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골목길에서 벌어지는 하수도 공사를 지켜봤다. 골목길을 파서 헌 하수도관을 꺼낸 뒤 그 자리에 새 하수도관과 흙을 채워 넣는데 이상한 것은 그 상태로 사나흘 간 공사를 않고 내버려두는 광경이었다. 즉시 흙을 다져 공사를 마무리 지을 수 있을 텐데 왜 그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중에 깨달았는데 그것은일부러 내버려두는광경이었다. 새 하수도관과 함께 새로 채워 넣은 흙들이 자연스레 알아서 빈 공간을 메우도록 일부러 시간을 두는 과정이었다는 뜻이다. 하기는 집을 지을 때도 가장 이상적인 것은 가을에 기초공사까지 하고 그냥 겨울을 나는 것이라 했다. 기초공사한 것이 알아서 대지(大地)와 한 덩어리가 되도록 긴 겨울이란 시간을 일부러 부여하는 것이다. 대지와 한 덩어리가 된 이듬해 봄, 그만큼 기초가 든든한 집이 어디 또 있을쏜가.

 

가슴 아픈 실연도 묘약이 따로 없다. 그저 세월이 흐르기를 바랄 뿐. 가수 송대관이 일찍이 노래 부르지 않았나?

세월이 약이겠지요 당신의 슬픔을/ 괴롭다 하지 말고 서럽다 울지를 마오/

세월이 흐르면 사랑의 슬픔도 잊어버린다/이 슬픔 모두가 세월이 약이겠지요/

세월이 약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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