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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소군도 세트 - 전6권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김학수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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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쨌든 나는 샀고~
재밌게 읽엇고~
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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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 개정판
김훈 지음, 문봉선 그림 / 학고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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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훈, ‘남한산성’ 감상>

 
 
임금이 울음 사이로 말했다.
 우리 부자의 죄가 크다. 하나 군병들이 무슨 죄가 있어 젖고 어는가
세자가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 <남한산성, 김훈, p.76>

 
 만주족은 중원을 공략하기 전에 후방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20만 대군을 휘몰아 조선을 치니 곧 병자호란이다. 이괄의 난으로 서북방 정예군이 증발한 조선은 열흘 만에 한양을 내준다. 청 태종의 발아래 인조가 머리를 찧으니 전쟁이 끝났다.
 우리는 왜 이리 약한가? 성리학에 골수까지 바친 조선 사대부들은 무슨 역할을 했는가? 일평생 공자 맹자를 부르짖으며 중화를 섬겨봐야 고작 오랑캐 발밑에 머리를 박으니 한심할 뿐이다. 농사를 짓지 않아 백성의 밥을 빼앗고, 물건을 만들지 않아 남의 것을 수탈한다. 그러면서 평생 하는 일이란 깨끗한 종이를 폐지로 만드는 것뿐이다. 근골이 허약하니 국방에 도움이 되지 않고 용기가 없어 싸움에 나서지 못한다. 할 줄 아는 것은 입씨름뿐으로 두터운 것은 입술이요 얕은 것은 절개니 추하고 흉하다.
 <남한산성>을 이렇게 읽을 수도 있다. 이렇게 읽어도 작가의 의도를 완전히 빗겨간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책임전가와 분노발산에 있지 않다. 나는 좀 더 가치 있는 교훈을 얻고자 한다.
 

산성의 의미

 
 인류의 역사는 농업혁명으로 시작된다. 농경을 통해 인구가 증가하고 정착생활이 보편화됐다. 증가한 인구를 감당하기 위해 세워진 것이 ‘도시’다. 성경에 ‘여리고’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예리코’는 기원전 9000년경에 세워진 인류 최초의 도시다. 이곳이 도시임을 알리는 유적은 성벽의 잔해다. 성벽을 세워 안과 밖을 구분하고 ‘우리’와 ‘그들’을 나눈다. ‘그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뭉치고 모인다. 그렇게 도시국가가 성립되고 문명이 싹텄다. 즉, 성(城)이란 집단생활의 결과물로써 문명발전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성 안으로 모인다. 성은 지역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인구가 증가할수록 힘없는 자는 성 밖으로 밀려나고 귀족과 지주가 성 안의 주인이 된다. 중세 서양의 캐슬이 그렇고 이웃나라 일본의 조카마치가 그렇다. 안전이 보장된 성 안은 계란 위 노른자와 같은 지위를 누린다. 따라서 모든 사람들이 성 안을 동경하고 ‘성 안 사람’이 되길 원한다.
 그러나 1636년 조선의 남한산성에는 도망치려는 사람뿐이다. 성 안이 성 밖보다 위험하다. 임금이 성 안에 있는데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 성문을 나선 정찰병은 돌아오지 않고 백성들은 개구멍을 만들어 탈출한다. 무엇이 이런 상황을 빚어낸 걸까? 왜 사람들은 ‘우리’를 버리고 ‘그들’이 되고자 했을까?
 

말(言)의 나라, 말(馬)의 나라

 
대신들의 말은 기름진 뱀과 같았고, 흐린 날의 산맥과 같았다. 말로써 말을 건드리면 말은 대가리부터 꼬리까지 빠르게 꿈틀거리며 새로운 대열을 갖추었고, 똬리 틈새로 대가리를 치켜들어 혀를 내밀었다.
                                                                                                                           - <첫 번째 페이지>
 
 소설의 첫 번째 장은 말(言)의 전쟁으로 시작한다. 청(淸)의 침공을 앞두고 조선 조정은 혼잡한 언쟁에 빠진다. 신하들의 ‘혀’는 ‘맹렬한 불꽃으로 편전의 밤을 밝히고’ 임금의 사리를 혼란케 한다. 조선이 머뭇거리는 사이 청 태종 홍타이지가 일갈을 보낸다.
 
