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큰형이 이상했다.

상가가 있다는 골짜기 동네에 가까웠을 때 불쑥 너희 둘이 알아서 해라. 나는 미리 산에 가 있을 테니.’ 하며 혼자 먼저 산 쪽으로 가던 것이다. 작은형과 나는 어이가 없어 서로 얼굴을 보았다. 어두운 꼭두새벽이라 잘 보이지도 않는 얼굴이지만.

사실, 큰형은 집에서 출발할 때부터 술 냄새를 풍기면서 말없이 걷기만 했다. 걸쭉한 음담을 하며 걷기 좋아하던 사람이 그러니, 이상한 게 마치 낯선 사람 같았다.

우리는 멈추어 서서 큰형이 혼자 올라가는 어둠 속 산기슭을 바라보았다. 또 하나의 시커먼 어두움이 되어 산비탈을 오르는 큰형.

쟁강쟁강……

큰형 손에 든 양가죽자루 속의 칼들과 작은 도끼가 서로 맞부딪치며 나는 소리다. 다른 때보다 그 소리가 자주 나는 건, 비틀걸음으로 산으로 오르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큰형은 나흘 전부터 술에 절어 살고 있다. 아무 말 없이 독한 양주를 혼자 마신다. 무슨 말 못할 속사정이 있나?

괜찮을까?”

작은형에게 물었다. 큰형이 저러다가 산비탈에 미끄러져 구르기라도 한다면 날선 도구들 때문에 몸을 다치지 않을까, 하는 말뜻이다. 작은형은 대답을 않고 그냥 걷기만 했다. 하긴, 이 일대의 지형을 자기 손바닥처럼 환하게 아는 큰형인데 무슨 걱정인가.

너럭바위가 산중턱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이 일대 지형.

숱한 시신들의 피 자국이 무늬처럼 어려 있는 그 너럭바위…….

작은형과 나는 골짜기 동네의 어귀에 다다랐다. 좁은 골짜기를 지나는 새벽 칼바람이 날을 바짝 세운 탓에 우리는 고슴도치처럼 몸을 바짝 숙여야 했다.

먼동이 트기 직전의 골짜기 동네는 여전히 어둠에 깔려 있다. 어둠이, 높은 산 위에서부터 무너져 내린 눈 더미처럼 골짜기에 쌓인 것 같다.

동네 안으로 십여 분을 더 걸어가자, 마침내 야크 기름 타는 냄새와 함께 선명한 불빛의 커다란 집이 우리를 맞았다. 천장을 의뢰한 상가에 도착한 것이다.

투박한 질그릇단지에 담겨, 상가 문가에서 소리 없이 타오르는 불. 죽은 이의 혼을 며칠 간 먹인다는 불 식량이다.

작은형은 문 안으로 들어가고 나는 문가 기름불빛 아래에서 기다린다.

골짜기 동네는 골바람에 춥기도 하거니와 하늘도 좁다. 좁다란 밤하늘의 별들이 서로 부딪치지나 않을까, 괜한 걱정일 때 승냥이 울음이 골짜기 안을 메아리쳤다.

으흐으으헝……으흐으으으헝……으흐으으으헝헝…….”

가사를 걸친 스님 두 분이 문 밖으로 나와 섰다. 그 뒤로 자루를 어깨에 메고 나타난 작은형. 스님들이 잠시 염불한 뒤 서서히 발걸음을 떼자 작은형이 뒤따랐다. 합장하며 섰던 나 또한 작은형 뒤로 붙었는데 내 뒤로는 유족 셋이 따랐다.

 

그저께 저녁에 큰형이 작은형한테 말했다.

“40대 여자인데…… 속병을 앓다 죽었다더군.”

그러면 야크라도 끌고 갈까?”

여자 하나 나르는데, 수선 필 게 있냐?”

하며 큰형은 양주병의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맞는 말이었다. 야크를 끌고 가면 시신을 나르기 편할 테지만 워낙 느림보 소라 답답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야크 걸음처럼 천천히 살라는 말까지 있으니 오죽하랴. 멀쩡히 가다가도 멈춰 서서 풀을 뜯는 바람에 장례 시간을 마냥 지체시키기도 하는 야크 놈.

