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셋 엄마의 돈 되는 독서 - 돈도, 시간도 없지만 궁색하게 살긴 싫었다
김유라 지음 / 차이정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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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에 관한 책을 좋아한다. 어떤 책을 읽었고 책을 읽으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를 알 수 있는 책. 살아가다 보면 맞닥뜨리는 정체의 시간을 책을 읽으며 탈출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뜨거워진다. 다른 것도 아닌 책으로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우울한 기분을 날려 버렸다는 내밀한 고백은 이상한 용기를 준다. 책이 아닌 다른 취미 생활을 갖지 않은 나로서는 말이다.

『아들 셋 엄마의 돈 되는 독서』는 『1일 1짠 돈습관』을 통해서 알게 된 슈퍼짠 선발 대회 대상자 김유라의 독서기라고 해서 읽었다. 이 책은 재테크 전문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유라의 북테크에 관한 기록이다. 일찍 결혼한 그녀는 행복한 가정생활을 꿈꿨다. 아이를 갖기 위해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었다. 힘겹게 임신을 하고 그동안 모아 둔 돈을 펀드에 넣었다. 은행을 다녔던 그녀에게 펀드의 유혹은 매력적이었다. 2008년 미국 발 금융 위기가 닥치고 펀드는 반 토막이 났다.

어떻게 모은 돈인데. 맞벌이를 하면서 안 쓰고 안 먹고 안 입고 넣은 돈이었다. 처음에는 좌절했고 우울증까지 왔다. 왜 내가 그랬을까. 뒤늦은 후회를 해도 소용없었다. 자식에게는 가난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는데. 그녀는 다시 정신을 차려야 했다. 언제까지 좌절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 할 수 있는 있는 건 절약과 책 읽기였다. 아이가 낮잠을 잘 때 조금 자두고 틈틈이 책을 읽었다. 김유라는 가족이 잠든 자정에 책을 읽었다. 내가 넣은 펀드가 왜 반 토막이 났는지 궁금했다.

금융, 부동산, 투자에 관한 책을 읽으며 사태를 분석해 나갔다. 책은 주로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가족 수 대로 대출증을 만들어 빌렸다. 도서관 책이라 밑줄을 그을 수 없어 필요한 부분은 페이지와 단어를 적어가며 읽었다. 북테크의 시작이었다. 강의를 들으러 다닐 수도 따로 공부할 시간을 낼 수도 없는 그녀에게 책은 구원자나 마찬가지였다. 아이가 놀 때 잘 때 책을 읽으며 돈의 흐름을 익혔다.

『아들 셋 엄마의 돈 되는 독서』는 책 읽기를 통해 나를 발견하는 과정을 그린다. 처음에는 그냥 읽었다. 이해가 안되어도 끝까지 읽었다. 그러다 낯선 용어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며 알게 된 지식을 통해 부동산 투자를 하고 블로그에 서평을 올렸다. 짠돌이 카페에서 주최하는 슈퍼짠 대회에서 대상을 타면서 방송에도 출연했다. 책 읽기의 영향력이었다. 의도하고 일을 시작하진 않는다. 그저 좋아서 내 삶에 용기가 될 것 같아서 어떤 일을 시작한다.

아들 셋을 키우며 부지런히 책을 읽은 김유라의 인생은 펀드가 반 토막이 난 시점으로부터 완전히 달라진다. 그때 실패해서 우울에 빠져 있었다면 자책만 하는 시간이었다면 지금은 없었을 것이다. 책 읽기가 지금의 인생을 가능하게 했다. 책을 읽을 때 전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말라고 한다. 1책 1문장. 한 권의 책을 읽는다면 한 문장 만이라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 된다는 것이다. 책을 읽지 않았다면 그녀는 악한 가난뱅이가 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선한 부자의 길로 가기 위해 노력한다.