너희 나라가 유신(儒臣)들을 길러서 몸이 청아하고 말이 준절하다 하나
너희가 벼루로 성을 쌓고 붓으로 창을 삼아 내 군마를 막으려 하느냐<p.34>
 
 서울에서 말(言)의 산맥이 울렁이는 동안 만주에서는 말(馬)의 대열이 출렁였다. 말(言)은 말(馬)을 막지 못하고 남한산성으로 향한다. 논쟁은 입성이후 더욱 격렬해진다. 청과 화친하여 사직을 보존하자는 주화신과 싸워 몰아내자는 척화신의 갈등이 그것이다.
 

김상헌, 김류, 최명길

 
 예조판서 김상헌은 척화신의 대표이다. 그는 성리학적 화이관이 투철한 인물로, 만주족이 잠시 흥하더라도 오랑캐이므로 반드시 망하리라고 확신한다. 마음을 굳게 먹으면 못할 일이 없으므로 삼남(충청, 전라, 경상)의 근왕병이 도착할 때까지 버티면 조선이 승리한다고 생각한다. 김상헌은 군졸을 아끼고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두텁다. 그러나 명분을 지켜 대의를 펴고자 하는 마음이 더 두껍다. 이는 조선왕조에 충성하지 않는 백성을 단칼에 베는 모습에서 확인된다. 그에게 항복이란 정신적 사망이며 천도(天道)의 붕괴이다.
 이런 김상헌의 맞수는 최명길이다. 그는 현실적으로 생각한다. 성안의 한정된 물자를 말라가는 샘물에 비유한다. 적은 강하고 우리는 약하므로 백성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화친하자는 쪽이다. 실리를 위해 명분을 굽힐 줄 안다.
 
전하, 죽음은 가볍지 않사옵니다. 만백성과 더불어 죽음을 각오하지 마소서. 죽음으로 써 삶을 지탱하지는 못할 것이옵니다. -<p.160>
 
 삼전도의 굴욕을 보면 주화신이 역적과 같이 느껴진다. 어찌 제 임금을 무릎 꿇릴 수 있는가? 제대로 된 싸움 없이 항복하는 것이 주권국가의 모습인가? 전쟁 당시에도 주화파에 대한 의견은 다르지 않았다. 임금이 잔치를 베풀어 군병들과 소통할 때에, 이조판서 최명길을 죽여야 나라가 산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진다. 이에 임금은 침묵으로 답한다. 그러나 적세는 분명 우리보다 강하고 삶은 죽음보다 무겁다. 어차피 무너질 성이라면 조금이라도 힘이 남아있을 때 화친해야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할 수 있다. 최명길은 자존심을 버린 게 아니라 삶을 취한 것이다. 결국 최명길을 통해 청과의 말길이 열리고 삼남을 온전히 보전하며 종전에 성공한다. 최명길의 눈은 현실을 바로 보았다.
영의정 김류는 전쟁업무를 총괄하는 체찰사의 직을 맡는다. 그는 주화파도 척화파도 아니다. 조정이 논쟁으로 시끄러울 때에 김류는 아래와 같이 답한다.
 
임금이 김류에게 물었다.
-영상은 어찌 말이 없는가?
김류가 대답했다.
- 말을 하기에는 이조판서나 예조판서의 자리가 편안할 것이옵니다. 신은 군부를 총 괄하고 있으니 어찌 조정의 일을 아뢸 수 있겠사옵니까. - <p.161>
 
이와 같이 김류는 자기의 의견을 끝까지 발설하지 않는다. 오직 자리를 보전하는 데에만 급급하여 영의정임에도 국가 대소사에 의견을 내지 않는다. 시세가 화친으로 기울면 척화신들을 참할 것이고 항전으로 기울면 주화신들이 역적으로 몰릴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시류를 읽는 그의 눈은 날카롭다. 따라서 어떤 경우가 와도 트집 잡힐 거리를 남기지 않는다. 그의 복잡한 셈법은 아래 문장에 가장 잘 드러난다.
 