작은형이 진작부터 우리도 경운기 한 대 장만하자고 제의했던 게 그 까닭이었다. ‘엄숙한 일을 치르는 데 시끄러운 기계 소리를 내면 안 된다며 그 제의도 뿌리친 사람이 큰형이었다. 결국 시신을 우리가 직접 어깨에 메고 가는 방식으로 고착돼 버렸는데 문제는 작은형과 나, 둘이서 도맡아한다는 사실이다. 제기랄! 오늘도 그래놓고는 무슨 꿍꿍인지 술이 덜 깬 채 자기 먼저 산 위로 가 버렸으니…….

이 생각 저 생각 하며 작은형을 뒤따르는데 문득 자루의 뒷부분이 내 머리에 닿았다. 작은형이 걸음을 늦추면서 교대하자는 뜻을 전한 것이다. 나는 작은형 앞으로 나서면서 등 뒤로부터 그 자루를 넘겨받아 내 왼쪽어깨에 메었다. 대신 작은형은 내가 들었던 비닐봉지를 받았다. 이럴 때 절대 뒤돌아보거나 걸음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만일 그랬다가는 시신의 혼이 상가로 되돌아가 해코지를 한단다.

무겁다.

사흘간 상가에 머무르면서 수분이 웬만큼 증발한 시신일 텐데도 만만치 않은 무게에 내 왼쪽어깨가 내려앉는 것 같다. 나는 고개를 더 숙여 자루를 오른쪽 어깨 위로 넘김으로써 몸의 균형을 잡은 뒤 비탈진 산길을 간다. 앞 선 스님들 중의 한 분이 옴마니반메홈 옴마니반메홈……경을 외자, 그 소리를 틈타서 나지막하게 뒤의 작은형에게 물었다.

괜찮았어?”

별로.”

상가에서 받은 성금이 적었다는 뜻인데, 믿기지 않는다. 골짜기 동네에서 제일 잘 산다는 집에서 성금을 적게 낼 리 없다. 그렇다. 작은형이 언제부턴가 돈 문제에 관한 한 나를 경계하고 있다. 자기가 돈 관리를 맡고 있는 한 내가 쉽사리 가출하지 못할 거라 생각하는 거겠지. 그렇게 믿고 싶은 거겠지…….

어찌 됐건 장례 일로 버는 돈은 작은형이 모아두고 있다. 물론 관청에서 지급되는 시신처리비도 포함된다. 3년 전만 해도 큰형이 그런 돈을 모두 챙겨 제멋대로 써 버리곤 했으나 작은형이 반발하고 나까지 동조하자, 할 수 없이 작은형에게 전대를 넘겼다. 작은형은 집안 어딘가에 그 돈을 모아놓고 있다. 나는 그 어딘가를 틈날 때마다 몰래 찾는다.

크게 우측으로 꺾이는 산길에 다다랐을 때 다시 작은형이 내 어깨의 자루를 받아 메었다. 어느 새 하늘가의 별들이 희미해졌다. 먼동이 먼 설산 너머에서부터 트고 있다. 자루 안 시신의 윤곽이 드러났다. 등을 잔뜩 구부린 채 작은형 어깨에 매달린 꼴이다.

그 때 검둥개를 보았다.

장례 행렬의 선두인 스님들 앞에서 천천히 걷는 검둥개. 그놈이 어두운 털색이라, 상가를 떠날 때부터 따라붙었는데도 내가 미처 못 보았는지 모른다. 그놈은 당당한 네 발 걸음으로 꼬리까지 쳐들었다. 누가 우리의 행렬을 지켜보았더라면 얼마나 우스울까, 개 한 마리가 앞장서서 이끄는 장례행렬처럼 되었으니 말이다.

먼젓번 장례 때에도 슬그머니 나타나서 끝까지 먹을 것을 챙기던 놈이었다. 어디서 굴러들어왔는지, 몇 달 째 이 일대를 떠돈다는데…… 새벽에는 주로 산에서, 낮에는 민가 주변의 쓰레기장에서 먹이를 구한단다.

이윽고 타르초가 눈앞에 나타났다.

희뿌연 새벽어둠 속 공중에 있는 갖가지 천 조각들. 긴 줄에 달려 있는 저 천 조각들이 바람 불 때는 일제히 말 갈퀴 날리듯 휘날리며 염불소리를 낼 텐데 지금은 찬 이슬에 축축 늘어진 헝겊에 불과하다.

타르초 있는 이 곳이 천장 터다. 장례 일행이 흩어져 여기저기 자리 잡기 시작했다.