불행한 어제를 잊고 용기를 낼 수 있는 오늘을 위한 일에는 책 읽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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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번째 머니 다이어리 - 먹을 것 못 먹고 입을 것 못 입는 몹쓸 절약, 영혼을 갈아넣은 몹쓸 저축은 이제 그만!
진예지 지음 / 스마트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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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가계부를 쓴다. 아는 이가 농협에서 준 가계부를 쓰고 있다. 소득은 적지 않고 지출 항목만 적는다. 항목은 두 가지. 고정비와 생활비를 적는다. 매일 써야 하는데 일주일 단위로 쓴다. 현금보다는 체크 카드를 주로 쓴다. 2030을 위한 재테크 방법이 솔직하게 들어 있는 『나의 첫번째 머니 다이어리』는 그동안 읽은 재테크 책과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소득의 50%를 저축하라고 하지 않는다. 소득에서 자신이 지출하는 항목을 우선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가계부를 쓸 때 세부 항목 대신 7개의 항목을 제시한다. 고정비, 생활비, 활동비, 꾸밈비, 기여비, 차량비, 예비비를 꾸려서 적는다. 새해가 되면 의욕적인 마음으로 가계부를 쓰려고 한다. 그러다 세부 항목을 적어야 해서 쉽게 포기한다. 자신만의 생활 패턴을 분석해서 7개의 항목을 정하면 쓰기가 수월해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가계부를 쓰면 소득을 어떻게 쓰는지 분석이 된다. 무조건 아낄 수는 없다. 전체를 보고 다음 해의 예산을 짤 때 줄일 수 있는 항목을 알아가면 된다.

2030이 종잣돈을 마련하기는 힘들다. 영혼을 갈면서까지 아끼는 것은 소용없다. 오늘 먹고 싶은 카페라테를 먹으며 내일을 꿈꾸는 것의 가치를 둔다. 지출을 했다고 해서 죄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다. 가계부에 쓰인 항목을 보고 베스트 지출과 워스트 지출을 체크한다. 지출을 했을 때 만족감 보다 불쾌함이 앞섰다면 하지 않으면 된다고 말한다. 가계부를 쓸 때 소득을 쓰지 않았다. 저자는 자신이 버는 돈의 총합을 아는 것이 중요하고 말한다. 회사를 옮기고 싶은 생각이 들 때 회사에서 주는 혜택과 월급을 알면 똑똑하게 이직을 할 수 있다.

일을 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서 한 달에 자신이 쓰는 돈을 기준으로 3개월, 6개월 단위의 비상자금을 마련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이 생각은 하지 못했다. 가장 먼저 마련해야 할 자금이 비상자금인 것이었다. 『나의 첫번째 머니 다이어리』에서 말하는 재테크 방법은 단순하다. 오늘 행복할 것. 닥치지도 않은 미래를 준비하느라 허덕이지 말라는 것이다. 소득을 알고 지출을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재테크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것을 할 수 있는 돈을 마련하는 것이 청년들의 재테크 방법이다.

등록금, 주거 안정 자금, 결혼 자금 등 당장 쓸 돈이 많은 청년들이 무리하게 투자를 하면 안 된다고도 조언한다. 저축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면 소득의 1%씩 늘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보험을 드는 방법과 가계부를 쓰는 요령, 1년 예산을 짤 때 필요한 부분을 『나의 첫번째 머니 다이어리』는 자세하게 알려준다. 어쩌다 재테크 책들을 읽고 있는데 이 책에서 나는 가계부 쓰는 요령을 배웠다. 소득을 적고 저축액의 1%를 늘리고 지출 항목을 분석하는 것. 안 쓰면 된다고 말하지 않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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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캐럴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8
하성란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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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해가 기우는 시간에 엎드려 읽던 하성란의 『삿뽀로 여인숙』을 기억한다. 학교에 가야 했는데 가지 않고 낮인지 밤인지 모를 정도로 어두운 방에서 읽었다. 몇 개의 계단을 걸어서 내려가면 나오는 방이었다. 그 방에서 많은 책을 읽었다. 하성란의 소설을 좋아했는데 촘촘한 문장으로 쓰인 느리게 흘러가는 서사가 인상적인 소설을 쓰는 작가였다. 『삿뽀로 여인숙』은 두 번 읽었다. 좀 더 이해하고 싶었던 마음에서 그랬다. 그 뒤 신간이 나오면 바로 읽었다.