싸움의 형식을 유지하면서 그 형식 속에서 버티는 힘을 소진시키고 소진의 과정 속 에서 항전의 흔적을 지워가며 그날을 맞아야 할 것이다. -<p.106>
 
싸움의 형식을 유지하는 것은 척화의 모양을 따름이고, 버티는 힘을 소진시키는 것은 항복을 앞당기기 위함이다. 그는 어떻게 하든 전란을 빨리 끝내고 싶어 한다. 승리나 패배는 관계없다. 따라서 질 것이 뻔한 싸움에 군사를 출전시키고, 산성의 식량을 은밀히 고갈시키는 등 교묘한 행태를 보인다. 고도의 기회주의자다. 사태파악이 빠르고 두뇌회전이 매서우나 충성의 마음이 없다. 이러한 자가 영의정에 앉아있으니 조선의 패배는 싸우기도 전에 확정됐다고 할 수 있다.
 

임금과 병졸의 뜻이 통하다

 
 성안의 식량은 바닥을 드러내고, 적의 군세는 압도적으로 강하다. 신료들은 편을 갈라 싸우고 임금은 무력한 태도로 말을 아낀다. 내부에서 바스라진 조선은 허약하고 애처롭다. 이에 청의 소규모 공격이 있자 병졸들은 무기를 버리고 임금에게로 향한다.
 
군병들은 밤새도록 돌아가지 않았다. 술 취한 자들의 고함 소리가 임금의 침소에 들렸다. <p.359-360>
 
무기를 버린 군병들은 임금에게 찾아가 항복할 것을 요구한다. 그들은 전의를 잃었다. 전투를 포기하고 하극상을 벌인 것은 참형에 해당하는 중죄이다. 그러나 죽기는 매한가지이니 말이라도 해보자고 행동한 것이다. 군심이 이토록 흉흉하다. 그러나 자포자기의 심정은 병졸의 것만이 아니었다.
 
다시 포탄이 날아와 행궁 마당에 떨어졌다. 행전 기둥이 흔들리면서 기와가 흘러내렸 다. 병조판서 이성구가 말했다. “지금 터지는 화포는 홍이포라는 것이옵니다.
곧게 이 십 리를 날아가 표적을 맞춘다 하니 천하에 장한 무기이옵니다.” …… 임금의 시선이 탄도를 따라갔다. 임금이 말했다. “경들이 해박하구나.” -<p.353>
 
행궁 지붕에 포탄이 박히고, 관아의 건물들이 모래성처럼 내려앉는다. 산등성이로 피난한 임금은 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신하의 지식에 감탄한다. 마치 남의 나라 일을 보는 듯하다. 조준간이 조금만 움직이면 건물이 아니라 제 머리가 부수어질 텐데도 봄 나비를 구경하는 듯 태평히 앉아있다. 임금은 이때 항전을 완전히 포기했을 것이다. 군졸과 임금이 한마음 한뜻으로 뭉친 유일한 순간이다.
 
 

김훈의 권유

 
 김훈은 조선이 내부에서 무너지는 과정을 처절하게 보여준다. 제대로 된 싸움 한번 없이 모래알처럼 허물어진다. 그의 말대로 ‘치욕은 크고 깊었다.’ 나는 읽는 도중 안타깝고 답답하여 책을 두어 번 덮었다. 사실 <남한산성>의 사건은 세 개뿐이다. 입성하여, 자기들끼리 싸우다, 항복한다. 그 간단한 과정을 400페이지에 걸쳐 늘여놓은 것이다. 그렇다면 김훈의 의도는 무엇인가? 모국의 굴욕을 소재로 날쌔고 단단한 필체를 자랑하기 위함인가? 그렇지 않다. 그의 의도는 결말을 처리하는 방식에서 읽을 수 있다.
 
