 작품 출연하기로 유명한 송강호와 유해진이 나섰다. 젊은 연기파 류준열도 장발을 하고 참여했고. 배우들의 좋은 연기에, 좋은 연출, 그리고 주제까지 더해지니 영화가 흥행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얼마 전 개봉한 군함도도 비슷한 부류인 것 같은데, 아무래도 좀 더 많은 돈이 투자된 그 쪽에서는 상업적인 면을 좀 더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지라 통쾌함에 무게를 좀 두었다. 개인적으론 그런 것도 썩 나쁘지는 않다고 보는데, 웬걸 역사왜곡이라는(딱히 동의하기 어려운) 좀 엉뚱한 비판 때문에 고전을 하는 듯하다.

 

 

 

 

     ​며칠 전 영화 속 사건의 최종 책임자이자, 반란수괴라는 죄목으로 징역까지 살다 나온 전씨의 측근을 자칭하는 인물이, 이 영화가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협박을 했다고 한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나 이런 얼빠진 인간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 주장에 호응하고 동조하는 덜 떨어진 무리들까지 설치는 건 또 뭔지.(실제로 국내 모 지역에 갔던 여행 중, 80년 광주에 북한군이 내려와 혼란을 일으켰다는 주장을 진지하게 하는 노인들을 본 적이 있다)

     이런 비상식을 몰아내는 건, 결국은 바른 기억을 널리 알리고 공유하는 것이다. 이런 영화는 여러모로 좋은 시작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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