큰형은 타르초 부근 땅바닥에 앉았다. 우리 쪽을 돌아볼 만도 한데 고개를 두 무릎 사이에 쳐 박고 미동도 않는다. 술이 덜 깨 그러는 걸까? 그런데 도구를 담은 양가죽자루가 보이지 않는다.

내가 걱정이 되어 주변을 살피자, 너럭바위 옆에 양가죽자루와 도구들이 나란히 배열돼 있었다. 머리카락이나 살점을 잘라내는 작은 칼, 살가죽이나 내장을 잡아끄는 갈고리, 살덩이를 크게 자르는 장도, 큰 뼈를 토막 내거나 부수는 데 쓰는 도끼, 순이다. 항상, 행사 전날 밤이면 큰형이 직접 숫돌에 갈아 도구의 날들이 서슬 퍼랬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못하다.

작은형이 내 등을 툭 쳤다. 맞다, 불부터 피워 놓아야 한다.

나는 비닐봉지에서 송백향 더미를 꺼내 땅바닥에 놓은 뒤 라이터 불을 켰다. 작은 불씨를 송백향 가지에 옮기자 서서히 번지다가 이윽고 불길이 되어 치솟았다. 스님들이 불 가로 다가와 언 몸을 녹이고 유족들은 눈에 뜨이는 야크 똥들을 주워 불길에 보탠다. 불길이 시커먼 연기를 뭉글뭉글 피워 올린다. 훤하게 밝아오는 하늘 복판으로 검고 긴 깃발처럼 올라가는 연기.

하늘의 사자(使者)들을 초대하는 신호다.

내가 불 위에 차 주전자를 얹어놓을 때 스님들은 낮은 둔덕으로 이동해 한 분은 가부좌를 튼 자세로 독경을, 다른 한 분은 피리를 불기 시작했다. 피리는 오래 전 시신의 대퇴골로 만들었다는 두 구멍짜리이다.

삘리리리 삘리리리 삘삘리리……

수보리,약유인이만무량아승기세계칠보 지용보시약유선남자선녀인(須菩堤,若有人以滿無量阿僧祈世界七寶 持用布施若有善男子善女人)……

피리 소리는 먼 하늘의 사자들에게 장례 시작을 알린다. 사자들은 높은 바위산에서 기지개들을 켜며 떠날 채비에 나설 것이다.

작은형이 너럭바위 위에 자루를 얹고 매듭을 풀었다. 자루 속에서 시신을 꺼내 옷을 벗기자 뽀얀 살의 여인이 구부린 모습으로 드러났다. 그녀의 머리를 서쪽으로 향하게 한 뒤 너럭바위에 밧줄로 한 번 결박했다. ‘허흠!’ 큰형 쪽을 향해 헛기침을 크게 함으로써 작은형은 내 일을 마쳤으니 다음 차례로 들어가라는 신호를 보내고서 내 쪽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큰형이 꿈쩍도 않는다. 어쩌려고 저러나, 나는 속이 탔다.

삘리리리 삘리리리 삘삘리리 ……

검둥개가 너럭바위 아래에서 킁킁거리다가 큰형 쪽으로 가더니 독한 술 냄새에 놀랐는지 기겁해서 뒷걸음칠 쳤다. 작은형이 헛기침을 다시 한 번 크게 했다. 유족들은 불을 쬐고 앉아 큰형을 보다가 작은형을 보다가, 나를 보다가를 반복한다. , 큰형이 왜 저럴까. 술이 떡이 되도록 마셨어도 자기 맡은 일 하나는 기가 막히게 해내던 사람이, 왜 저러는 걸까.

 

 

그 때다.

스님들이 경을 외는 소리가 더욱 커지며 앉아 있던 유족들이 모두 일어나 동쪽 하늘을 가리켰다.

지난밤의 부서진 조각들처럼 동쪽 하늘에서부터 날아오는 검은 무리들. 하늘의 사자, 독수리 떼가 시커멓게 날아오는 것이다.

골짜기 동네 위로 검은 그림자들이 드리워지더니, 이윽고 이 산 위 하늘로 흉측한 형상을 드러낸 독수리들.

하나 둘…… 천장 터에 내려앉아 긴 날개들을 퍼덕거리며 여기저기 자리 잡는다. 딴청 부리듯 돌아서 있거나 옆으로 서 있지만 연실 길게 뽑은 목으로 너럭바위 쪽을 돌아보며 식탐을 숨기지 않는다.

