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균형을 잡는다는 게 결코 쉽지 않았다. 아니, 표현을 바꾼다. 균형 있게 산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부부로서 살아온 세월이 어언 38.

오늘 늦가을 햇살 따듯한 공터를 우리 부부는 자전거 타며 다녔다.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정말 오랜만의 자전거 타기인데 천만다행으로 몸이 기억해낸 덕에 균형을 잃지 않고 페달을 밟으며 나아갈 수 있었다. 크게 넘어지는 일 없이 부부로서 살아온 세월 38년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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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에 마지막으로 글을 올린 때가 반 년 전인 5월이다. 여러 가지 바쁜 일이 생겨서 한동안 페북에 글을 올리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들던 때 아내가 이런 조언을 했다,

“‘좋아요란 표시로 당신 글을 반기는 페친들한테 한동안 페북을 쉬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려야 되지 않을까?”

나는 잠시 생각해보곤 아내의 조언을 사양했다. 그 까닭은 이렇다.

아니, 내가 처음에 페북에 글을 올리기 시작할 때 페친들한테 페북 시작 인사를 드렸나? 시작 인사를 드리는 일 없이 시작했으니까, 한동안 쉬겠다는 인사를 드린다는 것도 논리에 맞지 않지. , 그냥 아무 말 없이 쉬는 거지.”

 

반년이 지난 어제부터 나는 페북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새삼스레 글을 올리기 시작한다는 인사를 할 필요도 없었다.

하긴 인생이 그렇다. 어디 누가 저는 이제부터 인생을 시작합니다고 선언하던가? 그냥 태어나고 그냥 죽음을 맞는 거다. 그것이 자연이다. 우리는 자연 속에 있다. 첨단의 의사소통 방법인 페북조차 자연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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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란, 비를 철철 맞으며 거리를 쏘다녀도 멋있어 보이는 시기다. 만일 노년에 그랬다가는 남들이 걱정한다. 이렇게.

저 노인네가 치매 걸린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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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부턴가 길을 걷다 보면 여기저기 전동킥보드가 방치돼 있었다. 내가 놀라서 아내한테 말하면서 대화가 시작됐다.

아니, 저렇게 멀쩡한 것들을 길가에 방치해 두다니, 잃어버리면 어떡하려고들 그러지?”

당신도 참. 저걸 운영하는 업체나 사람이 회수해가겠지.”

글쎄, 값이 제법 나갈 것 같은데 회수해 가기 전에 누가 슬그머니 자기 집으로 갖고 가지 않겠어?”

당신도 참. 사방에 cctv도 있지만 그보다는 이제는 시민의식이 높아져서 길가 물건이라도 함부로 자기 집으로 갖고 가고 그러지들 않아.”

정말 그럴까?”

아내가 결국 혀를 차면서 이렇게 말했다.

하긴 당신이 워낙 어렵던 시절에 살았으니 그런 쓸 데 없는 걱정을 할 만도 하지.”

아내는 나보다 여섯 살 아래다. 고작 6년 차이 갖고서 어렵던 시절운운하다니 나는 은근히 울화가 치밀지만 참았다. 괜히 나와 상관없는 전동킥보드 때문에 아내와 말다툼을 벌이고 싶지 않아서.

그런데 정말 저렇게 멀쩡한 전동킥보드를 길에 내버려둬도 되는 걸까? 나는 아무래도 라떼는 말이야의 라떼 시절 사람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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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유정 선생 제 84주기 추모제 순서에 있는, 김유정 선생 약전 소개 일이 뜻하지 않게 내게 맡겨졌다.‘뜻하지 않게라고 표현한 건, 문화예술계의 원로인 최지순 님께서 행사 전 자리에서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자네 선친께서 1968년에 김유정 문인비를 세울 때 공이 크셨고 그 때문에 김유정을 기리는 추모제가 생겨난 거라 봐도 과언이 아니네. 그러니 이번 추모제 때  자네가 약전 소개 일을 맡는 게 의미가 있을 듯싶네.”

교직을 퇴직한 뒤로 웬만해서는 남들 앞에 서기를 마다하며 살아온 나였지만, 원로의 말씀은 사양하기 어려웠다.

 

공지천 옆 조각공원에서 마침내 추모제 행사(2021.3.29.)가 시작되고 얼마 안 돼 김유정 선생 약전 소개 차례가 왔다. 화창한 봄 날씨 속에 나는 약전 소개문을 들고 내빈들 앞에 나가 섰다.

소개문을 읽어나가는데 그 이상한 감회.

내가 읽는 게 아니라 선친이 살아생전에 읽는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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