몽고병들이 남한산성 안에 있는데 살림집이 대부분 불타고 시체가 길거리에 널리다. - 인조실록 163721
 
 청군은 화친이 이루어진 뒤에도 잠잠하지 않았다. 임금이 떠난 산성을 노략질하고 부수었다. 도륙의 도가니에서 살아남은 것은 없다. ‘남한산성’에서 온전한 것은 성벽뿐으로 그 안의 생명들은 연못에 독약을 부은 것처럼 절멸했다. 그러나 김훈의 <남한산성>은 파괴되지 않는다. 소설 속의 청군은 행패부리지 않는다. 무도회장의 남작처럼 신사적으로 철군한다. 청군이 돌아간 자리에 성을 떠난 백성들이 돌아온다. 농사꾼은 땅을 갈고, 대장장이는 쇠 질을 하고, 부인들은 밥을 짓는다. 그렇게 봄이 움트고 삶이 이어진다. 소설의 결말을 평화로운 봄날로 처리한 이유는 무엇인가?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조선 사람의 몰락을 그려놓고 마지막을 희망으로 덧칠한 이유가 무엇인가?
 나는 그것을 작가의 ‘권유’로 받아들였다. 우리가 비록 약소하지만, 그 안에 많은 다툼이 있고 세월이 어지럽지만, 그래서 고통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보라. 임금의 머리가 땅바닥에 박히고 병사들의 팔다리가 잘려나가도, 그럼에도 용기 내어 살아보라. 말(馬)소리보다 말(言)소리가 시끄럽고 성 밖의 적보다 성안의 적이 밉겠지만, 그래도 같이 한번 살아보라. 땅의 길이 이어지듯 삶의 길도 이어진다. 네 삶이 괴롭고 고달픈 것을 안다. 그럼에도 살아보기를 진심으로 권유하노라.
 나는 김훈의 권유를 기쁘게 받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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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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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먹먹하다. 나는 이 맛에 한국단편을 읽는다.  

삶의 모퉁이를 여과없이 까발리는 질척한 잔인함이 곳곳에 배어있다. 

외국소설보다 텁텁하고 끈적하고 씁쓸한 맛이 난다.  

잔인하다.  그러나 삶을 검열없이 전시한다는 점에서  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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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의 탄생 - RNA에서 인공지능까지
이대열 지음 / 바다출판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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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걸까?‘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고 있다. 바퀴는 쉴 새 없이 구른다.

쇠줄과 쇠줄 사이 잠깐 허공에 뜰 때만이 유일한 휴식이다.

그러나 바퀴살은 곧장 앞으로 달려오고 다람쥐는 다시 달린다.

쳇바퀴의 속도는 예측할 수 없으나 멈추지 않는 것만은 확실하다.

다람쥐는 지쳐간다. 가쁜 숨을 내쉬다 널브러진다.

그래도 바퀴는 계속 구른다. 오히려 더 빨리 구른다. 원심력에 의해 시체가 밀착되고 체액이 착즙된다.

그렇게 가죽만 남는다. 진액이 다 빨려서 말라 비틀어졌다.

사람들에겐 입체에서 평면이 된 다람쥐의 흔적만이 보였으나 그가 남긴 것은 증발한 체액이지 널브러진 살가죽이 아니다.

 

 

  모든 사람에겐 호기심이 있다. 일개 포유류에 불과한 호모 사피엔스가 자동차를 만들고 우주선을 발명한 원동력의 기저에는 호기심이 깔려있다고 나는 확신한다. 어떤 사물을 보면 얘는 왜 이러지?’ ‘ 얘는 왜 생겨난 걸까?’ 라고 궁금증을 갖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그 호기심의 종착역은 바로 인간 자신이다. 관심의 흐름이 외부 사물에서 인간 내부의 심연으로 방향전환을 하는 것이다. ‘나는 왜 이러지? ’,‘ 나는 왜 생겨난 걸까?’ 자신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오늘도 인간은 연구하고 탐구하고 사색한다.

 

어린 시절을 지나 머리가 좀 굵어지고 난 뒤에 거의 강박적으로 자리 잡은 궁금증이 있다. ‘도대체 내 생각은 어디서 오는 걸까?’ 서두에 등장하는 다람쥐의 일생처럼 끝없이 반복되는 질문이다. 쳇바퀴라는 호기심은 끊임없이 도는데 도대체 답이란 걸 찾을 수가 없다. 결국 제풀에 지쳐 에라 모르겠다. 대충 살지 뭐하고 포기할 뿐이었다. 물론 사고 과정은 호두껍질 같은 것이 징그럽게 얽혀있는 뇌라는 내장기관에서 일어난다고 상식선에서 알고 있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 실체는 아리송해졌다.