검둥개가 꼬리를 사타구니 새로 감아 넣으며 유족들 뒤로 피할 만큼 엄청나게 부풀어나는 독수리 군집. 역한 새 비린내에 새벽녘의 맑은 산 공기가 사라져 버렸다.

그래도 큰형은 고개를 파묻은 채 꿈적도 않는다.

작은형이 뭔가를 결심한 듯, 비닐봉지에서 술병을 하나 꺼내 쥐더니 큰형 쪽으로 발걸음을 떼었다. 독수리 여러 마리가 큰형 주위에 있어 다가가기도 수월해 보이지 않았다. 어떤 놈들은 알아서 뒤뚱뒤뚱 피해 주기도 하지만 딴 놈들은 그대로 있다가 작은형이 발로 밀자 마지못해 피한다.

큰형한테 다가간 작은형이 귀에 대고 뭐라 속삭였다. 그러자 큰형이 고개를 쳐들고 일어났다. 건넨 술병의 술을 단숨에 꿀꺽꿀꺽 다 비우더니 너럭바위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주위의 독수리들이 일제히 퍼덕거려 깃털들을 날리면서 자리를 옮겼다.

마침내 아침이 훤하게 밝았다. 천장 터 사방에 뼈다귀들, 머리카락들, 천 조각들, 잿더미, 부러진 도끼자루 등이 낱낱이 드러났다. 이전에 천장을 치른 흔적들이다. 천장 터 한복판의 너럭바위 위에 놓인 시신이 알몸이라 춥다고 온몸을 구부리며 엎드린 것 같다. 아침 햇살이 길게 쳐들어와 큰형의 그림자가 너럭바위를 넘어서까지 드리워졌다.

큰형은 도구들 중에서 먼저 작은 칼을 쥐고 여인의 머리카락들을 잘라낸 뒤 다음에는 갈고리로 등뼈 윗부분에서 아랫부분까지 일자로 그어 절개했다. 드러난 살덩이의 핏물로 너럭바위가 붉게 젖어들 때 작은형이 큰형의 갈고리와 작은 칼을 넘겨받고는 대신 장도를 건넸다. 큰형은 장도로 허공을 향해 한 번 크게 휘두르고 나서는 힘주어 탁 탁 탁!’ 사지를 절단했다. 작은형은 잘려진 사지들을 갈고리로 하나씩 끌어다놓은 뒤 작은 칼로 살과 뼈로 나누었다.

술병과 찻잔을 양손에 나누어 든 나는 간간이 형들한테 마시기를 권하면서 스님들의 경을 따라 외었다.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불응주색생심 불응주성향미촉법생심 응무소주 이생기심 (不應住色生心 不應住聲香味觸法生心 應無所住 而生其心) 약이색견아 이음성구아 시인행사도 불능견여래 (若以色見我 以音聲求我 是人行邪道 不能見如來) 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 응작여시관 (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

형들은 술과 차로 번갈아 목을 축이면서 쉴 새 없이 칼을 부렸다. 독수리들 대부분은 거리를 두고 때를 기다리는데 두어 놈만 뒤뚱 걸음으로 너럭바위 밑까지 다가왔다. 나는 발로 그놈들을 밀어내면서 다시 경을 소리 높여 따라 외었다.

철벅!”

소리와 함께 피 묻은 내장들이 너럭바위 옆 구덩이에 뭉텅이로 떨어졌다. 작은형이 그것을 갈고리로 찍어 나중에 독수리들이 먹기 좋게, 가지런하게 늘어놓았다.

처걱! 처걱!”

큰형이 작은 도끼를 들어 굵은 뼈들을 토막 내는 소리다.

나는 먼 설산의 흰 봉우리들을 바라보았다. 저 봉우리 너머 아득한 곳에 라싸가 있다. 빽빽이 들어선 큰 건물들, 거리를 메운 인파, 웅장한 사원……. 기념엽서에 담긴 라싸의 거리 풍경은 들여다볼 때마다 내 가슴을 뒤흔들었다. 언젠가 그곳으로 갈 것이다. 작은형 몰래 짐도 꾸려놓았다. 뭉치 돈을 숨긴 그 어딘가만 찾으면 된다.

푸닥푸닥……

도끼와 칼의 소리들이 그친 뒤 독수리들이 날개를 들먹이며 너럭바위로 몰려드는 소리였다. 형들은 자리를 옮겨 천장 터 언저리의 작은 바위에 걸터앉았다. 큰형은 앞에 두른 가죽치마에만 핏자국을 묻혔는데 작은형은 치마는 물론이고 손과 발, 심지어는 얼굴에까지 피를 묻혔다.

