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를 절다의 절다말고 다른 절다가 있다어미활용의 예를 든다면 배추를 소금에 절어라’ 같은 경우다이 절다가 어느 때부턴가 발음이 강해지면서 쩔다로 쓰인다뜻도 달라졌다요즘 젊은이들이 대단한 무엇을 보기만 하면 쩐다 쩔어라고 표현하는 게 그것이다.

 

노년의 내가 뒤늦게 가수 나얼에 쩔었다정확히는 가수 나얼이 부르는 한 번만 더’ 노래에 쩔었다.

잔잔한 드럼의 리듬을 깔고 그가 애절하게 부르는한 번만 더’. 원래 이 노래는 안타깝게도 요절한 가수 박성신의 노래다박성신은 이 노래 하나로 가요계를 뒤흔들었을 뿐만 아니라 6.70년대 대(가수 박재란 씨의 딸이란 사실까지 알려졌다.

사실 노래는원곡을 부른 가수를 뛰어넘기 어렵다그런데 나얼이 원곡 가수 못잖게한 번만 더를 잘 부른다.

TV에 나오는 것을 싫어한다는 나얼.

항상 빡빡 깎은 머리를 하는 나얼.

작은 중절모를 즐겨쓰는 나얼.

 

나는 요즈음 나얼의 한 번만 더에 빠져 지낸다그의 구애됨이 없는 현란한 애드리브자유로운 영혼이 부럽다.

노랫말이 이렇다.

 

멀어지는 나의 뒷모습을 보면은

떨어지는 눈물 참을 수가 없다고

그냥 돌아서서 외면하는 그대의

초라한 어깨가 슬퍼

 

이젠 다시 볼 수 없을 거란 인사에

나의 눈에 고인 눈물 방울 흐르고

그대 돌아서서 외면하고 있지만

흐르는 눈물을 알아

 

이렇게 쉽게 끝나는 건가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모습인가

 

헤이 한번만 나의 눈을 바라봐

그대의 눈빛 기억이 안나

이렇게 애원하잖아

   

헤이 조금만 내게 가까이 와봐

그대의 숨결 들리지 않아

마지막 한번만 더

그대의 가슴에 안기고 싶어

(하략)


 https://youtu.be/5WzWRwZPXu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주택단지에 지어진 우리 집은 남향이 못된다이웃한 집들과 촘촘히 붙어 있어서 사실상 햇볕을 아침에만 받는 것이다그런데 아침에 한해 받는 햇볕이지만 계절에 따라 그 양()에 차이가 있다지켜봤더니 가을부터 햇볕 양이 줄다가 겨울에는 그 양이 거의 없다그러다가 봄이 되면 갑자기 햇볕 양이 대폭 는다.

요즈음 아침마다 드는 거실의 햇볕 양이 엄청나다눈부실 정도다봄이 온 까닭이다정말 돈 한 푼 들지 않고 공급받는 햇볕 양에 고마울 뿐이다아침부터 풍성하게 공급받는 햇볕 때문에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자세도 웬만하면 좋게좋게인 건 아닐지.

문득 햇볕 양이 인류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으리라는 생각에 다다랐다자주 안개가 껴서 햇볕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영국 땅에서 슬픈 사랑의 얘기 폭풍의 언덕이란 명작이 나오지 않았나죽느냐 사느냐 울부짖는 햄릿 왕자의 어두운 운명 또한 햇볕 덜 드는 덴마크 땅에서 벌어진다그 이상으로 햇볕을 받기 어려운 러시아의 경우는 더 말할 게 없다형제들 간의 어두운 갈등이 줄거리가 되는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부터또스토예프스키의 많은 단편들에서 숱한 예를 본다.

 

모 작가의 소설작법이론에 소설은 반드시 날씨 얘기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예전에는 납득이 되지 않았는데 나이가 든 요즈음은 그렇지 않다그렇다인간사는 날씨 없이 이뤄질 수가 없으며 그 때문에 인간사를 언어로 다루는 소설에 날씨 얘기가 빠져서는 안 될 터.

 

내일 아침동녘에서부터 햇살이 화사하게 쏟아지는 광경이길 기대한다.


(이 글은 2018년 2월에 작성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종용의라는 노래를 처음 듣던 순간 그대로 반했다.

1975년 가을이었다. 고향 춘천에서 수백 리 떨어진 삼척읍에서, 한 중학교에서 교사생활을 시작한 나는 얼마나 외로웠나. 지금이야 세 시간쯤 자가용차를 몰고 가면 되는 고향 춘천이건만 그 시절에는 자가용차도 없을뿐더러 기차나 시외버스 같은 대중교통으로도 하루 넘게 시간을 잡아야 했다. 결국 방학이나 돼야 고향에 갈 수 있었다.

