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쇼 미더 머니’ 6수생인 학수(박정민). 나름 클럽에서는 인정받으며 화려한 모습으로 공연을 하지만, 그의 일상은 편의점 아르바이트, 발렛 파킹 아르바이트 등 돈이 되면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면서도, 좁은 고시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랫동안 잊으려고 했던 고향에서 온 전화 한 통.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지셨단다.

     좀처럼 내키지 않는 발걸음으로 내려온 고향에서, 그가 왜 그렇게 아버지를 만나기 싫어했는지가 밝혀진다. 예기치 않은 일에 휘말려 고향을 떠날 수 없게 된 학수 앞에 나타난 두 여자, 선미(김고은)와 미경(신현빈), 그리고 어린 시절 학수에게 당한 일을 복수(?)하려고 나타난, 조금은 순진해 보이는 양아치 용대(고준)까지...

 

     뭐 하나 마음먹은 대로 제대로 되는 게 없어 보이는 팍팍한,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이야기.

 

 

 

 

2. 감상평 。。。。。。。

     주인공의 캐릭터가 독특하다. 래퍼라는 직업이 요새는 꽤나 유망해 보이기도 하지만, 영화에서 그런 일을 하는 주인공이 등장했던 기억은 별로 없다. 우선 감독은 여기에서부터 전형성을 살짝 비틀기 시작한다. 래퍼를 중심에 세움으로써, 영화는 형식면에 있어서 좀 더 다양한 내용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 예컨대 학수가 부르는 랩의 가사를 통해 그가 처한 상황과 그의 심리를 (꽤나 무겁고 어두운 내용임에도) 비트에 맞춰 산뜻하게 드러낼 수 있었다.

     사실 작품 속 등장하는 다양한 소재들이 아주 새롭지는 않다. 학수와 선미 사이의 연애 이야기, 학수와 그의 아버지와의 재결합된 가족 구조, 갑작스러운 조폭의 등장과 뻘밭에서 벌어지는 소위 사나이의 대결등등. 하지만 감독은 이런 소재들을 그저 전형적으로만 그려내지 않고, 조금씩 변주를 주면서 새로운 틈을 연다. (평범한 영화는 전형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배우들만 소진시킬 뿐이지만, 좋은 영화는 그것을 넘어선다) 이 영화가 단순히 연애담이나, 가족 신파극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 이 영화의 중심에는 청년이 있다. 막막하고, 뭐 하나 뜻대로 되는 게 없는. 래퍼로 성공하고 싶어 나갔던 방송에서는 늘 고비를 넘지 못하고 떨어져 버리고, 마음에 드는 상대는 방해꾼의 등장으로 관계가 이어지지 못한다. 여기에 증오하면서도 피로 맺어진 관계는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고. , 사랑, 가족 모든 면에서 답답한 상황.

     그는 어떻게 이 난관을 풀어갈까. 여기에 가 있다. (영화 속에서 래퍼는 시인의 다른 이름이다.) 랩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쏟아내고, 주변을 새롭게 보게 된다. (여기에 선미의 도움이 있다) 물론 절대적인 환경이 변한 건 아니지만,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면서 돌파구가 열리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다. 시는 단지 자신의 눈만 열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시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다른 이들의 눈 또한 열게 만드는 힘이 있으니까.

     이런 면에서 영화가 멋있다. 영화 밖 현실은 좀 더 암울할 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 속에서도 울상만 짓고 있으라는 법은 없으니까. 서로를 의지하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가는 연습을 (비록 그게 모험처럼 보이더라도) 해 나가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말미 결혼식은 인상적이다. 결혼이야 말로 이런 시대에 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모험중 하나가 아니던가.

 

 

 

      젊은이들이 늘 방황하고 좌절만 하는 게 아니다. 그들도 삶 가운데 있고, 대개는 어떻게든 난관을 헤치고 살아간다. 그래서 화면 속에서도 그들을 방황하게 만들기 보다는, 그냥 그들에게 좀 더 박수를 쳐주고, 그들의 노래와 시에 귀를 기울여주는 이런 영화가 좀 더 자주 보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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