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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마크하기 공항에서 겪는 성장통... (공감3 댓글0 먼댓글0)
<공항의 품격>
201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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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의 품격
신노 다케시 지음, 양억관 옮김 / 윌북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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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노 다케시의 '공항의 품격'은 드라마로 만들면 딱 좋을 것 같은 작품이다. 일단 소재가 독특하다. 공항에서 여행객들을 비행기에 사고없이 태워보내는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사실 그들의 일상이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엮이어져 나올 만큼 많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까 생각했었지만 역시 일본 작가 다웠다. 그 아무 것도 없을 것 같았던 일상에서 독자의 호기심을 끌만한 이야기들을 수타로 면발을 뽑듯 주욱 뽑아내고 있었다. 아마도 많은 취재와 세심한 관찰이 그것을 이루어낸 것이 아닐까 싶다.

 

 또한 캐릭터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각각 단락이 되어 한 회분으로 만들기에 적당하다. 또한 캐릭터 중심으로 얼마든지 이야기가 진행될 수 있을 만큼 개성이 뚜렷해서 캐스팅이나 연기 지도에 있어 수월할 것 같다. 한 마디로 이 소설은 드라마를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뒷날개를 보니 '연애의 품격'이라고 이 '공항의 품격'의 속편이 예고되어 있던데 이미 시즌제를 염두에 두고 썼던 것은 아닐까?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경연장에서 그래도 가장 개성이 강한 캐릭터는 뭐니뭐니해도 아포양이란 별명을 가진 이마이즈미일 것이다. 공항을 너무도 사랑해서 아무리 다른데로 발령이 나더라도 연어처럼 꼭 공항으로 돌아온다는 그는 '고객이 웃으며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한다'는 신조로 일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의 신조에 대한 헌신이 얼마나 크냐 하면 사람들마저 어느새 거기에 전염되어 그 신조대로 움직이게 할 정도다. 그래서 아포양이란 별명을 얻었다.

 

 아포양이란 소설에 의하면 이런 존재라고 한다.

 

 나름 성깔이 있어 공항에 잘 적응하지 못하지만 여객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고 본사에서 범한 사소한 잘못을 원만하게 덮어주는 전문가(p.42)

 

 여기서 밑줄 좍은 '여객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고'란 부분이다. 이마이즈미의 헌신은 오로지 여기에만 바쳐지기 때문이다. 이것 때문에 솔직히 읽으면서 이거 판타지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그 헌신이 전염된다고 했듯이 이마이즈미 뿐만 아니라 거기 있는 전 직원이 정말 오로지 고객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이런 여행사가 어딨어?'하면서 실소가 나왔다. 나도 해외여행을 꽤 해 본 몸이지만 그렇게 헌신 받은 기억은 별로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혹시 신노 다케시도 자신이 정말 바라는 것을 이렇게 소설적으로 재현한 것은 아닐런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든 것도 따지고 보면 그렇게 무리가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아포양 이마이즈미는 이제 공항에 갓 부임하여 몸으로 현장의 고충을 느끼며 책임있는 사원의 한 사람으로 성장해야 하는 주인공 엔도에게 있어 하나의 이데아와도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캐릭터 중심으로 별도의 에피소드들이 이어진다고 했지만 결국 나중에 가서 보면 그 모든 이야기들이 진주알들이 나란히 꿰어져 하나의 목걸이가 되듯이 천착해온 하나의 테마가 나타나는데 그것이 바로 엔도가 아포양으로 거듭나는 과정이다.

 

 그렇게 사실 이 소설은 엔도가 이마이즈미로 되어가는 이야기이다. 즉, 엔도의 성장소설이다. 때문에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사실 이 엔도가 아포양이 되기 위해 스스로 익혀야 할 덕목들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덕목들은 책임을 진다는 것, 때로 더 큰 것을 위해 홀로 모든 것을 감내하는 십자가도 기꺼이 질 줄 알아야 한다는 것,  어디까지나 상대를 먼저 배려해야 한다는 것, 스스로의 약함을 겸허이 인정하고 도움 받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신노 다케시는 이 덕목들을 무리없이 에피소드에 버무려 넣어서 독자들에게 의식시키지 않게 하면서도 매 에피소드마다 엔도의 성장을 보여 절로 공감하게 만든다. 그러면서 궁극엔 독자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져준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것을...

 

 공항은 언제나 떠나고 돌아올 수 있는 곳이며 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그렇게 시시때때로 상황이 변하고 사람이 변하는 곳이다. 이것은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우리의 인생을 또한 닮았다. 아마도 이 때문에 신노 다케시는 공항을 주 배경으로 삼았는 지도 모른다.

 

  거기서 엔도는 어른이 되기 위한 성장통을 겪는다. 그것은 겪는 당시에는 아프고 힘들었지만 지나고 보니 모두 알싸한 추억으로 성장의 발판이 되어 준 것들이었다. 그렇게 늘 그 자리에 있는 듯 여겼으나 사실은 계속 성장하고 있었다. 공항에 있지만 정작 떠나지 못하는 엔도는 사실상 갈 필요도 없었다. 가지 않아도 세상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과 지혜들을 다 체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엔도에겐 공항 자체가 하나의 축소된 세계였고 거기서 그는 제자리에 서 있었지만 세상 전부를 자신의 내부에 품고 있는 것과도 같았다. 그가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스스로를 변화에 열어둔 자였기 때문이다.

 

 신노 다케시가 변화를 받아들임을 어른이 되기위한 궁극의 덕목으로 설정하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변화란 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바로 세상을 얼마나 품을 수 있느냐에 달린 문제라는 것이다. 더하여 이 변화를 받아들임이 어른의 궁극적인 덕목이라면 신노 다케시는 어른의 진정한 의미 또한 말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까 어른이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것은 오로지 그가 품고 있는 세계의 크기에 달렸다는 그 것이다. 시종일관 이런 저런 사건으로 정신없이 전개되기에 드라마처럼 보게 되는 이 소설은 궁극에 가선 그런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어른이냐고? 당신이 가진 세상의 크기는 어느 정도냐? 라고. 그래서 덮고 나면 문득 자신이 모습을 새삼스레 거울에 비춰보게 된다. 마치 '나 자신의 '품격'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듯이.

 

 한 번 '나'란 사람이 가진 세계의 품격과 대면하고 싶다면 이 소설을 펼쳐보면 어떨까 싶다. 별 다른 노력없이 엔도 뒤만 따라가도 어느새 문득 자신의 품격과 마주하고 있을테니까...