 

낙엽 지는 그 숲속에 파란 바닷가에

떨리는 손 잡아주던 너 별빛 같은 눈망울로

영원을 약속하며 나를 위해 기도하던 너… 』

 

이종용이 애절하게 떨리는 음색으로 부르는, 삼척의 하숙방에서 들으며 얼마나 객지의 외로움을 달랬나. 또 한 명의 뛰어난 신인 가수가 나왔는가 싶었는데 그 해 말 연예가 대마초 파동이 터져 나오면서 더는 이종용의가 공식적으로는 방송되지 않았다.

그 후 3년이 지난 1978년이다. 특유의 애절한 음색으로 이종용이 부르는 다른 노래를 나는 들었다. ‘겨울 아이.

 

겨울에 태어난 아름다운 당신은

눈처럼 깨끗한 나만의 당신

겨울에 태어난 사랑스런 당신은

눈처럼 맑은 나만의 당신

하지만 봄 여름과 가을 겨울

언제나 맑고 깨끗해

겨울에 태어난 아름다운 당신은

눈처럼 깨끗한 나만의 당신

 

하지만 봄 여름과 가을 겨울

언제나 맑고 깨끗해

겨울에 태어난 아름다운 당신은

눈처럼 깨끗한 나만의 당신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당신의 생일을

Happy birthday to you

Happy birthday to you

Happy birthday to you

 

애절한 음색에청량하게 맑은 음색까지 더해져 나오는 그의 겨울 아이를 들으며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노래는 예수님 탄생을 축하하는 성가다!’

 

구절구절을 새겨보면 그런 내 생각에 별 무리가 없다.

특히 노래 끝 부분에 이르러 여러 사람들이 환호하며 ‘Happy birthday to you’를 외치는 데 이르러서야.

이종용이 그 얼마 후 가수를 그만두고 목회자(교회 목사)가 되었다는 사실까지!

 

물론 사랑하는 여인의 생일을 맞아 부르는 축하노래에 불과한데 너무 해석을 오버하는 게 아닙니까?’하고 어이없어 하는 표정들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글쎄.

 

https://youtu.be/eXEynas-av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그 식당은 닭갈비를 쇠판 위에 올려놓고 굽지 않았다. 별나게 숯불 위에 놓고 구웠다.

아내가 커진 숯불에 닭갈비가 탈 까 봐 상추 잎을 한 장 그 숯불 위에 올려놓는데, 식당 종업원이 말했다.

그러지 마시고요, 양념통들이 있는 곳에 그런 숯불을 가라앉히는 물통도 있으니까 그것을 갖다 쓰세요.”

과연 안내한 대로 양념통들이 있는 곳에 숯불을 가라앉히는 작은 물통이 있었다. 어른 손가락 두어 개 크기와 굵기가 되는 하얀 물통이다. 그런데 배꼽 잡을 일은, 그 하얀 물통에 이런 이름을 적어놓았다는 사실이다.

‘11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가수 이문세는 정감 어린 노래를 많이 부른다. 나는 그의옛사랑노래를 듣다가 이상한 대목의 가사에 놀랐다.

사랑이란 게 지겨울 때가 있지.”

란 대목이 그것이다. 아무리 지나간 옛사랑이어도 그렇지 지겨울 때가 있다니, 영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연인들의 사랑은 언제나 변함없는 마음이어야 할 듯싶은데 지겨울 때가 있지라는 건 잘못된 표현일 듯싶었다. 결국 작사한이영훈씨의 악수(惡手)일 거라 결론 내렸다. 악수란 바둑이나 장기에서 잘못 두는 수를 말하는데장고(長考) 끝에 악수란 말이 있듯 그가옛사랑가사를 쓸 때 너무 골몰하다가 실책을 저지른 게 아닌가 싶은 것이다.

지겹다란 단어의 정의를 사전에서 이렇게 풀이한다. ‘지겹다: 같은 상태가 오래 지속되어 진저리가 날 정도로 지루함과 싫증을 느끼는 상태에 있다.’

 

하지만 요즈음 그런 내 생각이 달라졌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고 감정이란 여름하늘의 구름처럼 수시로 변할 수 있는 그 무엇이다. 그렇다면 경우에 따라서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사랑하는 마음 또한 지겨워질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그런 경우다. 아무리 효심 깊은 자식이라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집안의 남은 재산마저 다 날리고야 세상을 뜰 것 같은 부모님 병치레가 있다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나쁜 생각이 들 수도 있지 않을까.

하물며 지나간 옛사랑의 연인을 대상으로 여태 간직하고 있는사랑감정이야 오죽하랴. 솔직히 옛사랑의 연인은 지금 다른 좋은 연인과 사랑에 빠져 당신과의 사랑 추억은 몽땅 쓰레기통에 내버렸을 수 있다. 그렇기도 하고 당신 또한 옛사랑보다는 지금이나 미래의 사랑에 정성을 다하여야 한다. 그 길이 인생길의 정답이다.

맞다. 사랑이란 게 지겨울 때가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