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통증 속에 있었다. 나는 어둠 속에 있었다. 통증이라는 그 깊고 무거운 어둠. 문 밖의 빛 한줌조차 어둠을 보여주는 역에 불과했다.
따가운 햇빛 아래에서 밭일 하다가 지쳐 농막에서 잠시 쉬었다. 그 때 시원한 산들바람이 불었다. 그 풍경을 놓치고 싶지 않아 사진 촬영했는데 과연 그 바람이 포착됐을까?
열흘 전 밭에서 뽑은 잡초들을 따로 보관했다. 아무 데나 내다버렸다가는 되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잡초들의 생명력은 대단했다. 그런데 오늘 보니 따로 보관했던 그 잡초들이 이제는 1/5 크기로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짙푸렀던 색조차 증발해 버린 게 아닌가! 잘됀 일이긴 하지만 가슴 한켠으로 드는 이 무상감은 또 무언지.
그 여름날을 기억한다. 석사동에 있는 어느 허름한 막걸리 집이었다. 처음 만났지만 대화가 통하여 함께 밤을 지새우며 ‘삶과 문학’얘기를 나눴다. 하루만으로 부족해 일주일 가까이 밤을 새웠다. 1972년 7월이다. 세월의 강을 건너 화천 감성마을에서 다시 만났다. 2018년 4월, 비 갠 어느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