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성형외과에서 환자들의 상담을 해 주는 송치(판빙빙). 누가 봐도 뚜렷한 미인형의 얼굴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두운 기운이 서려 있는 얼굴(판빙빙의 분위기가 좀 그렇다)의 그녀는 같은 병원의 의사인 류동(풍소봉)과 연인관계다. 그러던 어느 날 류동이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 샤오시(곽사연)과 바람을 피고 있음을 알게 된 송치는,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샤오시를 목 졸라 죽이고 만다.

 

     당연히 경찰이 수사에 나서고, 송치는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끊임없이 쫓기는 마음으로 생활하다, 마침내 자신을 뒤쫓던 경찰을 차로 치어 죽이기까지 한다. 결국 스스로 경찰에 신고한 송치. 하지만 얼마 후 나타난 경찰은 송치의 차에서 어떤 사고의 흔적도 발견하지 못하고, 더더욱 샤오시를 살해해 묻어두었다는 곳에서도 시체는 발견되지 않는다. 심지어 그를 쫓던 경찰도, 그의 연인이라는 류동이라는 인물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았았고.

     어떻게 된 일일까? 송치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자신의 눈앞에서 목 졸라 죽는 모습을 목격했고, 자신의 양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죽는 일까지 겪는다. 이 충격적인 일들이 그녀의 기억 속에 깊이 남아 현재의 경험에 혼선을 주었던 것. 영화의 후반은 잊혀지고 왜곡된 그녀의 기억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2. 감상평 。。。。。。。

 

     ​영화가 중반을 넘어가기 전까지, 그러니까 송치의 교통사고가 있었던 시점 이전에는 이 영화의 제목인 ‘2차 노출이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몰랐다. 2차 노출, 다른 말로하면 이중노출, 하나의 감광지(필름) 위에 두 개 이상의 영상이나 사진의 상이 맺혀 있는 경우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영화 속에서 필름은 송치의 기억이고, 그 위에 어린 시절의 사건과 현실이 동시에 새겨져 있는 상태를 가리킨다.

 

     ​영화의 핵심은 바로 이 트릭에 있는데, 덕분에 영화의 장르는 기본적으로 스릴러라고 해야 하는 상황. 그런데 감독의 독특한 영상과 주연배우인 판빙빙의 특별한 눈빛 덕분에 영화는 굉장히 서정적으로 진행된다. 특히 영화 마지막 장면의 신기루는 이 영화의 전체적인 주제의식을 상징하는 장면. 중국영화 특유의 물량공세 속에서 자주 얼토당토않은 스토리 속 캐릭터를 맡게 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판빙빙이라는 배우는 작품만 제대로 만나면 늘 이렇게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배우다.

 

     ​하지만 영화는 이렇게 분위기는 잘 만들어 냈으면서도, 정작 스토리를 흥미롭게 끌고 가는 데는 어려움을 겪는 듯하다. 주인공 송치가 겪는 개인적인 아픔과 고통이 무엇인지는 알겠는데, 그게 너무 개인적(그리고 평범하지 않은) 느낌이라 영화를 보는 사람에게까지 충분히 공감이 되지는 않는 달까.

   

 

      영화는 기억의 중요성을 생각해 보게 만든다. 우리가 누구인지는 결국 기억을 통해 유지되는 건데, 이 기억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리면 자연히 현재의 삶 또한 망가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기억이라는 것이 개인을 넘어 좀 더 큰 공동체로 확장되면 역사라고 불리는데, 마찬가지로 역사가 엉망진창으로 정리되지 않으면 당연히 현재와 미래의 그 공동체의 운명에도 먹구름이 낄 수밖에.

 

     ​이런 차원에서 이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구기득권 세력의 역사왜곡 시도는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물론 역사기술이라는 것이 무 자르듯 딱 잘라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학문적, 그리고 국민적 공감대를 무시한 채 자꾸 과거의 사건에 엉뚱한 기억을 이중노출하려고 버둥거리는 모습은 추하기 이를 데 없다.

     과거를 정확히 알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작이다. 영화 속 송치가 모든 것을 정확히 알게 된 후 비로소 현실감각을 찾을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도 역사를 바르게 알고 배울 필요가 있다.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 역사는 오늘과 내일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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