최근에 나온 소설 『크리스마스캐럴』을 읽으며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소설을 향한 고군분투의 시기. 묘사와 서사 사이에서 갈등하며 어떤 것을 취해야 할지 모를 때 읽던 하성란의 소설. 이제는 서사 쪽으로 기울었구나. 오대양 사건을 그린 『 A 』부터 그런 조짐이 보이긴 시작했다. 소설은 『나사의 회전』의 첫 문장을 변용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막내의 이야기를 듣는 크리스마스이브가 배경이다. 세 자매는 둘째의 "우리 밥은 먹고삽시다"라는 전화로 모인다. 소설의 화자인 첫째인 '나'는 남편과 함께 대형 마트에 장을 보러 간다.

그곳에서 이제는 더 이상 크리스마스에 캐럴이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한다. 저작권 문제이지만 캐럴을 틀 수도 있는데 캐럴이 들리지 않는 마트 안에서 직원들은 산타 모자 하나씩을 쓰며 물건을 판다. 남편과 나는 비정규직 중에서도 가장 말단에 위치해 있을 인력 파견 사원으로 마트에서 쓰고 싶지도 않은 모자를 쓰며 일하고 있을 지인을 떠올린다. 세상 공평하고 누구라도 축복을 내려줄 것 같은 크리스마스에 돈 때문에 캐럴을 들을 수 없는 혹독한 자본주의 사회의 이상한 얼굴을 마주한다.

이야기는 장을 보고 케이크에 초를 불며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라는 체념을 숨기며 가족이 둘러앉아 조촐한 파티를 여는 장면으로 넘어간다. 작가인 '나'가 썼던 크리스마스 관련한 소설의 내용을 이야기하고 사는 것이 만만치 않은 막내의 기이한 '10박'의 사연을 듣는다. 남편 김과 헤어지는 과정에서 일어난 열흘간의 이야기는 그들을 '숨죽이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이태원 술집 사장의 돈을 얻을까 하는 욕심에 막내의 남편은 그곳에서 매일 술 파티를 연다.

막내는 술에 취해 두 남자가 운전하는 차에 태워진다.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지만 있지 않을 것도 같은 리조트를 향해 달려간다. 리조트는 존재했고 그곳에서 막내는 열흘 동안 지낸다. 커튼 없는 방에서 아침을 맞고 교인들 속에서 밥을 먹는다. 조리사들에게 은근한 멸시를 받기도 한다. 수건을 수거하고 커튼을 달아주겠다는 리조트 직원을 기다려 보기도 하지만 그곳에 머무르는 동안 막내의 부탁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처음 리조트에 온 날 막내가 본 버섯 모양의 지붕은 떠나는 날 무덤으로 변해 있었다.

실제로 그곳에 머물렀던 것인지도 의심해야 하는 상황에 막내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열흘간의 격리 속에서 막내는 과거와 현재의 기억이 뒤섞이는 경험을 한다. 거짓말은 현실이 되어 돌아오고 진짜로 본 것이라 믿었던 것은 가상이 된다. 『크리스마스캐럴』은 유령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사실 죽은 자들과 함께 하는 곳이라는 것이다. 혹독하게 돈을 아끼며 살아간 스크루지 영감이 본 것은 유령이 아닌 지금의 삶을 바로잡아줄 진짜 사람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

산다는 건 이상한 일들의 연속이다. 과학과 논리로 해석할 수 없는 서사가 펼쳐진다. 세 자매 중 일이 잘 풀리지 않은 막내가 겪은 기이한 '10박'은 다른 세계로의 탈출을 희망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우리를 숨죽이게 하는 건 유령이 아닌 살아 있는 자들이 연출하는 기괴한 속임수다. 속고 속이고 속은 척하는 난장판에서 각성한 자만이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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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번의 일
김혜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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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란 무엇일까.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강했다. 철모르는 소리였다. 일하지 않고 평생 놀고먹을 순 없을까.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그런 마음으로 일을 하다가 지쳤다. 1년을 쉬었다. 다시 일을 해야 했다. 통장이 텅장이 되어 가고 있었으니까. 일이 없어 생기는 불안한 마음과 줄어드는 통장의 잔고의 기억 때문에 지금까지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다. 쉬엄쉬엄해. 헌신하면 헌신짝처럼 버려져. 이런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선에서 열심히 살고 있다, 고 생각.