 단백질 덩어리에 불과한 뇌에서 어떻게 생각이라는 고차원적인 정신활동이 발생하는 거지? 탄소, 수소, 산소, 질소의 조합에 지나지 않는 는 어떤 기전에 의해 공부하고 성찰하고 반성하고 성숙하는걸까? 생물학적인 성장은 스무 살에 멈추지만 정신적인 성숙은 평생에 걸쳐 이어진다.(적어도 인문학의 관점에서는 그렇다). 또한 정신적인 성숙은 개인적 차원에서 끝나지 않고 대를 이어 전달된다. 그렇게 문명이 탄생한 것이다. , 나는 사고라는 고차원적인 과정을 통해 포도당을 우주선으로 바꾼 인간 지능의 비밀이 너무나 궁금했던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도 모르겠다. 책을 읽어도 잘 모르겠다. 신경계, 뉴런, 시냅스, 강화학습이론 등 지능의 세부적인 부분은 이해했으나 그 근원에 무엇이 존재하는지는 알지 못하겠다. 책에 따르면 뇌에는 수많은 뉴런이 있고 뉴런과 뉴런은 시냅스라는 간극을 통해 정보를 교환한다. 그 과정에서 활동전압이 변하거나 도파민 등의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 또한 우리 뇌 속의 시냅스는 100조개에서 1000조개에 달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신경세포의 거대한 연결망이 인 것이다. 나는 여기서 또 궁금해진다. 그렇다면, 생각은, 보통 감정에 지배당하지만 때로는 감정을 지배하기도 하는 , 그래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특별하고 소중한 기능은 뇌의 정확히 어느 부분 어느 회로에서 비롯하는가? 저자는 뇌를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여러 부분으로 구분하여 이를 설명한다. 나는 또 묻는다. 물리적으로 뇌를 다양한 부분으로 구별하여 세부를 탐구한다면, 거꾸로 의식적인 영역에서도 세부의 총합을 생각이라는 전체로 환원할 수 있는가? 즉 전체를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한다면 부분의 총합도 전체가 되느냐 이 말이다. 호기심은 또 다람쥐 쳇바퀴처럼 제멋대로 굴러간다.

 

  언젠가 친한 의사선생님과 비슷한 내용으로 대화한 적이 있다. 내과 선생님이시지만 이런 쪽도 호기심이 많으신 분이다. 문과 전공, 그것도 국문학을 전공하는 나와는 다른 세계에서 살아온 분이고 사람에 관련된 지식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이 알고 계신 분이지만 결론은 나와 비슷했다. “ 나도 잘 모르겠다. MRI를 찍어보면 고 부분이 반짝반짝 빛나기는 하지. 그럼 어떤 기능을 뇌의 어느 부분에서 담당하는지 대강은 알 수 있어. 그런데 그걸 세포단위로 들어가면 되게 어려워. 또 세포 하나에서도 더 깊게 살펴보면 훨씬 복잡해져. 이게 마치 우주랑 비슷한 거 같아. 우주 속에 은하가 있고 우리 태양계는 은하 중심을 공전하고 그 속에서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고 지구는 또 달의 중심축이 되고.... 미시적으로 봐도 마찬가지야. 원자핵을 전자가 돌잖아. 근데 사람들이 연구하다 보니까 원자핵 속에도 양성자가 있고 중성자가 있고 또 계속 연구하다보니까 업쿼크 다운쿼크가 있고 ... 기다리다보면 또 뭔가가 나오겠지. 마치 양파 까기처럼 끊임없이 나오는거야. 내가 의대 다닐 때 상상만 했던 일들이 지금은 일상이라니까? 사실 이정도면 과학으로 해결이 안될 것 같기도 해 . 아마 미래에는 과학이 철학의 영역에 좀 가까워지지 않을까 싶어. ” .

  알면 알수록 신비한 것이 사람이다. 그래도 나의 호기심은 멈추지 않는다. 쳇바퀴처럼 굴러간다. 내가 싫든 좋든 바퀴살은 눈앞으로 달려올 것이고 나는 반드시 앞다리를 내딛어야 한다.

 

<지능의 탄생>은 좀 튼튼한 바퀴살이다. 나무 조각이 아니라 쇠줄에 가까운 바퀴살이다. 그만큼 뒷다리에 힘을 주어 힘차게 도움닫기 할 수 있다. 대학 1학년을 마치고 스무 살이 저물어가는 지금, 나는 보석을 채굴하는 광부처럼 새로운 광맥을 찾기 위해 오늘도 공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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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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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책을 펴면 놓기 힘듭니다. 이야기의 흡인력이 굉장합니다. 금복같은 여자가 부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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