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시인인 주인공 진아(강진아)는 시집 출간을 앞두고 좀처럼 쓰이지 않는 시 때문에 깊은 고민에 빠진다. 시간강사로 학생들에게 시를 가르치고, 출판사 관계자와 자주 진척상황에 관해 의논하고, 지인들과 만나 시간을 보내고 하는 일상적인 일들 사이에, 그녀의 마음을 무겁게 가라앉히는 과거의 일이 교차적으로 삽입된다. 오랫동안 함께했지만 불의의 사고로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남자친구 길우(강길우)와의 추억들.

      시간이 지나면 점점 잊힐 것이라고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았던 그 일은 진아의 삶을 무겁게 누른다

 

 

 

 

 

2. 감상평 。。。。 。。。

     영화는 주인공에게 카메라를 집중시키면서 진행된다. 그런데 애초에 저예산영화라는 한계도 있어서 잡음이 생각보다 크게 들린다. 현장감을 살리는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이라고 하더라도 대사가 잘 들리지 않거나 인물의 감정에 몰입하는데 지장을 줄 정도라면 좀 더 작업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영화는 시종일관 잔잔하게 흘러간다. 주인공 진아의 주된 직업이 시인이라는 점도 이런 성격을 강화시키는 듯하다. 왠지 시끄러운 시인같은 건 잘 떠오르지 않으니까. 하지만 크게 떠들지 않는다고 해서 그 안에 담긴 슬픔의 크기도 작은 건 아니다. 오히려 진아는 시인답게, 자신 안에서 그 상처를 차곡차곡 담고 정리하고 있었다.(어쩜 이 과정은 자기 자신도 모르는 새 진행되고 있었다) 그녀는 쉼 없이 길우와 함께 했던 날들에 대한 꿈을 꾼다.

      길우와 진아의 추억은 상당부분 한강을 끼고 만들어진다. 서울 한복판을 유유히 흘러가는 한강이니 사람들이 쉽게 마주하게 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일 테지만, 바로 그 때문에 아픈 기억을 잊는 게 좀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 (눈만 뜨면 보이는 게 한강이니...) 사실 문제는 회피를 통해서가 아니라 직면을 통해서 해결되기 시작하곤 하니까. (다툴 때 자리를 뜨는 건 그래서 그리 좋은 해결책이 아니다)

 

 

 

 

 

      사람들을 만나기 어려운 이유가, 쉼 없이 괜찮냐고 묻는 이들에게 괜찮지 않으면서도 괜찮다고 대답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대사가 인상적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 사회는 슬픔과 괴로움에 빠져 있는 것은 비정상이고 서둘러 유쾌하고 괜찮은 상태로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태도가 널리 퍼져있는 것 같다. 세월호 5주기인 오늘도 왜 아직까지 잊지 않느냐며 아침부터 유족들을 비난하던 정신 나간 정치인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어쩌면 그들이 특별히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일상 속에서 우리도 사람들에게 서둘러 정상으로 돌아오라고 재촉하곤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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