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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루테이프 비밀보고서 - 스크루테이프 이후 더 치밀하게 돌아온 악마의 전략
앤드류 팔리 지음, 홍승원 옮김 / 터치북스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
C. S. 루이스를 단번에 유명하게 만들어 주었던 책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를 그 제목에서부터 본 딴 책. 그냥 제목만 흉내 낸 것이 아니라, 내용상으로도 루이스의 책을 ‘앞선 이야기’로 전제하면서, 추가적인 반(反)교훈을 담아냈다. 사실 저자는 책머리에서 이 책을 C. S. 루이스에게 헌정하고 있다.
루이스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이 책도 상급자 악마가 하급자에게 어떻게 ‘환자’를 유혹할 수 있는지 요령을 전수하는 콘셉트를 취하고 있다. ‘훔쳐라’, ‘없애라’, ‘파괴하라’ 라는 세 가지 카테고리 안에 스무 개의 전술이 설명되어 있는데, 사실 이 세 단어가 모두 뭔가를 제거한다는 느낌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단어인지라 딱히 구분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를 한 가지 단어로 말하자면 ‘이미’이다. 믿음을 갖고 살아가는 과정에 있어서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체의 행위를 버려야한다는 것. 심지어 자신의 죄를 줄이거나, 하나님께 더 가까이 가기 위한 노력까지도. 물론 그렇다고 해서 도덕방임(혹은 구원파 이단의 주장)을 조장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옳게 사는 것은 하나님 안에 있을 때에 가능해지는 일이니까. 저자는 바로 그 부분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 모든 지적을 통해 저자는 하나님께 더욱 가까이 가서, 그분을 경험하고, 음미함으로써, 그분 자신에 집중하도록 만들도록 한다. 모든 좋은 것은 그분에게서 나온다.
2. 감상평 。。。。。。。
책은 곱씹어 볼만한 내용들로 잔뜩 채워져 있다. 물론 앞서 설명한 이유 때문에 챕터별로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건 섬세한 구분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을 듯하다. 특히 이 책의 핵심 주제 부분은 나도 종종 잊어버리곤 하는 성경 속 진리였다. 우리는 이미 치료되었는지를 모르고 끊임없이 독한 약을 복용하는 환자처럼 신앙생활을 할 때가 많다. 부분적으로는 가르치는 사람의 무지로, 또 그저 규모와 조직을 유지하기 위한 목표 제시로 그런 상황에 빠져드는 건 아닐까 싶다.
다만 책의 구성은 상당히 아쉽다. 애초에 C. S. 루이스의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를 오마주한 형식을 취했기 때문에 자연히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은 도저히 애초 설정처럼 상급 악마가 하급 악마를 가르치기 위해 작성된 문건이라고 읽을 수 없는데, ‘하나님’이라는 표현과 ‘원수’라는 표현이 교차적으로 사용되고, ‘성령’이라는 표현이나 ‘구원 사역’ 같은 말도 등장한다. 이게 악마 입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일까? 애초에 루이스의 경우는 이런 딜레마를 피하기 위해 매우 섬세하게 고른 표현을 사용했지만, 이 책은 그런 조심성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이게 저자의 문제인지, 번역자의 문제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또한 이 책은 루이스의 작품이 담고 있는 문학성 부분도 좀 부족하다. 루이스의 책은 단지 신앙적 교훈을 주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악마의 의도와 계획이 비틀어지며 실패하는 장면을 통해 희화화 하는, 희극적 요소도 포함하고 있지만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특정한 교훈을 반어법으로 서술하는 데 그치고 있다. 즉 틀과 내용이 겉도는 느낌.
뭐 이런 형식에 대한 불평이야 루이스를 어지간히 좋아하는 사람에게나 의미가 있는 것일 테고, 일반적으로 볼 때 신앙서적으로 읽어볼 만한 내용을 충분히 담고 있다. (개인적으론 이걸 내 루이스 컬렉션에 넣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아직도 고민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