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일을 마치고 귀갓길에 올랐다. 밭이 있는 교외를 떠나 도심으로 진입하려 하자, 도로는 퇴근 길 차량들로 가득하다. 다른 때 같았으면 신호등의 신호 한 번에 교차로를 통과했을 것 같은데 오늘은 두 번이나 세 번 걸린다. 우리 동네까지 남은 거리는 약 5km. 우리 차는 다른 차들을 뒤따라 직진하다가 비보호우회전, 다시 직진으로 가며 보행자 전용도로의 점멸등도 살피며 교차로 부근까지 닿았다. 두 번째 파란신호등에 교차로를 지나 직진, 그러다가 좌회전 신호를 받고는 마지막으로 동네 어귀를 우회전으로 들어갈 참이다.

지금까지 별 일 없이 온 것처럼 말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십여 분 전 일이다. 우리 차 앞으로, 옆 차선의 중형차가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은 채 불쑥 끼어들었다. 하마터면 사고가 날 뻔했다.

그뿐 만도 아니다. 뒤의 어떤 차는 연실 경적을 울려댔다. 말하지 않아도 무슨 뜻인지 안다. 우리 차보고 너무 느리게 간다. 더 빨리 가든지 아니면 자기가 추월하게 양보해 달라!’는 뜻이다. 하지만 사방에 차들이 워낙 많아서 그 뜻대로 실행해주기 어려운 것을. 솔직히 우리 차가 경차가 아닌, 중형차였더라면 저러지 않았을 게다. 경차를 몰고 차도에 나서면 수시로 무시당하는 게 교통 현실이다.

동네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신호를 받는 교차로에서는 옆 차선의 차들과 잠시 뒤엉켜서 위험했었다. , 어쨌든 우리 차는 동네 어귀까지 무사히 왔다. 집까지 50여 미터 남았다. 차를 우회전하면서 어귀로 들어서려는 순간 불쑥 동네 안쪽에서 나온 다른 경차와 충돌할 뻔했다. 웬 중형차가 어귀 길가에 주차해 있어서 상대를 못 봤기 때문이었다. 천만다행이다.

집 앞에 다다랐다. 오늘도 무사히 밭일을 마치고 귀가했다. 교통전쟁에서 오늘도 무사했다.

사실 이런 일은 아무 것도 아니다. 한반도에 전쟁이 터진다면 밭일이고, 교통체증이고, 경차고, 중형차고 다 엉망이 될 것이다. 오늘 우리 경차를 업신여겨 불쑥 끼어든 중형차 운전자나, 우리 차 뒤에서 연실 경적을 울려댄 다른 차 운전자나, 종일 밭일로 온몸이 땀에 젖은 우리 부부나 사실은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는 모습이 아닌가. 이런 평화가 순식간에 붕괴되는 끔찍한 전쟁이 우리 한반도에 절대 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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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7-10-02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소한 사고는 서로 조심하면 되지만 전쟁은....안되지요.
편안한 추석연휴 되세요~~

무심이병욱 2017-10-02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절대 제2의 6. 25가 나서는 안됩니다. 다소 부족하더라도 현재의 일상이 지켜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