사실, 큰형이 다른 날이었다면 단 한 점의 핏자국도 묻히지 않았다. 다른 날, 큰형의 칼질은 마치 현란한 칼춤이었다. 그럴 때 칼날은 시신의 뼈와 살을, 아무 소리 없이 분리해내었다. 피 한 점 주위에 묻힐 일 없이 단지 대상을 해체할 뿐이었다. 오늘 큰형의 칼질 작업은 다른 날에 비해 평정심을 잃었다.

독수리들이 게걸스레 음식을 먹고 있다. 저며 낸 살점에 달라붙은 놈들은 제자리에서 먹지만 내장에 달라붙은 놈들은 서로 잡아 다니거나 심지어 창자같이 긴 것은 길게 끌고 달아나 혼자 먹기 바빴다.

큰형은 두 눈을 감은 채로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있다. 다른 때였다면 저렇게 난리치는 독수리들 사이로 들어가, 닭들에게 모이 주듯 이것저것 긁어다 골고루 나눠주던 다정한(?) 모습이었다. 오늘, 큰형은 이상하다. 아니, 며칠 전부터 이상했다.

나는 작은형한테 물었다.

아까 큰형한테 뭐라고 귓속말 했어?”

작은형이 피가 몇 점 묻은 낯으로 내게 속삭였다.

내가 그랬지.‘형이 하기 싫으면 내가 할까?’”

비로소 큰형이 뒤늦게나마 작업에 나선 까닭을 알았다.

언젠가 큰형 대신 작은형이 첫 칼질에 나섰다가 천장 터가 엉망진창이 된 적이 있었다. 실수로 시신을 너럭바위에 결박시킨 줄을 칼로 끊자, 시신이 바위 아래로 굴러 떨어져 독수리들이 새까맣게 달려든 때문이다. 유족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한탄하는 가운데 나까지 수습한다고 나섰지만 이미 시신에 발톱과 부리를 깊게 박은 독수리들을 감당할 수는 없었다. 독수리들은 본능적으로 미숙한 칼솜씨를 직감하고 그렇게 천장사들을 무시했다. 망자의 살점 하나하나 알뜰한 칼솜씨로 사라지기를 바란 유족들의 소망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독수리들이 망자의 시신을 질질 끌고 다니며 쟁탈전을 벌여…… 한 시간 남짓이면 끝날 일이 무려 두 시간 넘게 걸리는, 엉망진창이 돼 버린 것이다. 그 날 이후로 큰형은 절대 첫 칼질을 작은형에게 넘기지 않는다.

살점이 다 떨어진 두개골과 갈비뼈, 척추, 골반 뼈, 팔 다리 뼈가 드러났다. 작은형이 나서서 굵은 뼈들을 수습해 너럭바위 위에 놓고는 다시 헛기침을 요란하게 했다.

헛흠! 헛흠!”

큰형이 고개를 쳐들고 너럭바위에 다가섰다. 한 손에 든 도끼로 뼈들을 수십 번 내리 찍어 산산이 조각낸 뒤 내게 손짓했다. 나는 비닐봉지 안에서 볶은 보릿가루 뭉치들을 꺼내 건넸다. 큰형은 그것을 뼈 조각들과 버무려 주먹밥처럼 만들어 여기저기 모이로 내던졌다. 어느 새 까마귀들까지 날아들어 독수리들과 함께 모이를 쪼아 먹는다.

검둥개도 새 무리들을 힐끔힐끔 살피며 일정한 거리를 두고 그것들을 주워 먹느라 바빴다.

마침내 두개골 차례다. 눈 부분이 퀭한 그것을 큰형은 너럭바위 한가운데에 놓고서 도끼를 도끼머리가 아래로 향하도록 돌려 들었다. 박박 깎은 큰형의 머리 위에서 도끼날이 번쩍 빛났다.

!”

두개골이 박살나자 뇌수가 허옇게 흘러나왔다. 큰형은 그것을 한군데로 모아놓고 뼈 조각들은 볶은 보릿가루와 다시 버무렸다. 이윽고 도끼를 내려놓고 우리 쪽으로 오자, 독수리들이 피 묻은 대가리들로 너럭바위 위로 몰려들어 거대한 덩어리처럼 꿈틀거렸다.