일이란 중독과 같아서 한 번도 일해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일해본 사람은 없다. 꼬박꼬박 제날짜에 들어오는 월급을 받아본 사람이라면 그 기분을 잊을 수 없어서 내일도 중독자처럼 눈이 풀려서 일어나 세수를 하고 밖으로 나선다. 나처럼 열심히 산다는 생각을 넘어 착각에 빠질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일은. 이제는 일하지 않는 삶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일하지 않으면 좋아하는 편의점과 빵집에도 갈 수 없고 카카오 프렌즈의 귀염둥이 라이언 제품도 살 수 없으니까. 알람이 울리면 씻는다.

김혜진의 장편 소설 『9번의 일』에는 통신 회사에서 26년 동안 일한 남자가 나온다. 끝까지 그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그가 소설 안에서 최종적으로 부여받는 호칭은 9번이다. 9번이 되기까지 남자는 회사로부터 굴욕과 모욕과 소외를 받는다. 수리, 설치, 보수 업무를 담당하는 그에게 회사는 재교육 대상자라는 통보를 해온다. 그 말은 조금 더 줄 테니 퇴직금을 받고 나가라는 뜻이었다. 남자는 거부하고 교육을 받는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고 강의를 듣는다. 회사를 그만두지 못할 이유가 차고 넘친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서 다세대 주택을 매입했고 곧 대학에 들어갈 아들의 교육비도 마련해야 한다. 차 할부금도 남았고 시골집의 공사비도 드려야 한다. 나이가 있다는 모종의 압박을 받았다고 해서 네 알겠습니다 하고 회사를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회사의 요구를 거절한 남자에게 닥치는 살벌한 일들을 『9번의 일』은 그린다. 드라마 <미생>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회사가 전쟁터라면 밖은 지옥이다." 남자는 전쟁터에 남아 끝까지 싸워 보겠다는 마음으로 회사에 남는다. 돌아오는 것은 무시와 소외뿐이다. 인간에 대한 존엄은 사라진다.

남자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영업일이 주어진다. 공장으로 둘러싸인 곳으로 내려가 제품을 판다. 남자는 어떡하든 업무에 복귀하고 싶어 모욕을 감당한다. 결국 이름이 아닌 9번이라는 호칭을 받기까지 한다. 일은 단순히 업무를 익혀서 월급을 받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안에는 사람도 세상도 들어 있는 것이다. 남자가 회사로부터 부당 전출과 노골적인 퇴사 압박을 견디는 것은 일 안에는 그가 이룩해낸 세계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일을 하려는 남자의 결말은 어떻게 끝날까.

『9번의 일』은 노동이 주는 가치를 긍정적이고 따뜻하게 그리지 않는다. 9번이라고 불리는 남자의 버티기를 통해 일이란 자신을 무너뜨릴 수밖에 없음을 아무리 포장해도 전쟁터에서 살아남아 챙기는 전리품 정도의 가치인 월급이 전부임을 이야기한다. 대단한 일을 한다고 자부하지만 한순간에 밀려나면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지금의 일. 매번 이길 수는 없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고 『9번의 일』은 역설한다. 좋은 일 나쁜 일이 따로 있나. 그저 하라는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

일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그저 해야 하는 것이어서 이제는 당연하게 하고 있다. 일하는 것에 감사해야 하는 삶을 살고 있다. 회사 밖은 지옥이라고 했지만 우리는 단 한 번도 천국을 살았던 기억이 없다. 지옥에서도 꽃은 핀다. 지지 않기 위해 자신을 모욕 속에 두는 것이 아닌 지옥으로 걸어들어가는 모험을 감행해 보는 것. 『9번의 일』은 노동에 매몰되어 스스로의 이름도 지키지 못한 9번들에게 한 번쯤은 멈추어도 괜찮다고 말한다. 일이 전부라고 믿는 사람들이 꼭 읽어야 할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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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밤길
공선옥 지음 / 창비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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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고 뭐고 생각하기 싫을 때가 있다. 글은 써서 뭐하고 안 쓰면 또 뭘 할까 하는 생각이 하루에 열두 번도 넘게 든다. 지식을 쌓는 용도로 소설 읽기는 아니라는 말을 들을 때. 아직도 소설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가 하는 질문을 받을 때. 다 때려치우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안 읽고 안 쓰면 어쩔 건데, 그러면 또 할 말이 없다. 문학에 대해 생각하기 싫다고 했지만 이미 오랫동안 문학은 나의 삶을 이루는 부분으로서 작용하고 있다. 없으면 안 된다.

