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한반도를 식민 지배하던 일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선인들의 정신을 세뇌시키려는 이른바 문화통치를 시작한다. 그중 하나가 창씨개명과 함께 추진된 조선어 말살 정책. 주시경 선생 같은 뜻있는 인사들은 이에 대한 투쟁으로 한글을 연구하고 보급하는 일에 앞장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친일에 앞장서고 있는 아버지와 불화를 겪고 있는 류정환(윤계상)은 조언어학회의 회장으로 우리말사전 편찬을 추진하고 있었고, 여기에 심부름꾼으로 일자무식 김판수(유해진)이 들어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일제의 탄압으로 학회 인사들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사전 편찬 작업 또한 중단되는가 싶었지만, 마침내 광복이 되었고 기대치 않았던 선물이 나타났다.

 

 

 

2. 감상평 。。。。 。。。

     사전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영화. 단지 단어를 모아 뜻풀이를 해 책으로 찍어내면 그만이 아니라, 전국의 학자와 교사들이 모여 공청회를 통해 대표성과 정당성을 확보해야 하는 작업이었다. 오늘날처럼 통신이 발달하지도 못한 시대에 이런 일들이 얼마나 어려웠을까. 영화 속에서는 그것이 몇몇 기발한 발상을 통해 고비를 넘기는 것처럼 묘사되어있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위험하고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전을 만드는 일을 단순히 묘사하기만 했다면 다큐멘터리가 되었을 터. 여기에 이야기를 보태기 위해 감독은 몇 개의 갈등선을 집어넣는데, 초기의 판수와 정환 사이의 대립, 중반의 정환 부자의 대립, 후반의 일제의 탄압으로 인한 강력한 대립 등이 차례로 터져 나오는데, 생각만큼 큰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기 못하고 있기 때문인지 영화 전체의 긴장감은 살짝 떨어진다.

 

     ​류정환이라는 역할의 성격 자체가 그리 매력적이지 못하고(전반적으로 유약해 보일뿐더러 극을 이끌어 나간다기보다는 수동적으로 쫓고만 있다), 짝을 이룬 김판수라는 인물이 그나마 좀 더 역동적이었는데, 전체적인 판을 바꾸기엔 힘이 없는 인물이어서 아쉬움을 더한다. 뭐 영화가 다루고 있는 이 불행한 시기에 그런 힘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 몇 안 되긴 했겠지만...

 

 

 

 

 

     영화를 보면서 일본영화 행복한 사전이 갑자기 떠올랐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영화도 사전을 만드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자신의 말을 지키기 위해 핍박을 무릅쓰고 악전고투하는 말모이의 비장함과는 달리, 일본의 사전 편집자들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줄 수 있는 도구를 고민하면서 사랑에 설레 한다. 물론 시대와 상황이 다르다고는 하나, 사전이라는 같은 주제를 두고서도 너무나 대조적인 분위기가 살짝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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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9-01-29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나름 괜찮게 봤는데...
물론 이 영화는 김판수 역을 맡은 유해진을 위한
영화란 생각이 들기는 해요.
지식인이 나라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결국 김판수 같은
민초들이 나라를 지키는 거란 다소 이분법적 애국주의 느낌도 들긴 하지만.
이 영화를 보니 <우리말의 탄생>이란 책이 읽고 싶어지더라구요.
윤계상이 멋있습디다.ㅋ

노란가방 2019-01-29 15:39   좋아요 0 | URL
ㅋㅋㅋ 네. 괜찮았던 영화였습니다.
다만 좀 힘이 좀 약하지 않았나 싶었던..
(뭐 글로 싸우는 게 좀 덜 활동적으로 보이긴 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