큰형의 얼굴은 눈물에 젖어 있었다. 한족들 노래에 이것은 눈물이 아니라 빗방울이야하는 구절이 있다지만 큰형 얼굴은 눈물범벅이었다. 작은형이 피 묻은 손과 얼굴을 시신이 걸쳤던 옷에다 문지른 뒤 자기 앞치마랑 둘둘 말아 불속에 던져 넣으며 불 가로 돌아왔는데도, 큰형은 손과 앞치마에 피가 묻은 채로 망연하게 서 있었다.

나는 불에 몸을 덥히는 작은형 옆구리를 툭 치면서, 내내 이상한 큰형 쪽을 눈길로 가리켰다. 그러자 작은형이 다시 내게 속삭였다.

큰형이 첫사랑 여자를 시신으로 만난 것 같아.”

그제야, 나흘 전부터 보이는 큰형의 이상한 행동들이 이해되었다. 아침 햇빛에 드러난, 골짜기 동네의 풍경처럼 모든 게 환해졌다. 그랬구나! 그래서 그 독한 양주에 줄곧 절어서 지내고……-그래서 상가 동네에 다가왔을 때 먼저 산 위로 간 거다. 큰형은 감당하기 힘든 자기 처지를 스스로 이겨내느라 그랬던 거다.

언젠가 큰형이 젊었을 적의 첫사랑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천민 신분으로는 앞날을 약속할 수 없는 양민 여자와의 비극적인 사랑.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다 하지만 그 시절에 우리와 같은 천민이 양민의 여자를 가까이한다는 것은 사형선고를 받아들이는 일이나 다름없었다고 했다. 오늘의 시신이 그 여자였다니……. 작은형이 다시 내게 속삭였다.

여자 내장 곳곳에 암 덩어리가 뭉쳐 있더라니까. 속앓이깨나 한가 봐.”

시신을 칼질할 때마다 어떤 원인으로 죽었는지 꼼꼼히 살피는 작은형이다. 급사한 시신들은 반드시 뇌수의 핏줄이 엉켜서 터졌거나 심장의 굵은 핏줄이 막혀 있을 거라 예측하고 그것이 사실로 드러나면 의기양양한 낯빛을 감추지 않는다. 때가 되면 병든 환자들의 원인을 잘 헤아려 치료 잘하는 유명한 야무치(티벳 전통 의사)가 되려는 게 작은형의 바람이다. 그에 비해 큰형은 너럭바위에 오르는 시신은 윤회의 한 겉모습일 뿐이며, 그렇기에 단 하나의 살점도 남김없이 하늘의 사자들에게 넘겨주어야 한다는 천장사로서의 사명감뿐이다. 항상 욕심 없이 마음 편하게 사는 큰형이었는데 오늘 저다지도 마음 속상한 그늘을 여지없이 다 드러내다니…….

독수리들이 하나 둘 하늘로 다 떠나가고 까마귀 대여섯 마리와 검둥개만 남아 살점이 남은 뼈들을 뒤지고 있을 때, 유족 중 나이 많은 분이 우리 앞에 다가와 정중히 합장하며 말했다.

망자를 남김없이 하늘로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약소하지만 음식과 술을 마련해 놓았습니다.”

그들이 모여 있던 자리에 어느 새 상 하나가 차려져 있었다. 종이박스 위에 차려놓은 것이지만 언뜻 보기에도 이것저것 가득한 차림이다.

그럼, 많이 드십시오.”

햇살처럼 환한 표정인 게 빈 말로 하는 감사가 아니었다. 그가 돌아서서 발길을 산 아랫길로 향하자 따라왔던 두 사람도 같이 움직였다.

스님들도 우리를 향해 합장하더니 그들의 뒤를 따라 내려갔다.

쩝쩝쩝……

검둥개가 게걸스레 먹는 소리였다. 살점깨나 붙은 뼈다귀를 찾았는지, 까마귀들에 대한 경계의 눈빛을 번뜩이며 요란하게 식사 중이었다. 얼마나 맛있는지, 먹는 중에 뒷다리 하나를 들어 오줌을 갈기기도 했다. 생각난 듯 작은형이 바지를 내리고 오줌을 누기 시작했다. 나도 따라 오줌 누었다. 햇빛은 화창해도 싸늘한 기온이라 허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오줌줄기들.

큰형도 오줌을 누기 시작했다.

!”

