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한반도 주변 정세의 변화로 인해 남북한 정상은 생존을 위한 통일에 전격적으로 합의를 한다. 혼란을 줄이기 위해 주어진 5년의 유예기간. 하지만 통일을 우려하는 강대국들의 제재로 인해 급격히 어려워진 경제사정. 먹고 살기가 어려워진 사람들은 정부에 불만을 표하기 시작하고, 그렇게 시위가 점점 커질 즈음 반정부 무장단체 SECT가 출현한다.
단순한 경찰력으로 진압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통일준비위원회는 특별무장기동대(특기대)를 창설했고, 이들은 대테러 임무를 전담한다. 자신들의 입지가 줄어들게 된 경찰과 공안부에서는 특기대 요원인 임중경(강동원)을 함정에 빠뜨려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 여기에 동원된 것이 전직 SECT의 일원이었던 이윤희(한효주)였다.
두 사람의 심상치 않은 첫 만남에 이어 벌어지는 속임수와 계략, 작전... 그리고 이 가운데 그 존재가 살며시 드러나는 비밀조직 ‘인랑’.
2. 감상평 。。。。。。。
일본에서 제작되었던 애니메이션의 실사판 영화. 주인공이 입고 있는 인상적인 슈트는 헐리우드의 유명 제작팀이 맡았다고 하던데, 꽤나 돈을 들였던지 영화 후반 상당 시간을 마치 쇼케이스라도 하듯 무적슈트의 활약을 한동안 스크린에 그려내고 있다. 다만 그 슈트를 입은 인랑을 상대하는 적들이 너무 허약한 게 긴장감을 떨어뜨릴 정도.
하지만 정작 영화의 중심은 슈트 입은 인랑들의 활약이 아니라, 국가적 혼란 상태를 두고 벌이는 정부기관 사이의 알력, 그리고 여기에 동원된 두 젊은 남녀 사이의 로맨스(이 부분은 비중이 그렇게 크지 않다)에 놓여 있었던 것 같다. SF를 기대하고 들어갔는데(뭔가 새로운 걸 보려고 갔는데), 익숙한 장면만 등장하는 꼴이랄까. 물론, 기대했던 것과 다르다는 거지 이쪽도 아예 나쁘기만 한 건 아니었지만.
강동원과 정우성, 한효주에 김무열이 등장해 만들어 내는 이야기는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정우성은 볼수록 톰 크루즈와 비슷한 이미지고, 한효주는 여전히 아름답다) 배우들의 연기력은 딱히 논란의 대상이 될 건 없다. 다만 지금 언급한 세 가지(슈트로 상징되는 볼꺼리, 권력다툼 가운데 벌어지는 약간은 어두운 머리싸움, 잘 생긴 남녀 배우가 보여주는 로맨스)가 충분히 잘 섞여서 조화를 이루는가는 별개의 문제. 영화의 가장 큰 아쉬움은 이들의 비중이 딱히 잘 조율되지 못한 것 같다는 점 때문일 듯.
감독이 일본의 원작을 가져오면서 어쩔 수 없이 바꿔야만 했던 설정이 있었다. 일본판은 전후 황폐해진 경제상황을 배경으로 하지만, 이 영화는 ‘통일선언’에 이어지는 강대국들의 경제제재가 배경으로 등장한다. 최근의 한반도 상황을 본다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 당장은 모두가 통일, 혹은 남북 간의 협력을 바라는 것 같지만, 막상 현실의 불이익이 예상되면 언제든 얼굴을 바꿀 수 있는 것이 국제정치니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주제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을 좀 더 깊게 팠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었다. 물론 영화에서는 단지 배경으로만 놓고 바로 본 이야기를 진행해 버린다. 대신 국내 정치의 암투는 좀 더 자세히 그려지는데, 확실히 이쪽이 규모가 좀 작으니까 그리기엔 쉬웠겠다 싶기도 하다. 더구나 최근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계엄을 통해 정국을 장악하려고 했던 기무사의 내부문건이 밝혀지면서 더 현실감을 더해 준 측면도 있고.
영화에 대한 평가 중에 특정 배우들 때문에 비판을 하는 내용들이 자주 보인다. 난민문제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준 정우성이나, 동생의 범죄 때문에 욕을 먹는 한효주가 그들. 뭐 특정한 배우를 좋아하고 싫어하고는 본인들 마음이고, 그래서 영화를 안 보겠다고 한들 누가 말릴 이유도 없다. (개인적으로 나도 한참 동안 특정 배우가 참여한 작품은 보지 않는다.)
다만 그 이유가 가능하면 좀 말이 되는 것이어야 할 텐데, 온갖 허무맹랑한 거짓 정보와 최소한의 인류애적 감정도 없는 난민혐오에 근거한 정우성 비판은 한심할 지경이고, 21세기 연좌제를 끌어들이려는 또 다른 비난도 좀 어이가 없다. 더구나 보기 싫으면 안 보면 그만일 텐데, 보지도 않은 주제에 평점 테러나 하고 있으니 찌질하기 그지없다. 물론 영화의 꾸밈새 자체가 높은 평점을 주기엔 아쉬운 수준이지만, 그렇다고 아예 못 봐줄 수준은 아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