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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흰 눈이 봄의 농장을 기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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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 한 때 스쿠버에 미쳐 지낸 적이 있다.

깊은 물속에서 유영할 때마다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수면 위로 나타난 작은 암초들이 물속에서는 어마어마하게 큰 바위들이라는 사실이었다. 구체적으로는 밥상 크기만 하게 떠 있는수면 위 작은 바위가 물속에 들어가 보면 집채만 했다.

 

수면 위 암초들은 물에 떠 있는 게 아니었다. 강바닥이나 해저에서 솟아난 엄청난 크기의 바위가 수면 위로 내보이는 극히 작은 일부분이었다. 따라서 섬은 물에 떠 있는 게 아니고 물속 바닥에서부터 솟아나 있는 것이다. 저 먼 동해바다 한가운데 있는 독도가 결코 물에 떠 있는 게 아니라 까마득하게 깊은 해저에서부터 솟아나 있는 바위산의 일부분이라는 사실.


사람이 표면상으로 보이는 작은 행동 하나는 사실 어마어마한 크기의 잠재의식 속에서 표출된 극히 작은 움직임인 것을. 오늘 당신한테 뜻 모를 미소를 지으며 지나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왜 그랬는지 심중을 제대로 헤아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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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봉 산에 잔달래꽃이 만발했다. 산 속의 벤치 옆에도 피어나 등산객한테 말 거는 듯했다.
"이 벤치에 앉아 쉬었다가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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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도 두뇌 활동을 하며, 동물의 뇌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구조가 뿌리에 존재한다는식물 두뇌가설이 있다.

 

오늘 아침 아내가, 소파에서 신문을 보고 있는 남편한테 말했다.

여보, 지금 바쁘지 않으면 창고 한 구석에 있는 종이박스 두 개 좀 마당에 내다 줘요.”

남편이 신문의 정치면을 접으며 퉁명스레 물었다.

박스에 뭐가 들었는데 그래?”

다알리아 구근들이 들어있어요. 지난가을에 화초 많이 기르는 분한테서 얻은 것들인데 겨울을 나느라고 창고 구석에 갖다 놓은 거에요. 이제 봄이니까 밭에 갖다 심어야죠.”

창고 옆으로 보일러 파이프가 지나고 있기 때문에 다알리아 구근들이 얼지 않고 겨울을 난 것 같았다. 남편은 창고로 가 문제의 박스를 마당으로 나르기 시작했다. 구근들이 한두 개가 아닌 여럿이 들어 그럴까, 제법 묵직했다. 순간 남편은 며칠 전 보았던 신문 기사를 떠올렸다.

 

일간 뉴욕포스트, 기술지 MIT테크놀로지 리뷰에 따르면, 신생 기업 넥톰’(Nectome)은 인간 두뇌를 완전한 형태로 냉동 보존해 뇌에 저장된 기억이나 의식을 디지털 테이터로 컴퓨터에 업로드하고 저장하는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 넥톰은 알데히드 안정 냉동 보존법(ASC)로 불리는 최첨단 방부처리기술을 활용해 뇌를 보존한다. 이후 보존된 두뇌에서 사람의 의식을 디지털 방식으로 되살린다.

 

박스가 묵직하니, 남편은 아무래도 사람의 묵직한 두뇌를 든 듯싶다. 집 마당에 화사하게 봄 햇살이 떨어지는데 정작 남편은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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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늦가을 어느 날 아내가 꽃잔디를 농막 앞에 심었다. 그늘진 곳이라 겨울을 못날 거란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하듯 이 봄에 푸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얼마 안 가 예쁜 꽃들을 자잘하게 피워 농막 앞이 꽃방석 깐 풍경이 되리라 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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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2018-04-02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꽃이 피면 정말 아름답겠어요! ^ ^ 저희 집도 아내가 길 옆에 꽃잔디를 심었는데, 해마다 눈호강을 하고 있답니다. ^ ^

무심 2018-04-04 0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느 해 봄보다 이 봄의 농장 풍경을 주의깊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꽃방석 풍경이 펼쳐질 때 다시 글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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