작은형이 큰형을 불렀다. 큰형은 대답도 않고 바지를 올려 입고는 다시 너럭바위 앞에 멍하니 서 있었다. 초가을의 건조한 햇살이 그의 삭발한 머리와 어깨에 떨어져 산산이 부서진다. 무슨 생각에 잠겨 있을까?

!”

다시 작은형이 불렀다. 그래도 응답이 없다.

하는 수 없이 작은형과 나는 차려놓은 음식을 먼저 먹기로 했다. 고량주, 색깔 떡, 말린 야크 고기, 삶은 양고기……. 아까 칼질할 때 술을 여러 잔 마셔서 술 생각이 그만 날 만도 한데 비싸다는 고량주가 눈앞에 있으니 한 번 맛을 봐야 했다. 상표만 갖다 붙인 유사품일 수 있겠지만 그게 뭐 대수이랴.

종이컵에 담아 홀짝 들이킨 고량주 맛은 마치 지금의 날씨 같았다. 싸늘한 가운데 화사하게 퍼지는 초가을의 햇살 맛이라 할까…….

검둥개가 어느 새 다가와 앞발을 꿇고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먹을 것을 던져주기 바라는 그놈의 눈동자에 종이컵 술을 주고받는 우리 모습이 담겨 있었다. 가까이에서 놈을 보기는 처음이었다. 정말 너저분한 검둥개였다. 주둥이나 앞다리는 피 칠 한데다가 몸뚱이도 곳곳이 헐어 있었다. 헌 부분은 밝은 살색이 드러나야 함에도 무슨 때 같은 게 뭉개져 검은 살색처럼 되고 말았다.

겁도 많아서, 작은형이 팔을 쳐들자 놈은 꼬리를 사타구니 사이로 끼고 후다닥! 달아났다. 쓰레기더미부터 천장 터의 시신 조각까지, 무엇 하나 온전한 것 하나 먹는 일 없이 여기저기 떠돌며 사는 비루먹은 개라니.

큰형이 왔다.

이제는 많이 차분해진 표정이다. 벗은 앞치마의 뒤편으로 손과 얼굴을 닦더니 불에 던져 넣었다. 사그라지던 불길이 되살아난다.

그러고는 반쯤 남은 고량주를 병째로 마셨다. 작은형이 말했다.

, 술은 그만하고 여기 양고기 살점 좀 먹어 봐요. 노긋노긋하게 아주 잘 삶아 놓았다니깐!”

 

집에 오자, 해도 지기 전인데 녹아떨어져 자는 큰형.

드르렁 드르러렁 드르러러렁……

해 진 뒤에도 큰형의 코고는 소리는 여전했다. 양털 요 위에 그냥 쓰러져 자기에 내가 신발을 벗겨줬는데 냄새가 얼마나 독한지 문 밖에 내놓아야 했다. 밖의 벌판에는 스산한 어둠이 쌓이고 있었다.

오늘 저녁 식사는 그만 두자. 거기서 많이 먹었으니까.”

작은형은 그러면서 여자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방문이 열릴 때 표범 가죽 요 위에 반라로 누운 여자가 언뜻 보였다. 나는 감자와 콩 삶기를 중단했다. 옷들을 급히 벗는 소리가 방 쪽에서 들려오는가 싶더니 얼마 후.

아으으으 아하이이이잉 으흐흐응……

여자의 교성이다. 이 방에서는 코 고는 소리, 저 방에서는 교성. 나는 잠자기를 단념하고 화덕불 가에 앉아 기념엽서들을 한 장 한 장 불빛에 비쳐보았다. 라싸 거리에 즐비한 고층 건물들, 웅장한 사원, 아름답게 치장한 여인들, 갖가지 넘쳐나는 물건들…….

술에 녹아떨어졌기 망정이지 본래 이런 날 밤 저 여자는 큰형 독차지였다. 지난봄에 작은형이 라싸에 가서 양 세 마리 값으로 사온 저 여자는 오직 잠자리 용이다. 쉬운 계산도 틀리기 일쑤인데다가, 간단한 음식조차 제대로 못 만드는 여자. 결국 내가 식사 일을 계속 맡아야 했다.

저 돼지처럼 못 생긴 여자한테 휘황찬란한 라싸의 풍경들이 보관되어 있을 줄이야!

여자가 여기 도착한 이튿날, 때에 전 비닐가방 안에서 라싸의 풍경이 담긴 기념엽서들을 발견한 순간 나는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언제고 한 번은 가 보려 했던 대처 라싸가 눈앞의 엽서들에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그 날부터 나는 가출을 생각했다.