사람 만나는 것도 잘 못하고 어울려서 분위기를 휘어잡는 건 더더욱 못한다. 책을 읽는 고요한 시간을 그 어느 시간 보다 사랑한다. 나와 비슷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나오는 소설을 읽으면 더욱 좋다. 소설아 끝나지 마라. 하면서 읽는다. 어린 시절 겪었던 슬픔과 비참이 날 것 그대로 들어 있는 소설. 공선옥의 소설이 그렇다. 남편 없이 혼자 애를 키우고 장마 때 주인집 남자를 도와주었다가 그대로 물에 휩쓸려 가버린 인생. 별거 중인 남편에게 헤어지자고 말 못 하고 그이가 주는 돈으로 애들 먹일 딸기를 사는 삶.

『명랑한 밤길』에는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하고 있는 그대로 슬픔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인생들이 나온다. 열두 편의 이야기는 잊고 싶은 그 시절을 불러온다. 전라도 말의 구수한 입말을 살려 소설을 쓰는 공선옥은 인물을 꾸며 내지 않는다. 사연 없는 사람들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 이웃과 친구, 친척, 가족, 동료의 어제와 오늘을 소설로 가지고 오면서 현실성을 부여한다. 인간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명랑한 밤길』에는 담겨 있다. 오늘 힘들어도 웃어 버리는 하루. 내일을 위해 온기를 남겨두는 시간.

이웃과 가족의 정이 그리워지고 사는 게 내 맘 같지 않을 때 『명랑한 밤길』을 읽기를 추천한다. 너만 힘든 것이 아니라는 얄팍한 위로 대신 우리 힘을 내볼까 하는 씩씩함이 있다. 문학이 무슨 소용이냐고 물으며 그럼에도 문학을 버리지 못할 때 에너지 음료를 먹듯이 공선옥의 소설을 찾는다. 이리저리 어렵게 서사를 비틀고 멋부리지 않은 담백하고 살아있는 문장으로 쓰인 소설 『명랑한 밤길』을 읽으며 무엇에도 지지 않을 가을의 용기를 얻는다.

돈 180만 원이 없어서 제자에게 못 빌려줘 안타까워하는 사람. 외국인 노동자가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명랑한 내일을 기대하는 사람. 오늘 처음 본 사람에게 어깨를 빌려주는. 『명랑한 밤길』은 그 모든 사람들이 모여 한바탕 축제를 벌인다. 공선옥만큼 인간을 따뜻하고 명랑하게 바라보는 작가가 또 있을까. 꼬이지 않고 비틀리지 않는 시선으로 인간애를 그리는 소설가. 그이가 있어서 소설을 읽고 또 써 볼까 하는 허세를 부릴 수 있다.

어렸을 때는 공선옥의 소설이 궁상맞다고 생각했다. 세련이 뭔지도 모르면서 세련되지 않았다고 건방진 마음을 가졌다. 소설이 뭔가. 내가 갖지 못한 세계를 근사하게 포장해야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지금 생각하면 웃기다. 소설은 오늘과 내일을 살아갈 용기를 주면 된다. 오늘 버텼으면 내일도 잘 버틸 것이라는 희망을 조금 보여주는 것. 공선옥의 소설이 내겐 그렇다, 이제는.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 한다고 그때를 다 잊고 지금 잘난 맛에 살았다. 『명랑한 밤길』은 내게도 온 세상의 슬픔이 한꺼번에 찾아온 시절이 있었음을 상기시킨다. 그러면 됐다. 묵묵한 나로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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