짐 보따리도 하나 간단하게 싸 놓았으니 준비는 마쳤다. 단지 돈만 갖추어지면 가출할 텐데 그게 여의치 않았다. 치밀한 성격의 작은형은 벌써 그런 기미를 알아채고서 철저하게 돈 관리를 하는 것이다. 분명, 집안 어딘가에 돈뭉치를 감춰 두고 있을 텐데 그 어딘가를 못 찾겠으니 여간 답답한 게 아니다.

으흐흑 으흐응 으흐응 으흐흐응……

저 여자는 오직 먹고 자고 싸고 ×하는 것밖에 모르는 돼지다. 작달막한 키에 들창코, 어쩜 생김새까지 돼지인가! 기념엽서들을 넘겨받은 뒤로 나는 여자와의 잠자리도 시들해졌다. 내키지 않은 상대와 밤새 껴안고 잔다는 게 역겨워졌다. 나를 제외한 두 형이 교대로 데리고 자는 셈이다. 이런 생활이 싫어졌다. 나는 한 번, 마음에 드는 아리따운 여성과 제대로 번듯하게 살아보고 싶다. 그러려면 여기를 떠나야 한다. 어서 떠나야 한다.

언젠가 큰형한테 집을 떠나 대처로 가고 싶다했더니 젊었을 때는 다 그런 거야. 부질없는 짓이다하며 나를 다독거리며 가라앉혔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천민 신분으로 살기가 싫다. 여기를 어서 떠나야 한다.

 

 

 

잠들었다가 불시에 깼다. 화덕불빛을 뒤로 한 큰형이 내 어깨를 잡아 흔들고 있었다. 얼결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앉은 내게 웬 비닐봉지를 쥐어 주었다. 그 안에 마우쩌둥 얼굴의 고액권 뭉치가 한 움큼 들어 있었다. 어리둥절해 하자 큰형은 말없이 손을 들어 바깥 문 쪽을 가리켰다. 순간 나는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

그 돈을 복대 속에 넣어 허리춤에 차고 잠바를 걸친 뒤 짐 보따리도 들었다. 큰형은 두 팔을 벌려 나를 꼭 껴안아주었다. 술 냄새와 퀴퀴한 땀 냄새에 숨이 막힐 듯했지만 따듯한 품이었다.

문을 소리 죽여 열고 나서자, 바람 부는 벌판의 깜깜한 어둠이 나를 맞았다. 나는 어둠 속으로 들어섰다. 날이 밝기 전에 갈 수 있는 데까지 부지런히 걸어야 했다.

작은형이 잠에서 깨어나 사태를 파악하면 돈 뭉치를 되찾고자 곧바로 칼을 품고 쫒아올 게다. 항상 시신의 장기를 샅샅이 살펴 사망 원인을 찾는 그가 나를 향해 칼질을 못 할 리가 없다.

어서 가야 한다.

어둠 속 바람의 손톱들이 사납게 내 얼굴을 할퀴기에, 나는 잠바를 벗어 머리를 감싼 뒤 눈 부분만 내놓고 걸음을 재촉했다. 어디선가 갓난애 울음처럼 삵이 애절하게 울었다.

방목하는 양의 숫자가 안 맞으면 밤늦게까지 벌판이고 골짜기이고 사방을 다 뒤져 그 양을 찾아오고야마는 작은형이다. 그에게 붙잡히면 나는 야무치가 되기 위한 그의 산 실험물이 될지 모른다.

어서 이 지역을 벗어나야 한다.

문득 두 눈이 시퍼런 시커먼 짐승이 앞쪽에서 다가왔다. 승냥이인가,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그것은 개였다. 바로 그 비루먹은 검둥개. 나는 휘두르려고 쳐들었던 짐 보따리를 내렸다. 마음이 놓였다. 그 놈은 꼬리까지 흔들며 내게 다가왔다. 나는 놈의 대가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다시 발길을 재촉한다. 웬 일로 놈이 다정스레 나를 따라온다.

그래, 같이 가자. 조금만 더 가면 설산 봉우리가 보일 거다. 동 트기 전에도 그 봉우리는 허옇게 보인다지. 만년설이라 그렇다는데…… 그걸 보면서 부지런히 걷다 보면 라싸에 도착하겠지. 그런데 너, 라싸까지 갈 수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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